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늘같이 비 오는 날 떠오르는…
가끔 부모님 모임에서 보던 오빠.
공부도, 운동도, 외모도 뭐 하나 빠지지 않아 모두가 부러워하던 ‘엄친아’.
나는 좋아했을까?
아니, 그땐 오히려 너무 무서웠다. 잘생겼지만 차갑게만 보였다. 요즘 말로 하면, 냉미남. 말 한마디 붙이는 것도 쉽지 않았다.
그러다 오빠가 군의관으로 군대에 가고, 부모님은 함께 면회 가자 하셨다. 마지못해 따라간 길, 차를 타고 간 울퉁불퉁한 시골길과 냉랭한 공기.
면회 가서 가족 모두 함께 가을 풍경을 감상하는 중
갑자기 내 앞에 내민 작은 종이컵.
“메뚜기 한 번 먹어볼래?” 하며 웃던 순간.
거절 못 하는 성격이라 조심스레 입에 넣었는데, 이에 걸려 버렸다.
그때 오빠가 소리 내 웃던 얼굴. 그 웃음이 지금까지도 기억에 남아 있다. 아마 그날 처음 알았던 것 같다.
차가운 얼굴 뒤에도 따뜻한 온기가 있다는 걸.
그 후, 부모님이 ‘친하게 지내라, 친구도 소개해 주라’하셔서 억지로 만남이 이어진 날.
오늘처럼 비가 내리던 날, 더 일찍 와서 기다리던 그.
나는 할 말이 없어 잔뜩 긴장한 채 조용히 대각선 앞자리에 앉았다. 침묵이 길어질 무렵, 무심코 튀어나온 말.
“셔츠… 잘 어울리네요.”
순간, 나 스스로도 당황했지만 오빠는 살짝 눈썹을 올리며 웃었다.
“엄마가 입으라 해서 입었어.”
우리 둘은 동시에 웃음을 터뜨렸다.
그 웃음이 아직도 선명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