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러 과정을 거쳐, 짧은 시간 안에 우리는 부모님께 ‘인정받은 사이’가 되었다.
이상했다. 인정받았다는 안도감 뒤에는 묘한 정적이 찾아왔다. 마치 첫 악장의 격정이 끝나고, 두 번째 악장의 느린 선율이 천천히 흘러나오기 시작한 것처럼.
나의 지난 시간과 내 주변 사람들의 슬픔이 아직 어딘가에 남아 있었다. 그 기억의 그림자들은 조용히, 그러나 뚜렷하게 우리 사이에 작은 벽을 만들었다.
그는 여전히 다정했지만 눈빛이 자주 멀어져 있었고, 나는 그걸 눈치채면서도 애써 모른 척했다.
그는 그 벽을 이해하려 애썼고 나는 그 벽을 애써 없애려 했다. 가끔, 아무 말도 하지 않아도 서로의 마음이 약간 어긋나는 순간이 있었다.
저녁 식사 시간, 우리는 함께 식탁에 앉았지만 거의 말을 하지 않았다. 접시 부딪히는 소리만 조용히 울리고, 와인잔에 비친 불빛이 떨렸다. 그때 나는 마음속으로 생각했다.
‘사랑이 사라진 건 아닌데, 다른 형태로 변하기 시작한 걸까.’
가을 저녁 단풍잎 사이를 함께 걸었다. 걷는 길은 똑같았지만, 대화는 자꾸 엇나갔다. 그는 물었다.
“요즘 왜 이렇게 조용해졌어?”
“그냥… 생각이 많아서요.”
나는 웃으며 답했지만, 내 생각을 말하지는 못했다.
그는 말했다.
“소이야,
이제 우리는… 새로운 악장으로 넘어가는 거야.”
어쩌면 사랑이란,
첫 악장의 불꽃보다
두 번째 악장의 조용한 사랑 속에서
침묵을 견디는 힘인지도 모른다.
밤이 깊었다. 그는 잠든 내 옆에서 불안한 듯 조용히 말했다.
“소이야, 우리… 끝나지 않은 거지?”
나는 대답하지 못했고, 대신 가볍게 웃으며 손끝으로 그의 손을 감쌌다. 말보다 조용한 온기가 천천히 스며들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