로맨스는 반칙

늦은 가을, 옛 장소

by 소이

술집 문을 여니 오래된 나무 냄새와 재즈가 동시에 밀려왔다.


학창 시절, 처음 마주 했던 곳이었다. 그땐 주변의 웃음소리가 더 크게 들렸던 시절이었다. 이제는 술집에 앉아있는 손님들은 대부분이 훨씬 어려 보였다.


“성인 확인 부탁드려요?”

직원이 웃으며 말했다.


그는 피식 웃었다.

“우리 얼굴 보면, 신분증 필요 없지 않아요?”


순간, 두 사람의 웃음이 겹쳤다. 짧았지만 이상하게 가벼웠다. 마치 20대 때 공기가 다시 돌아온 듯했다.


둘은 구석 창가로 자리를 옮겼다. 늦은 가을비가 유리창을 타고 흘렀고 불빛이 잔 속에서 잔물결처럼 흔들렸다.


“그때 선배가 인생 조언 같은 거 해줬잖아요.”


“내가 그런 말을 했다고?”


“했어요. 너무 조용하다고, 여성스럽다고…

그렇게 살면 힘들지 않겠냐고,

조금 더 당당해도 된다고.”


그는 잠시 고개를 돌려 그녀를 바라봤다.

“그건, 아직도 맞는 말이지.”


소이는 옆자리에서 천천히 다리를 꼬았다가,

살짝 들어 그의 다리 위에 걸쳤다.

“이런 게 유행이었어요. 기억 안 나요?”


그는 당황한 듯 웃으며 얼굴을 돌렸다.

“이건 반칙이지… 이런 자리에서.”


소이는 시선을 창밖에 두고 장난스럽게 입꼬리를 올렸다. 그의 마음이 잔 위에서 미세하게 흔들렸다.

그 긴장감이 자신에게로 스며드는 걸 느꼈다.


“비 속에서 같이 걸을까?”

그가 조용히 말했다.


소이는 아무 말도 하지 않았다. 그의 등 뒤로 흘러내리는 조명이 오래된 가을의 기억처럼 따뜻했다.


화, 목 연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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