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간이 멈춘 조각배

by 소이

심장 속 검은 심연,

모든 빛을 삼키며 흔들린다.

부서지고 알 수 없는 존재로 흩어 뜨리는 어둠.


그녀가 누워 있는 심연의 조각배 위에서

그는 끝내 눈을 떴다.


그는 그녀의 가슴에

꽃송이를 하나씩 놓았다.

언제 채워질지 기약 없는,

끝 모를 서늘한 어둠의 강 위에서.


눈을 뜨고 있으나

그의 존재를 모른 채 흘러가는 그녀.

그는 쉼 없이 속삭였다.


“사랑을 아는 사람과 사랑을 이루고 싶어.

그게 너야.”


단 한 줄기 빛이라도 스며들길 바라는 마음으로.


그녀의 눈빛이 스치자

칼날 같은 서늘함이 그의 심장을 베었다.

그러나 그 베임조차

그에겐 뜨겁게 달아오른 숨결이었다.


조각배 속 꽃잎은 어둠 속에서

조용히 심연의 눈물에 젖어갔다.

숨마다 스며드는 냉기에

한 송이의 몸처럼 떨렸다.

그는 그 떨림을 자신의 온기로 천천히 감쌌다.


처음엔 영웅처럼 구하고 싶었다.

아무 생각 없이 꽃을 건넸다.

그러나 알 수 없는 꽃씨가

그의 가슴에 스며들었다.


시침과 분침이 함께 동면한 듯,

시간은 얼어붙었고

그 속에서 꽃씨는 서서히 사랑으로 자라났다.


그는 그녀에게 심장을 투명하게 열어 보이려

욕망의 그림자조차 거두고 향기만을 품었다.


하지만 여전히 눈물에 젖은 눈과

슬픔을 감추려는 미소는

아련한 안개처럼 공기를 가득 채웠다.


그는 오늘도 절망 위에 꽃을 모은다.

피어났다 사라지는 향기,

그 향기 속에 남은 한 조각 미소.


언젠가는,

그 웃음을 다시 돌려주려는 마음으로.

그 마음 하나가,

끝내 심연을 밝히는 마지막 쓸쓸한 붉은 등대였다.


화요일 연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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