환한 빛의 조각이 밖을 나서는 순간,
살갗을 가냘프게 파고드는 쓰라린 추위가 스며들던 무렵, 그날 밤 소이는 꿈을 꾸었다.
창밖의 공기는 숨이 얼어붙을 만큼 차가웠고 빛마저 이대로 굳어버릴 것 같은 밤이었다.
어느 순간, 현실은 조용히 꺼지고 꿈이 켜졌다.
소이는 소리 한 점 없는 회랑 위에 서 있었다.
천장에는 얼어붙은 별빛들이 조각처럼 매달려 있었고, 얼음의 바람이 스칠 때마다 그 조각들은 목마른 비명 같은 울음을 내지르며 흔들리기 시작했다. 흩어진 은빛 가루는 눈송이처럼 서서히 아래로 떨어졌다.
그 파편들이 회랑 밖으로 흘러나가는 순간, 환한 빛은 곧바로 냉기로 변해 소이의 살을 쓰라리게 찔렀다. 마치 보이지 않는 손끝이 얇은 칼날처럼 그녀의 심장을 스치는 듯했다.
그때, 꿈속에서도 두 개의 온도가 서로 다른 방향에서 다가오고 있다는 걸 느꼈다.
먼저 등 뒤에서 밀려오는 무겁고, 깊고, 따뜻한 체온.
돌아보지 않아도 알 수 있었다.
선배.
말투는 투박하고 표정은 어두웠지만 어떤 말보다 마음을 데워주는 따뜻한 눈빛을 가진 남자. 서툴고 묵직하지만 누군가의 아픔을 대신 들어주는 사람이었다.
그는 말없이 다가왔고, 그의 그림자는 소이의 발끝을 지나 빙점 아래의 회랑 전체를 조용히 감싸듯 내려앉았다.
잠시 뒤, 빛의 조각 사이에서 또 하나의 기척이 미끄러지듯 다가왔다. 가느다란 발자국. 부드러운 웃음. 천사처럼 환한 기운.
연우.
곱고 부드러운 말투, 빛처럼 다정한 온도. 그녀에게 처음 사랑이라는 감정을 알려준 그를 자연스레 떠올리게 하는 존재.
그러나 그 안에는 쉽게 닿지 못할 냉기와 그림자가 함께 잠들어 있었다.
그는 사람들에게 ‘빛’으로 보였지만 빛을 온기로 바꾸지 못하는 남자였다. 세상이 구분하는 ‘빛’과 ‘어둠’의 경계를 그 누구보다 정확히 알고 있었기에 사실 그는 아주 미세하게 ‘어둠 쪽’에 서 있었다. 그 주변의 공기는 오히려 더 차갑고 서늘하게 일렁였다.
그가 가까워지는 순간, 소이의 감각이 예민하게 반응했다.
처음엔 달콤할 만큼 부드러운 기척. 그러나 곧 그 아래 숨어 있던 뜨겁고 검은 불길의 냄새 유황의 잔향이 얼어붙은 회랑을 천천히 덮으며 번져갔다.
소이는 꿈 한가운데에서 두 온도 사이에 홀로 서 있었다.
한쪽은 그녀를 녹일 듯한 따뜻한 어둠 같은 빛.
다른 한쪽은 숨을 얼리고 태우는 빛의 끝에 걸린, 인지되지 않는 어둠.
그때,
회랑의 얼음 바닥이 아주 가늘게 마치 그녀의 심장에 금이 가듯 조금씩 갈라지기 시작했다. 꿈은 부서지는 얼음처럼 날카로운 소리를 내며 떨렸다.
소이는 숨을 깊게 들이마셨다. 빙하 속에서 오래도록 잠들어 있던 숨결을 깨우듯, 폐부 곳곳에 차오르는 얼음의 고통을 뜨겁게 내쉬었다.
깨고 싶은 꿈. 하지만 너무 선명해서 깨지도, 도망치지도 못하는 꿈이었다.
얼음 바다 위로 솟구친 빙괴들.
빛이 얼어붙어 찌그러진 조각이 된 듯한 풍경.
프리드리히는 이 작품에서 ‘붕괴된 세계 속 고독’과 ‘차갑게 얼어붙은 시간’을 상징적으로 그렸다.
꿈속에서 마주한 환한 빛과 쓰라린 추위, 두 온도의 대립과 부서지는 감정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