붉은 등대, 캐러멜 마키아토
가을바람이 유난히 불던 날 그가 말했다.
“바다 보러 갈래?”
나는 대답 대신 고개를 끄덕였다. 도로 끝 붉은 등대가 보였다. 노을이 번지고, 그 빛이 바다 위 흰 거품을 스치며 서서히 스며들었다. 마치 누군가의 숨결이 하루의 끝을 붉게 덧칠하는 것처럼.
그는 언제나 캐러멜 마키아토를 주문했다. 성과와 책임으로 버티며 살아온 사람. 그에게 달콤함은 사치가 아니라 생존의 온도였다.
캐러멜 마키아토 부드럽고 따뜻한 우유 위에 쌉쌀한 에스프레소가 떨어지는 순간 그의 인생도 그랬다.
겉으론 화려했지만 마음은 언제나 외롭고 쓸쓸했다.
“춥지?”
그가 물었다. 내 옷깃을 여미는 손끝이 스쳤다.
그 짧은 온기만으로도 그의 마음을 느낄 수 있었다.
커피의 김이 흩어지고 그가 잔을 들며 웃었다.
“예전엔 이런 시간 없었잖아.”
나는 미소 지으며 대답했다.
“네… 그땐 늘 바빴죠.”
그는 부드럽게 말했다.
“이젠 느리게 살아보자.”
나와 함께 시간을 보내고 싶어, 삶의 속도를 조절하려는 마음이 따뜻하고 고마웠다.
우리는 붉은 등대를 바라봤다. 어둠이 천천히 내려앉고 있었다. 갑자기 그가 뒤에서 내 어깨를 감싸 안았다. 그 품은 소음이 모두 사라진 세상, 아빠 새가 아기 새를 덮는 둥지 같았다.
그가 낮은 목소리로 속삭였다.
“사실…
캐러멜 마키아토는 네가 하는 말처럼 달콤해서,
장미향은 네 향 같이 순수해서 좋아하게 된 거야.”
바람이, 파도가, 그리고 커피 향이 모두 내 마음을 흔들었다. 나는 대답하지 않고 그저 웃었다. 웃음만으로도 우리에겐 모든 게 충분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