로맨스는 L’intervalle

그 사이의 온도

by 소이

돌아온 선배의 집은 언제나처럼 정갈했다. 테이블 위엔 몇 장의 서류와 가지런히 놓인 필기구. 그의 세계는 언제나 질서와 단정함으로 이루어져 있었다. 나는 아직 그 세계의 중심이 아니라, 그 주변의 온도였다.


서재로 발을 들이니, 오후의 햇살이 유리창을 뚫고 들어와 책등에 부드럽게 걸렸다. 감사패와 학위들 학부 시절부터 모은듯한 전공서들, 그가 좋아하는 소설들까지… 공부가 끝나면 모든 책을 정리해 버리는 나와는 달리 그는 시간마저 보관하는 사람 같았다.


깔끔하고 완벽한 배열, 그건 그의 정신세계와도 닮아 있었다. 나는 그 질서 속에 한참을 서 있었다.

그의 세상은 완벽했고 그 안에서 나는 조금 작아지는 기분이었다.


햇살이 따뜻해서, 잠시 눈을 감았다.


불을 끄고 욕조에 물을 받았다. 이동식 조명이 벽을 따라 천천히 퍼지며 연분홍빛으로 물들었다. 늘 쉬는 날마다 반복하던 나만의 의식을 이곳에서도 그대로 이어갔다.


아침에, 사용해도 되냐 조심스레 묻자, 그는 웃으며 말했다.

“마음껏 해. 어지럽혀도 괜찮아.”


입욕제의 향이 은은히 퍼지고 Laufey의 곡 ‘From The Start’가 욕실 안을 감쌌다. 옆에는 따뜻한 레몬차 한 잔, 그리고 선배의 책장 속에서 무심히 골라낸 소설 한 권.


그가 오기 전까지, 나는 내 마음을 데우기로 했다.

아무에게도 보여주지 않을 온도를 가진 사람으로.


화, 목 연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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