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날, 조용히 마음이 닿았던 순간

이전에 올린 글들을 새 북으로 옮겼습니다 :)

by 소이

선배는 나에게 선물을 해주고 싶다며

아침부터 H. 매장 앞에 줄을 섰다.


“괜찮아요, 진짜 괜찮아요.”

몇 번을 말했지만, 그는 이미 대기표를 쥐고 있었다.

가방은 품절이었고 스카프만 몇 장 남아 있었다.

결국 우리는 아무것도 사지 못한 채 텅 빈 손으로 매장을 나왔다.


그날 이후에도 그는 종종,

‘무언가 해주고 싶다’는 마음을 숨기지 못했다.

어느 주말, 선배가 물었다.

“TEMPUR CINEMA 가볼래?”


조용한 조명 아래, 우리는 나란히 누워 영화를 보기 시작했다. 화면의 빛이 천천히 어둠을 물들이고,

나는 그의 팔이 내 머리 뒤로 들어오는 것을 느꼈다.


따뜻한 팔이 베개처럼 닿자 어깨의 긴장이 조금씩 풀렸다. 심장이 너무 가까이 뛰고 있었다.


불이 꺼지고, 선배가 천천히 얼굴을 기울였다.


입술이 닿는 순간, 시간이 잠시 멈춘 것 같았다.

스크린 속 장면이 흐려지고 오직 그의 숨소리만이 남았다.


당황한 나를 바라보던 선배가 낮은 목소리로 말했다.

“나… 키스 잘 못하지?”


나는 대답 대신, 살짝 몸을 돌려 그의 품에 안겼다.


그날의 영화는 기억나지 않는다.

다만 그 순간, 누군가에게 마음이 닿는다는 게

얼마나 조용하고도 소중한 일인지 알게 되었다.


금요일 연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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