낯선 온도의 사람들

진심으로 사랑할 사람을 기다리던 그 순간.

by 소이

시간은 그저 몰래 흘리는 눈물에 묻어 소리 없이 흘러갔다. 다들 외롭지 않았으면 좋겠다며 누군가를 계속 소개해줬다.


어떤 사람을 만나도 마음은 좀처럼 움직이지 않았다. 뜨거운 비엔나커피 위의 아이스크림처럼, 가까이 있어도 너무 다른 온도.


그날도 나가기 싫은 소개팅이었다. 격식 있는 호텔 커피숍 반짝이는 조명 속 조심스러운 미소와 계산된 말투. 그 모든 게 내겐 너무 낯설었다.


내가 들어서자 그는 환하게 웃었다. 잘 짜인 인생, 단정한 슈트, 반듯한 문장으로 대화를 이어가는 사람. 그는 자신을 TV나 신문에서 본 적 있을 거라며 잃을 게 많은 사람이라 함부로 사람을 만나지 않는다고 했다.


대단한 사람이었다. 세상 다른 쪽에 사는 사람. 만약 함께한다 해도 세월이 흐르면 나를 장식장에 올려둔 작은 트로피처럼 가만히 먼지 쌓이게 둘 사람.

“뭐 마실래요?”


조용히 대답했다.

“아이스 아메리카노요.”


그 말에 그가 잠시 웃었다. 조금은 허탈하고, 조금은 안쓰럽게.

“소이 씨가 시킨 커피를 보니, 지금 가슴이 답답하신가 봐요.”


죄송한 마음에, 목소리를 낮춰 조심스레 여쭤봤다.

“제가 어떤 커피를 주문할 거라 생각하셨어요?”


그는 웃으며 장난스럽게 대답했다.

“달달하고 따뜻한 커피요.

그게 건강에도 좋고… 마음에도...”


나는 그저 웃었다. 커피는 식어가고 대화는 공중에서 맴돌다 흩어졌다. 결국 또 하나의 소개팅이 그렇게 끝났다.


밖으로 나오자 밤공기가 차가웠다. 한 모금 마신 아메리카노는 쓴맛 대신 묘한 여운을 남겼다. 마음 어딘가에서 누군가가 조용히 말하는 것 같았다.


“진심으로 사랑할 사람을 만날 때까지는 혼자라도 괜찮아.”


Automat · Edward Hopper (1927) 빛 아래, 혼자 앉은 사람의 온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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