햇살 아래 생긴 아주 얇은 틈

by 소이

토요일 정오였다. 햇살이 유난히 밝아 손에 낀 약혼반지가 조금 더 눈에 띄었다. 나는 카페 아띠제 앞에서 숨을 한 번 고르고 문을 밀어 들어갔다.


오랜만에 연락이 온 초등학교 동창, 연우. 전화를 받자마자 잠깐 망설였지만 ‘커피 한 잔 할래요?’라는 한 문장에 마음이 가벼워졌다.


선배에게 말하려고 전화를 걸었지만 짧은 신호음만 반복되다 끊겼다. ‘잠깐인데…’

굳이 말하면 더 복잡해질 것 같아서 나는 메시지를 쓰다가 지우고 그냥 집을 나섰다.



카페 안은 평소보다 붐볐다. 먼저 도착해 커피를 주문하고 번호표를 받았다. ‘7번.’ 이유 없이 그 숫자에 시선이 머물렀다. 기다리며 무심코 왼손을 올려다보았다. 반지가 햇빛을 받아 얇게 반짝였다.


“소이야.”


뒤에서 부르는 목소리에 돌아보니 연우가 서 있었다. 햇살 때문인지 그의 눈이 유난히 반짝여 보였다.


나는 자연스럽게 웃었다.

“연우야. 오랜만이다.”


그는 내민 손을 아주 느리게 잡았다. 손끝이 닿자마자 그의 시선이 내 왼손의 반지로 내려갔다.


“… 축하한다.”

목소리는 조용했지만 어딘가 단단하게 눌려 있었다.


“고마워.”

잠시 침묵이 흘렀다. 사람들 목소리가 멀게 들렸다.

그 사이로 연우가 조심스레 그러나 피할 수 없다는 듯 말을 꺼냈다.


“근데… 그 사람 어떤 사람인지

묻지 말라는 말은 하지 마.”


나는 잠시 말문이 막혔다. 햇살은 여전히 밝았는데

카페 안 공기는 묘하게 달라져 있었다.


“연우야…”


그는 억지웃음을 지으며 고개를 살짝 흔들었다.

“그냥 궁금해서 그래. 네가 누구 옆에 서 있는지…

그 사람이 어떤 사람인지.”

그 말이 가볍지 않다는 걸 나는 그 눈빛에서 바로 알았다.


평범한 토요일, 밝은 오후 우리 사이 아주 얇고 조용한 틈이 하나 생기는 걸 나는 분명히 느꼈다.



금요일 연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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