느려진 우리의 관계를 먼저 알아챈 건 그였다. 그는 내 불안을 덮으려는 듯 가능한 모든 정신과 시간, 물질을 쏟아부었다.
“결혼할 사이니까 괜찮잖아.”
그 말과 함께 건네는 내 일상 구석구석에 스며드는 그의 배려들.
그것이 사랑인지, 불안의 증거인지 끝내 가늠할 수 없었다. 거절하면 그동안의 우리의 시간이 사라질 것만 같았다.
그가 쏟는 마음의 무게만큼 천천히 그에게 기울어갔다. 빚을 진 듯한 감사.
사랑은 언제나 기울기 위에서 흔들린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