로맨스는 엉터리

by 소이

문밖으로 나오자 바람이 조금 차가웠다. 선배가 퇴근하기 전, 잠깐 시간을 내어 무언가를 해주고 싶었다.


친환경 식료품 매장에서 드물게 공심채 한 봉지가 남아 있었다. 늘 주문해서만 먹던 그 요리.

“이걸 여기서 파는구나…”

그 순간, 괜히 웃음이 났다.

그에게 줄 작은 선물을 찾은 기분이었다.



조심스럽게 팬을 달구고, 마늘과 고추를 다져 넣었다. 달큼한 향이 퍼지며 부엌이 서서히 따뜻해졌다.

‘엉터리지만…’

낯선 프라이팬을 잡은 손끝이 살짝 떨렸다. 이 순간이 그를 기다리는 마음으로 충분했다.



문이 열리고 그의 발소리가 들렸다.

“이게 뭐야? 향이 좋네.”

“공심채볶음이에요. 운 좋게 구했어요.”

그는 잠시 놀란 얼굴로 나를 바라보다가, 아주 조용히 웃었다.


“너, 이런 거 할 줄도 알아?”

“오늘 처음이요. 잘 됐는지는 모르겠어요.”


그가 젓가락을 들어 한입 맛보더니 말했다.

“이거… 맛있다.”

짧은 한마디가 저녁 공기 위로 따뜻한 금빛처럼 흩어졌다.



식탁 위의 불빛이 부드럽게 흔들렸고 그의 눈동자 속엔 작은 온기가 번졌다. 완벽하지 않은 음식이었지만 그날의 공심채볶음은 따뜻한 마음이었다.


식사가 끝나자 그는 빈 그릇을 들고 싱크대로 향했다.

“그냥 두세요, 제가 치울게요.”

“오늘은 내가.”

짧은 말이었지만 그 안엔 고마움과 약간의 미안함이 섞여 있었다.


나는 테이블 위 레몬차를 마시며 앉아 있었다.

‘그냥 평범한 저녁일 뿐인데…’

심장이 조용히 울렸다.



그가 돌아와 맞은편에 앉았다. 두 손을 맞잡지도, 눈을 오래 마주치지도 않았지만 공기 속엔 막 끓인 물처럼 미세한 열이 떠돌았다.


“오늘 하루는 어땠어?”

그의 목소리는 낮았고, 나른했다.

“햇살이 좋았어요. 그리고… 욕조에서 음악 들으면서 생각했어요.”

“무슨 생각을?”

“그냥… 선배 집은 참 조용하다고요.”


그가 잠시 웃었다.

“조용해서 좋지 않아?”

“조용해서 좋긴 한데… 혼자 있을 땐 좀 쓸쓸했을 것 같아요…”


그의 미소가 사라지며 눈빛이 잠시 흔들렸다.

“그럴지도 모르지. 근데…”

그는 잠시 말을 멈추더니,

“이제는 그렇지 않네.”


그 말에, 나는 아무 대답도 하지 못했다. 그저 조용히 그를 바라봤다. 그의 눈빛은, 이 밤의 정적을 조심스레 감싸는 손길이었다.

화, 목 연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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