행복한데 가슴 시리고, 달콤한데 조금은 아픈

by 소이

선배에게 전화가 왔다.

“먼저 퇴근하지. 오늘은 우리 집 아래 이자카야에서 기다리고 있을래?”


일찍 도착하니 아직 사람은 많지 않았다. 가게 안은 따뜻한 조명 아래서 은은히 빛나고, 직원들은 음식 재료를 다듬으며 저녁 손님맞이 준비에 분주했다.


딸랑~,

문이 열리고 선배가 들어왔다. 오늘은 회색 롱코트를 입었는데, 앉으며 옷깃이 살짝 흔들릴 때

차가운 공기와 함께 샤넬 넘버 5의 시크한 향이 은은하게 퍼졌다.


“많이 기다렸어? 술 안 마시지?”

그가 아빠 미소를 지으며 직원에게 물었다.

“혹시 유자차 같은 거 있어요?”

없다는 대답에, 그는 바로 어묵탕을 주문했다.

국물의 깊은 맛이 몸속까지 퍼지고 탱글한 어묵이 혀끝에 닿을 때마다 이상하게도 마음까지 따뜻해졌다. 겉은 바삭하고 속은 부드러운 웨지 감자튀김도

술 대신 훌륭한 저녁 먹거리가 되어주었다.


그가 내 얼굴을 천천히 보며 살짝 웃었다.

“이런 불빛에서 보니까, 더 이쁘네.”


내가 민망해하자 그는 장난스럽게 말을 이었다.

“나, 네가 좋아.

사실…

놀리고 약 올리는 게 재미있어서.”


순간, 나도 모르게 눈가가 조금 젖었다.

서늘한 향기와 아빠 미소가 마음속에 스며들어서인지, 놀림 속에 숨은 오랜 진심이 불빛처럼 번져서인지.



금요일 연재
이전 23화애인을 부르는 호칭