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1.11.17 수요일
직장에 들어오면서부터 고등학교 친구들 다섯과 매달 만원 씩 모임통장에 회비를 모았었다.
자동이체를 신청해 놓고 잊고 살았는데, 시간이 어느새 흘러 200만 원이나 되는 계비가 모였다.
이 돈으로 다 같이 뭘 하면 좋을지 생각하다가 문득 행복해졌다.
돈을 벌면서 얼마를 모아야 집을 살 수 있는지, 차는 살 수 있을지, 결혼을 하려면 얼마가 필요한지를 생각할 때와는 기분이 사뭇 달랐다.
사는 게 꼭 큰 그림을 그려야만 행복하고 안정된 것은 아닌데, 저는 왜 자꾸만 먼 미래를 걱정하며 오늘을 아쉬워하고 있는 건지.
연말연시가 다가온다.
친구들이랑 만나서 그동안 어떻게 살았는지, 앞으로 어떻게 살고 싶은지 도란도란 이야기 나누면서 지금 이 시기를 즐겨보려고 한다.
행복이라는 게 실체는 없지만 늘 가까이에 있는 법이니까.
스스로를 괴롭히는 생각들, 상황들과 거리를 두고, 그냥 지금 좋아하는 것들을 하며 다가올 먼 미래는 조금 잊고 살기로 한다.
그렇게 잊고 살다가 시간이 흘러 과거의 오늘들을 돌아봤을 때, 크지 않지만 작은 성과들이 스스로에게 작은 기쁨을 주고, 꽤나 행복하다 여기며 살 거니까 너무 쫄지 말고 앞을 보고 걸어가는 거지.
오늘도 모두에게 누군가를 응원하고 누군가에게 응원받는 하루가 되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