남겨진 날들의 약속

이전에 올린 글들을 새 북으로 옮겼습니다 :)

by 소이

어느 토요일 오후, 초인종이 울렸다. 문을 열자 선배가 서 있었다. 손에는 커다란 장미 다발이 들려 있었다.


“이게 뭐예요?”

내가 놀라 묻자, 그는 짧게 웃었다.


“집에 두고 온 게 있어서. 잠깐 같이 가자.”


의도를 다 이해하진 못했지만, 그의 눈빛이 묘하게 진지해 그대로 뒤따라 나섰다.


차 안은 고요했고 창밖의 불빛이 빠르게 스쳐 지나갔다. 그 사이로 장미 향기가 은은히 번졌다.


그의 집 문을 여는 순간,

나는 숨을 멈췄다.


거실 가득, 뿌려진 장미, 풍선과 조명등이 반짝이고 있었다. 그 불빛 사이에서 선배가 리모컨을 눌러 TV를 켰다.


옛날 영화가 재생됐다. 처음 보는 장면들이었지만,

어딘가 낯익었다.


곧 깨달았다. 그 영화 속 인물의 얼굴 표정이 선배의 표정과 고요히 겹쳐져 있었다.


그는 화면 속 대사에 맞춰 조용히 노래를 불렀다.

낯선 가사였지만, 멜로디는 익숙했다. 노래가 끝나자, 그는 천천히 다가와 작은 상자를 열었다.


“내가 가진 모든 남은 날을 너에게 주고 싶어.

우리… 약혼하자.”

그 안에는 심플한 티파니 다이아 목걸이가 들어 있었다.


나는 순간 아무 말도 하지 못했다.

눈빛이 흔들리고, 숨이 막혔다.


내 망설이는 모습을 바라본 선배의 표정에 실망과 슬픔이 겹쳐졌다. 그는 억지로 미소 지으며 말했다.


“괜찮아. 급하게 대답 안 해도 돼.”


그 말이 오히려 둘에게 더 아프게 남았다. 불빛은 여전히 반짝였지만, 둘 사이의 공기는 조금 식어 있었다.


금요일 연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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