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밖으로 나오자 바람이 조금 차가웠다. 선배가 퇴근하기 전, 잠깐 시간을 내어 무언가를 해주고 싶었다.
친환경 식료품 매장에서 드물게 공심채 한 봉지가 남아 있었다. 늘 주문해서만 먹던 그 요리.
“이걸 여기서 파는구나…”
그 순간, 괜히 웃음이 났다.
그에게 줄 작은 선물을 찾은 기분이었다.
…
조심스럽게 팬을 달구고, 마늘과 고추를 다져 넣었다. 달큼한 향이 퍼지며 부엌이 서서히 따뜻해졌다.
‘엉터리지만…’
낯선 프라이팬을 잡은 손끝이 살짝 떨렸다. 이 순간이 그를 기다리는 마음으로 충분했다.
…
문이 열리고 그의 발소리가 들렸다.
“이게 뭐야? 향이 좋네.”
“공심채볶음이에요. 운 좋게 구했어요.”
그는 잠시 놀란 얼굴로 나를 바라보다가, 아주 조용히 웃었다.
“너, 이런 거 할 줄도 알아?”
“오늘 처음이요. 잘 됐는지는 모르겠어요.”
그가 젓가락을 들어 한입 맛보더니 말했다.
“이거… 맛있다.”
짧은 한마디가 저녁 공기 위로 따뜻한 금빛처럼 흩어졌다.
…
식탁 위의 불빛이 부드럽게 흔들렸고 그의 눈동자 속엔 작은 온기가 번졌다. 완벽하지 않은 음식이었지만 그날의 공심채볶음은 따뜻한 마음이었다.
식사가 끝나자 그는 빈 그릇을 들고 싱크대로 향했다.
“그냥 두세요, 제가 치울게요.”
“오늘은 내가.”
짧은 말이었지만 그 안엔 고마움과 약간의 미안함이 섞여 있었다.
나는 테이블 위 레몬차를 마시며 앉아 있었다.
‘그냥 평범한 저녁일 뿐인데…’
심장이 조용히 울렸다.
…
그가 돌아와 맞은편에 앉았다. 두 손을 맞잡지도, 눈을 오래 마주치지도 않았지만 공기 속엔 막 끓인 물처럼 미세한 열이 떠돌았다.
“오늘 하루는 어땠어?”
그의 목소리는 낮았고, 나른했다.
“햇살이 좋았어요. 그리고… 욕조에서 음악 들으면서 생각했어요.”
“무슨 생각을?”
“그냥… 선배 집은 참 조용하다고요.”
그가 잠시 웃었다.
“조용해서 좋지 않아?”
“조용해서 좋긴 한데… 혼자 있을 땐 좀 쓸쓸했을 것 같아요…”
그의 미소가 사라지며 눈빛이 잠시 흔들렸다.
“그럴지도 모르지. 근데…”
그는 잠시 말을 멈추더니,
“이제는 그렇지 않네.”
그 말에, 나는 아무 대답도 하지 못했다. 그저 조용히 그를 바라봤다. 그의 눈빛은, 이 밤의 정적을 조심스레 감싸는 손길이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