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요일 정오의 식사 - 손과 손 사이

by 소이

후배와 약속한 날이면 아침부터 은근히 분주해졌다.

괜히 거울 앞에 오래 서 있고, 밝고 순한 빛이 도는 옷을 꺼내 입곤 했다. 그는 늘 성실하게 맛집을 찾아두고, 함께 먹을 메뉴까지 정해두었다.


식사 후 카페에 들렀다.

그날은 전날 일이 많아 너무 피곤했다. 잠시 스르륵 잠들었는데, 눈을 뜨자 그의 어깨가 내 베개가 되어 있었다. 그는 움직이지도 않고, 숨조차 조심스레 쉬는 듯했다. 이렇게 다정한 사람도 있구나 하는 감정이 밀려왔다. 나는 몰래 눈을 감고 조금 더 그 자리에 머물렀다. 따뜻한 체온이 전해져 와 감사한 마음이 들었다.


“미안해, 깜박 잠이 들었어. 불편하진 않았어?”

내 말에 그는 미소 지으며 대답했다.

“이상하게 무겁지 않았고, 오히려 가볍고 편안했어요.”

나도 모르게 웃음이 흘렀다.


우리는 언덕길을 걸었다. 갑자기 그가 어정쩡하게 내 손을 잡으려 했지만, 나는 당황해 슬쩍 손을 빼고 말았다. 조금 어긋난 채로 걸음을 이어갔다.

멀리 언덕 아래로 성당의 첨탑이 보였다. 차갑게 들어선 아파트 숲 사이에 솟아 있는 첨탑은, 묘하게 우리 사이의 빈 공간을 닮아 있었다. 손끝이 닿을 듯 닿지 못하는, 그 아득한 여백처럼.


걷던 중 그가 불쑥 말했다.

“너무 슬픈 곡은 듣지 말아요. 내가 다 마음 아파지잖아요.”


잠시 침묵이 흘렀다. 그러다 그가 내 쪽을 돌아보며 물었다.

“세상에서 제일 소중한 게 뭐라고 생각해요?”


나는 갑작스러운 질문에 쉽게 대답하지 못했다.

그는 내가 망설이는 얼굴을 보더니 조용히 웃으며 말했다.

“난 시간이라고 생각해요. 시간은 어떤 것과도 바꿀 수 없고, 다시 되찾을 수도 없으니까.”


옅고 아득한 노을이 져물었다.

나는 그가 차에 올라 떠나는 모습을 한참 바라보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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