선배는 젊고 세련된 사람이었다. 그의 셔츠와 블레이저, 손끝의 제스처까지 모든 것은 절제된 시간의 결과처럼 보였다. 하지만 우리 사이에는 세월이 만든 간극만큼, 생각의 결도 웃음의 온도도 조금은 어긋나 있었다.
그럼에도 선배는 나를 ‘여자’로 완벽히 이해했다.
그의 시선은 내 안의 미세한 떨림까지 읽어냈고,
리드는 언제나 한 박자 느렸다. 마치 나의 숨결 하나까지 기다려주는 사람처럼.
손끝이 스칠 때마다 마음이 먼저 흔들렸다.
그 눈빛과 리드만으로도 보라색 꽃들이 소리 없이 빙그르르 돌며 피어올랐다. 그 순간 내 마음이 또렷이 살아 있음을 느꼈다.
어두운 우주의 한 모퉁이에서 미세한 빛 한 조각이 떨리며 울렸다. 그 떨림은 상상의 음으로 변해 조용히 내 가슴 안으로 스며들었다. 보이지 않는 감각이 나를 열었다.
선배의 손길이 내 어깨에 머물면 내 귀에는 비올라의 선율이 흘렀다. 잔잔하고 낮은 현의 울림이 나만의 어두운 바다, 그 심연의 바닥을 건드렸다.
그때마다 내 마음은 조용히 흔들렸고 그 감각은 말로 다 닿지 못한 채 사랑의 결로 남았다.
그의 품에 기대면 세상이 고요해졌다. 시간조차 흐르지 않았다. 모든 감각은 천천히 그에게로 가라앉고, 남은 건 그의 숨결과 나의 심장 박동뿐이었다.
그 순간,
사랑은 속삭임이 아니었다. 가장 순수하고, 원시적인 박자였다. 빠르지 않게 멈추지 않게 서로의 온도에 맞춰 천천히 일렁이며 흐르는, 단 하나의 리듬.
그 속에서 나는 숨을 잊었고 세상은 고요히 그의 심장박동의 진폭으로만 존재했다.
하나의 Adagio.