로맨스는 빗 속에서

by 소이

밖으로 나서자 비가 한결 가벼워져 있었다. 빗방울 냄새가 먼저 두 사람의 숨결 사이로 스며들었다. 선선한 바람이 살며시 불어와 소이의 마음 한구석을 설레게 했다.


거리는 차분했고 가로등 불빛이 젖은 돌바닥 위로 흩어져 있었다. 비 내리는 소리는 자동차의 짧은 경적과 발자국 소리 사이로 스며들며, 마치 영화 속 주인공을 위한 메인테마 음악처럼 감미롭게 들려왔다.


소이는 고개를 들어 하늘을 바라봤다.

“비가 이렇게 예뻤던가요?”


그가 미소 지었다.

“이 정도면, 우산 없이도 괜찮지?”


그는 우산을 접어 손바닥 위에 올리고 균형을 잡으며 장난을 쳤다. 소이는 선배의 개구쟁이 같은 모습에 절로 눈웃음을 지었다.


그 순간, 선배는 우산을 떨어뜨렸다.

그리고 우산은 내버려 둔 채, 소이를 살며시 끌어안았다.


“예전과는 다르잖아, 우리.

이젠 둘이니까.”


그의 손끝이 그녀의 머리카락을 정리했다.

비에 젖은 머릿결이 그의 손끝을 스쳤다.


소이는 조용히 말했다.

“젖어요, 선배.”

“괜찮아. 오늘은 좀 젖어도 될 것 같아.”


그 말에 그녀는 가만히 웃었다. 두 사람은 아무 말 없이 나란히 걸었다. 비가 어깨를 타고 흘러내리고

서로의 온기가 그 자리를 대신 채웠다.


멀리서 자동차 불빛이 번졌다가 사라졌다.

그때, 그는 아주 조용히 그녀의 손을 잡았다.

손끝에서 심장이 두 번쯤 뛰었다.


세상은 흐릿했지만,

그 순간만은 너무 선명했다.


화, 목 연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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