2. 그래서 무슨 일을 하는데?
The Duty of a Cabin Crew
Air France Safety Demonstration 영상 캡쳐아기 때, 엄마랑 비행기를 한 번 탄 적이 있다. 아기였던 나는, 잘 기억나지 않지만, 그 낯선 환경이 불편했는지 많이 울었고, 엄마는 다른 손님들한테 미안스러워서 눈치가 보였는데- 옆 좌석 아저씨가 날 달래주니 울음을 뚝 멈췄다고 한다.
승무원이 되겠다고 마음먹기 전까지는 기내에서 아기가 울던, 소리를 지르던 '어머니가 많이 힘드시겠구나' 정도만 생각했지, 승무원이 아기를 달래주었으면 좋겠다는 생각은 하지 않았던 것 같다.
하지만 요즘 나는 아기들을 어떻게 달래주면 좋을지 거의 매 비행 고민하는 것 같다.
"기내에서 아기가 심하게 울면 어떻게 대처할 건가요?"
24시간 함께 생활하는 어머니도 아기를 달래는 일은 여간 쉬운 일이 아닌데, 생전 처음 본 승무원이 아기를 달랜다고 쉬이 달래지지 않는다. 하지만 승무원들은 목적지까지 이동하는 동안, 승객들을 보살필 의무 같은 것이 있다. 기내라는 제한된 공간에서 승객들이 의지할 수 있는 것은 승무원 밖에 없기 때문이다.
기내에서 아기가 심하게 울면, 일단은 보호자분께 혹시 아기가 아픈 것은 아닌지, 아기가 배가 고파서 우는 것이라면 분유를 탈 따뜻한 물이나 혹시 다른 필요한 게 있는지 물어보는 게 우선일 것이다. 그런 것이 아니라면, 답답한 기내가 짜증이 나고, 오랫동안 한 공간에서 잘 움직이지도 못하고 가만히 있는 것이 힘겨운 것일 수 있다. 그 답답함을 모르는 것이 아니기에, 부채질로 바람을 일으켜 환기를 시켜주기도 하고, 아기를 안고 갤리까지 왔다 갔다 해보기도 한다.
어쨌든 본론으로 들어가서, 우리에게 가까운 승무원의 업무는 승객을 응대하는 모습들일 것이다. 또한, '아기가 울면?, 승객이 아프면?, 흡연 승객이 발생하면?'등의 '어떻게 할 것인가'하는 Roll Play 관련 질문들이 면접 답변을 준비하면서 다뤄보는 승무원의 역할과 업무가 전부일 것이다.
하지만, 막상 비행을 하게 되면, 고객 응대보다도 비행을 위한 기타 준비 과정이 더 큰 업무의 부분임을 깨닫게 된다.
Singapore Airlines Safety Demonstration 영상 캡쳐[객실 승무원의 주요 업무]
1 STEP
· Cabin Briefing : 객실 승무원들끼리 비행 전 오늘 비행에서 주의해야 할 안전과 서비스 사항들을 공유하는 간략한 회의
·Joint Briefing : 운항과 객실 승무원들이 오늘 기상과 출 도착지 공항 정보, 안전 사항 등을 공유하는 간략한 회의
2 STEP
·★ Pre-flight Check 1 : 기내의 비상 보안장비들이 정상 탑재되어 작동이 가능한 상태인지 확인하는 업무
·Time Check : 승객 탑승 시작, 항공기 도어 클로우즈, 이륙, 착륙 등의 시간을 확인 및 기록하는 업무(대체로 연착이 되거나 비정상 상황이 발생하면, 시간을 더 꼼꼼하게 확인하고, 필요시 회사에 보고함.)
·Item Check : 볼펜, 오더시트, 기내지 등 기내 용품들이 정상 탑재되었는지 확인하는 업무
·Meal Check : 기내식이 종류와 수량에 맞게 탑재되었는지 확인하는 업무
·Sales Inventory : 판매품들이 종류와 수량에 맞게 탑재되었는지 확인하는 업무
·★ Pre-flight Check 2 : 기내에 폭발물이나 위험물을 두고 간 흔적이 없는지 마지막으로 확인하는 보안 업무
3 STEP
·Boarding Pass Check : 탑승하는 승객들의 탑승권 확인 업무
·Safety Demonstration : 비상구의 위치와 작동법 등을 시연하는 업무
·Aisle Watch : 이착륙 시 일어나거나 안전에 위협을 주는 행동을 하는 승객이 없는지 관찰하는 업무
·Beverage Service : 식음료 서비스 업무
·Meal Service : 기내식 서비스 업무
·Sales Service : 판매 업무
·Walk Around : 순항 중 천천히 걸어 다니며 기내에 문제는 없는지, 도움이 필요한 승객은 없는지 살피는 업무
·Assist Passenger : 도움이 필요한 승객을 응대하고, 지원하는 업무
·Lavatory Check : 흡연 등을 방지하고, 화장실의 청결 상태를 유지하기 위해 확인 및 정돈하는 업무
4 STEP
·Deboarding : 승객 하기
·Left Behind Check : 승객 하기 후 기내 유실물의 유무 확인
한 번의 비행을 위해 승무원들이 거쳐가야 하는 업무들은 위와 같다. 생각나는 대로 나열해 본 것들인데, 승객 탑승 전까지 15분 내외의 시간 동안, 승무원들은 승객 탑승을 위한 여러 가지 'Check', 확인 절차들을 거친다는 것을 여러분의 눈으로도 확인할 수 있을 것이다.
여기서 포인트는 부족한 물품이 없는지 확인하고, 있어서는 안 되는 물품이 있지는 않은지 재차 확인하는 그 과정들이 모두 제한된 시간 안에 이루어져야 한다는 점이다.
외항사(외국 항공사)들은 채용 절차 중에 승무원 지원자들을 '토론'하게 하는데, 토론하는 모습을 지켜보면서 점수를 매긴다. 지원자들은 다양한 면모를 뽐내며 토론을 진행하지만, 그중에서도 좋은 점수를 얻는 쪽은 대부분 'Time Checker'이다.
"주어진 시간까지 10분 남았습니다."라고 알려주는 'Time Checker'.
실제 업무에서도 다들 바쁘게 비상 보안장비 점검을 하고, 아이템 체크를 하고, 또 판매품 체크를 하는 동안에도 탑승까지 몇 분이 남았는지 인지하고, 승객들이 정시에 탑승을 할 수 있게 업무를 제시간 안에 마무리할 줄 알아야 하기 때문이다.
안전하고 쾌적한 비행, 그리고 편안한 서비스를 위해서는, 기내에 탑재된 모든 물품들이 제자리에 구비되어 있어야 하고, 위험한 물건이 기내 안에 숨겨져 있어서는 안 되며, 승객과 약속된 시간을 어겨서도 안된다. 지켜져야 하는 것들을 시간 안에 지키는 책임감과 꼼꼼함이 승무원이 하는 일의 기본이라고 할 수 있다.
사실은 늘 시간에 쫓기는 기분이고, 하나라도 뭐 빼먹은 건 없는지 불안해하는 게 스트레스가 될 때가 있는데, 되고 싶던 승무원의 일이니 이왕 할 거 즐거운 마음으로 하자고 늘 마음을 새로 고쳐 먹는다. 하루빨리 여유로운 마음으로 빠릿빠릿하게 해내는 승무원이 되고 싶다고 속으로 무한히 되뇌면서…….
"그래서 무슨 일을 하는데?"라는 질문에 속시원히 대답해 줄 수 있으면 좋으련만, 아직도 설명이 충분치는 못한 것 같다. 그래도 이번 글에서 설명하고자 했던 승무원의 업무는 고객응대에 한정된 것이 아니라, '시간 안에 비행을 위한 모든 준비를 완수하는 일'이었음을 읽고 계신 분들이 알아주셨으면 좋겠다.
이제, 면접에서 승무원의 자질 중 가장 중요한 자질이 무엇이냐고 묻는다면, "체력"이나 "서비스 마인드"도 좋지만, "시간 관리 능력"이라고 답변해 보시는 건 어떤지- 제안하고 싶다.
아래에 제가 재미있게 봤던, 두 항공사의 안전 시연 링크를 공유해 두겠습니다. (위 두 캡쳐 사진의 출처이기도 한 링크입니다.)
☞ 에어프랑스 https://youtu.be/Fi4RS7aARSo
☞ 싱가포르항공 https://youtu.be/25brQSPMORg
다음 글에서는 '진로 선택'과 관련된 이야기를 '객실 승무원' 직무와 관련해서 적어 볼까 합니다. 맹목적으로 '나의 꿈, 객실 승무원!'의 당찬 포부도 좋지만, 내 인생을 채우는 커리어의 첫 단추가 될 직업이기도 하니까요! 저 역시도, 아직도, 여전히 진로 고민 ing.
그럼, 다음 글에서 뵙겠습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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