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간이 흐른 후, 강가 성당이 보이는 햇살 좋은 곳으로 이사했다. 힘들게 이사하고, 다음날 정오 무렵 밖으로 나섰다. 그날, 오랜만에 알고 지내던 후배가 찾아온다고 했다.
아무 생각도 없이 그저 걸었다. 언덕 위에서 내려다본 강가의 푸르름이 공기에 묻어 있듯 텅 빈 가슴을 천천히 채우며 밀려들었다.
사실, 바보 같은 약속이었다. 둘 다 아무 생각 없이 약속 장소를 정확히 정하지 않았던 것이다. 걷다가
‘지금쯤 전화해 볼까’ 하고 핸드폰을 꺼내는 순간,
아래쪽에서 손에 무언가를 들고 올라오는 후배와 마주쳤다.
우리는 잘 모르는 동네 카페에 앉았다.
아침이라 창을 모두 열어두어 야외에 있는 듯했다.
햇살이 빛나고 푸른 바람이 불어 들어왔다.
나는 시그니처 니트로 커피를 후배는 따뜻한 라테를 시켰다.
부드럽게 넘어가는 시원한 커피.
그 맛은 익숙했지만 서로의 공기는 어딘가 어색했다.
그때 후배가 말했다.
“시원해 보이네요. 저도 한 모금 마셔도 될까요?”
허락하지도 않았는데 그는 내 컵을 들고 살짝 한 모금을 마셨다. 그리고 손에 들고 온 것을 내밀었다.
하트 모양의 식물 두 개, 호야였다.
“집들이 선물 고마워.”
내가 웃으며 말하자,
그는 고개를 저었다.
“아니요. 선배에게 꼭 드리고 싶었어요.”
순간, 공기 속에 작은 정적이 흘렀다.
서로 잠시 놀란 듯 눈이 마주쳤다.
그날 그는 다른 약속이 있다며 서둘러 자리를 떴다.
남겨진 호야를 바라보며 여러 생각이 들었다.
양지에 두고 물을 잘 주었는데 큰 호야가 시들더니 결국 죽어버렸다. 너무 미안해서 나만 아는 비밀이 되어버렸다.
덩그러니 혼자 남은 작은 호야.
바라보며 마음 한편이 허전했다.
…
몇 년이 지난 어느 날,
놀라운 일이 일어났다.
죽은 줄 알았던 뿌리에서 새순이 돋아 자라나
다시 두 개의 호야가 되어 있었다.
호야의 생명력에 놀라며 깨달았다.
무언가 사라진 것처럼 보여도 땅 아래에 숨겨진 마음은 완전히 사라지지 않는다는 걸.
빛을 쬐고, 물을 머금고 조용히 잠들어 있다가
언젠가 다시 살아나는 것들이 있다.
오늘도 커피를 마시며 그 잎을 고요히 바라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