델문도의 노을, 두 잔의 커피

폭풍이 지나간 자리, 내가 기댈 곳.

by 소이

살며시 바람이 부는 오후였다.

제주의 바다는 해질 무렵마다 여러 얼굴을 한다.


폭풍이 막 지나가고 바람은 잠잠해졌다.

공기 속에는 바다의 물기와 흙내가 뒤섞여 있었다.

아직 습기가 남은 하늘 아래, 붉은빛이 가라앉으며

얇은 노을띠가 물결처럼 흔들렸다.


마치 슬픔을 견디는 자가 붉은 입술을 겨우 다문 듯.


델문도의 시그니처 커피가 잔 위로 잔잔히 김을 피웠다. 씁쓸한 향이 퍼졌다. 커피 향이 마음을 오히려 채워주는 기분이었다. 나는 노을을 바라보며, 조용히 숨을 고르고 있었다.


“언니, 많이 힘들지?”

동생의 목소리는 파도보다 더 조용하게 내 곁에 앉았다.


“친구들이 슬픈 영화만 보면 언니 생각난대.”


나는 눈물을 참으며 조용히 웃었다.

“괜찮아. 내 마음속에 있어, 그 사람.”


동생의 눈시울이 붉어졌다.

“아냐, 언니… 그냥 말해도 돼.

언니의 눈물이 가슴속 빈 공간을 따라 흐르는 게, 나한테도 보여…”


나는 아무 말도 하지 못했다.

커피잔을 감싸 쥔 손끝으로… 바다의 노을이 스며들었다. 붉게 타오르던 하늘 아래, 파도는 말없이 제자리를 다녀갔다.


잠시 후, 나는 천천히 말했다.

“힘들 때마다, 너였어.

언제나 내 곁에 있어줘서 고마워.”


동생은 고개를 끄덕이며 울음을 참았다.

바람은 두 잔의 커피 향 사이로 지나가며, 조용히 우리를 감쌌다.

그 순간, 바람도 잠시 머물러 준 듯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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