선배의 집으로 향하는 언덕길은 비에 젖어 반짝였다. 가로등 불빛이 빗방울에 닿아 은빛으로 부서졌다.
소이는 어깨를 잔뜩 웅크리며 걸었다.
“춥지?”
그의 목소리가 낮게 울렸다.
소이는 작게 고개를 끄덕였다. 그는 아무 말 없이 그녀의 어깨를 감쌌다. 그의 체온이 천천히 스며들었다.
잠시, 세상이 고요해졌다.
바람도, 빗소리도, 모든 게 멀어졌다.
그의 손끝이 그녀의 뺨으로 옮겨갔다.
살짝 닿은 온기가 마치 불씨처럼 번졌다.
“이럴 땐…”
그가 말을 멈췄다.
눈빛이 닿았다.
그리고 아주 조용히, 숨결이 포개졌다.
비 냄새와 체온이 뒤섞인 순간 소이는 눈을 감았다.
“오늘… 우리 집에서 자고 갈래?”
선배의 목소리가 조심스레 흘러나왔다. 비에 젖은 공기 속에서, 그 한마디는 묘하게 따뜻하고 위험했다.
소이는 잠시 그를 바라봤다. 눈빛이 맞닿은 채로 몇 초의 정적이 흘렀다.
“아니요. 저 그냥 집에 갈래요.”
“그래? 너무 늦었는데…”
“괜찮아요. 오늘은, 그냥 이대로가 좋을 것 같아요.”
그녀는 그렇게 말하며 미소를 지었다.
눈가에 맺힌 물방울이 천천히 흘러내렸다.
그녀의 마음 한구석에서는 이 순간을 그대로 간직하고 싶다는 바람이 피어올랐다. 섣부르게 다가서면,
이 아름다움이 산산이 흩어져버릴 것만 같았다.
그는 아무 말도 하지 않았다. 그저 고개를 끄덕였다.
소이는 차 문을 열고, 조용히 앉았다. 창문 너머로 선배가 서 있었다. 비가 다시 내리기 시작했다.
차가 움직이자, 빗방울이 유리창 위로 흘러내렸다.
그 순간, 그녀는 속으로 아주 조용히 중얼거렸다.
“오늘 밤, 이 장면만은 오래 기억하고 싶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