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애인에게 “자기야”라고 부르는 여자들을 보면
어딘가 지적이고, 관능적으로 느껴진다.
하지만 나에게 “자기야”라는 말은
목 끝에서 자꾸 걸리는 고난도의 말이다.
달콤한 대신, 어딘가 낯설고 너무 가까워지는 기분이 든다.
선배는 나를 “자기야”라 부른다.
처음엔 너무 낯설어서 대답이 바로 안 나왔다.
그럴 때마다 내 머릿속에는 아이유의 〈좋은 날〉 속
“오빠가 좋은 걸 어떻게~” 그 한 소절이 흐른다.
노래 가사 그대로 나는 ‘오빠’라는 호칭이 좋다.
아직도 나는 선배에게 “자기야”라는 말을 잘 못한다.
입 끝까지 맴돌다 그냥 “오빠”라고 부른다.
선배는 웃으면서도 가끔 묻는다.
“언제쯤 자기야라고 부를 거야?”
사람들이 가끔 우리를 보고 “큰 오빠 같아요”라고 한다. 그럴 때마다 나도 모르게 웃음이 난다.
어릴 때 오빠 있는 친구들이 부러웠는데,
이제야 그런 편안함을 느끼는 것 같기도 하다.
사랑에도 각자의 언어가 있다.
‘오빠’는 내게 사랑의 언어이자, 가장 편안한 호칭이다. 그래도 언젠가는 나도 자연스럽게 “자기야”라고 부르며 선배의 와이셔츠 단추를 하나 조용히 만져볼 수 있을까 가끔 상상해 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