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가 화난 어느 날, 사실 이유는 잘 모르는…
문이 열리는 소리가 평소보다 훨씬 거칠었다. 거실로 들어오는 선배의 걸음엔 억눌린 감정이 그대로 묻어 있었다.
“소이.”
그 한마디만으로도 하루 종일 눌러두었던 그의 불안과 분노가 겉으로 드러나기 직전이라는 걸 알 수 있었다.
소이는 천천히 고개를 들었다. 입술 끝에 평온한 작은 웃음을 만들었다. 어깨를 살짝 낮추고 고개를 조금 기울인 채 상냥하고 부드럽게.
어릴 적부터 폭발하는 사람들 사이에서 상대를 자극하지 않기 위해 본능처럼 만들어 온 생존 방식이었다.
“선배… 식사는 하셨어요? 늦었어요. 씻고 와요.”
사실 미소는 다정했지만 거리 두는 방식의 부드러움이 있었다. 마음은 닫아두고 표정만 따뜻한 상태.
그게 오히려 선배를 더 자극했다.
“왜 그래?
왜 자꾸 피하냐고.”
목소리가 낮게 떨렸다. 불안이 분노의 모양을 한 채 드러나는 순간.
소이는 말없이 그의 팔을 가볍게 잡고 살며시 순수한 표정으로 웃었다.
“아니에요. 선배…
정말 피곤해 보여서요.”
그 말조차 소이의 방어였다.
선배의 눈빛이 흔들렸다.
화를 내고 싶은데 화를 내면 소이가 더 멀어질까 봐 그걸 스스로도 알고 있어서 더 괴로운 얼굴이었다.
결국 그는 아무 말도 못 하고
옷도 제대로 갈아입지 않은 채
침대에 몸을 눕혔다.
숨이 거칠게 올라왔다 내려갔다. 참아온 감정들이 얼굴에 그대로 남아 있었다.
잠시 후 그는 조용히 잠에 들었다.
긴장으로 굳어 있던 이마 질투와 두려움 사이에서 억누르던 턱선 모든 게 잠시 무너져 아주 어린 얼굴이 드러났다.
소이는 침대 옆에 조용히 앉았다.
그의 머리카락에 손을 올렸다.
조심스럽게 깨우지 않도록.
그의 이마를 지나 헤어라인을 따라 손가락을 부드럽게 움직이며 그가 들리지 않을 만큼 작은 목소리로 속삭였다.
“괜찮아요… 선배.
다 괜찮아.”
그 말은 선배를 위한 말이기도 했지만 소이 자신에게 하는 말에 더 가까웠다.
“괜찮아요. 이번에도 다.”
밤은 조용했다. 소이 마음속 빈 잔 위로 고요한 달빛이 외로움처럼 가만히 내려앉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