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hark Fin

따뜻했던 사람, 마음 한 조각이 잘리다.

by 소이

성수동에서 마셨던 게이샤의 향이 아직도 잔상처럼 남아 있었다.


선배는 아무 일도 없었던 듯 연락을 이어갔다. 짧은 안부, 일 얘기, 때때로 던지는 농담. 모든 게 예전 같았지만, 그 향처럼 따뜻하지도, 완전히 식지도 않은 미묘한 온도가 마음 어딘가에 오래 머물러 있었다.


저녁 공기는 유난히 맑았다. 햇살은 이미 사라졌지만, 유리창에는 낮의 열이 남아 있었다. 커피 한 잔을 내려놓으며 문득, 그날의 게이샤 향이 떠올랐다. 그 향은 기억의 결과 닮아 있었다.


퇴근 무렵, 그에게서 전화가 걸려왔다.


“같이 저녁 먹으러 갈래?”


그의 말투엔 묘한 결이 있었다. 나는 잠시 망설이다 “네” 하고 대답했다. 그의 목소리 한 톤, 그 한 마디의 리듬까지도 어쩐지 나를 끌어당겼다.


차에 오르자 그는 휴대폰을 바라보다가 중얼거렸다.

“내비게이션을 켜야 하는데… 배터리가 다 됐네.

네 폰 좀 써도 되지?”

나는 아무 생각 없이 핸드폰을 건네주었다.


운전 중, 얼마 전 어른들이 주선해 소개받은 남자에게서 문자가 도착했다. 새 메시지 미리 보기에 내용이 잠깐 떴다. 순간, 차 안의 공기가 묘하게 얼어붙었다. 그는 아무 말이 없었다.


도착한 곳은 선배가 즐겨 찾는 고급 중식집이었다.

자리에 앉자 그는 메뉴를 훑더니 아무렇지 않게 말했다.

“***정식 두 개 주세요.”

식사 중, 샥스핀 찜이 나왔다. 나는 젓가락을 멈췄다. BBC 다큐멘터리에서 본 상어의 지느러미 장면이 떠올랐다. 예전에 중식당에서 내가 “샥스핀은 먹으면 안 된데요. “라며 조심스레 말하자, 그는 “그래. 나도 앞으로 안 먹을게.”라며 웃었다.


오늘, 그가 먼저 그 요리를 시켰다.


“이건 좀…”

“왜? 내가 사주는 음식이 입에 안 맞니?”


나는 대답 대신 젓가락을 들었다.

그는 피식 웃으며 말했다.

“샥스핀은 상어를 잡아서 지느러미만 자르고 버리잖아. 맛이 있어서 먹는 게 아니라, 인간이 힘을 과시하기 위해 먹는 거지. … 음, 이런 맛이네.”


그는 가벼운 웃음을 지었지만 이상하게 차가웠다.

나는 그저 고개를 숙였다.


돌아오는 길, 차 안의 적막을 깨듯 그가 낮게 물었다.

“아까 긴 문자 왔던데, 답해줬어?”

“아직요.”


그 말이 끝나자, 그의 목소리에서 분노가 터졌다.

“너 어떻게 나한테 말도 안 하고 다른 남자 만날 수 있어?!”


나는 놀라서 그를 바라봤다.

“우리가… 그런 사이예요?”


짧은 정적.

그는 핸들을 세게 꺾어 차를 도로 옆에 세웠다.

그리고 낮고 떨리는 목소리로 말했다.


“그래… 아까 지나오던 길에 호텔 있던데.”

결국 차는 방향을 돌려 호텔 주차장에 멈췄다.

“내릴래?”


나는 얼어붙은 채 두 손으로 가방만 꼭 쥐고 있었다.

숨이 막혀 아무 말도 할 수 없었다.


한참 후, 그는 깊은 한숨을 내쉬며 다시 시동을 걸었다. 어둠을 가르며 달린 차는 내 집 앞에 멈춰 섰다.


“또 연락할게. 잘 들어가.”

밤공기는 싸늘했지만 그의 눈빛은 여전히 뜨거웠다.

다만 그 온기는 나를 따뜻하게 품어주기보다는,

내 숨을 조여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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