로맨스는 회피 속도

본능적인 위험 감지와 회피 속도, 그러나 호기심도

by 소이

노트북으로 연수 강좌를 틀어놓고 있었다. 선배는 샤워 중이었다. 저녁의 고요한 시간, ’띵동‘ 갑자기 문자가 왔다.


이전의 ‘엄친아 오빠’. 오빠라기에는 나이차이는 좀 있던 아빠의 친구분 아들. 가족들 모두 함께 군의관 면회도 갔고 내 친구를 소개해줬던 사람. 어른들이

친하게 지내라고 하셔서 종종 식사도 했고 마지막엔 개업을 앞두고 내게 작명을 시키고 마음에 안 든다고 장난스럽게 채근하던 그 웃음이 떠올랐다.


그날 온 건, 내가 태어나서 받아본 문자 중 가장 긴 문자였다. 편지로 치면 두 장은 될 거 같은…


그 순간, 욕실 문이 열리며 선배가 나왔다.

“소이, 뭐 해?”


문자 창엔 이런 문장이 보였다.


“부모님께 들었고, 내 감정은…

네가 결혼한다면 난 그 자리에 참석 못할 것 같아…

….

….

….”


나는 본능적으로 ‘위험하다’는 걸 느꼈다. 이런 사건은 큰 오해를 부를 수 있다는 걸 직감했고 거의 반사적으로 메시지를 삭제했다.


”아… 평점 채워야 해서, 강좌 좀... “


선배가 다가와 나를 살짝 안았다. 촉촉한 과일 향이 공기 속으로 번졌다. 그 품 안에서, 긴장이 천천히 녹았다.


그 후로, 그 ‘엄친아 오빠’에게선 더 이상 연락이 없었다. 나도 연락하지 않았다.


가끔은 문득 궁금해진다. 그 문자의 나머지 문장들에는 어떤 마음이 숨겨져 있었을까.


정말… 길었는데…





화, 목 연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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