결정을 끝낸 사람

자기 자리를 지키고 싶은 그

by 소이

내가 처음으로 조언이라는 말을 건넸던 날이었다. 그는 나보다 열 살이 많았고 그 차이는 평소에는 거의 드러나지 않다가 이런 순간에만 조용히 모습을 드러냈다.


약혼녀 앞에서 그는 다시 한번 보호자라는 위치로 돌아가고자 하는 남자처럼 보였다.


흔들리지 않는 쪽,

판단을 내려야 하는 쪽,

자기 자리를 지켜야 하는 쪽에

서 있으려는 태도였다.


그는 더 이상 망설이지 않았다.

그 점이 나를 놀라게 했다.


평소의 그는 항상 한 박자 늦게 움직였고 내 반응을 살핀 뒤에야 다음 선택으로 나아가는 사람이었는데 그날의 그는 이미 모든 판단을 끝낸 사람처럼 보였다.


공기가 먼저 바뀌었다. 아무 말도 없었지만 공간의 밀도는 분명히 달라졌다. 숨이 닿기 전부터 그의 체온이 조용히 주변을 채웠다.


나는 그가 나를 바라보는 시선에서

망설임을 거두었다는 걸 느꼈다.


그의 손길에는 질문이 없었다. 대답을 요구하지도 않았다. 확인이나 설득이 아니라 이미 선택이 끝난 사람의 태도였다.


나는 그가 이 밤을 통해 오랫동안 억눌러 두었던 긴장을 차분히 정리하고 있다는 걸 알았다. 그는 언제나 자신이 가장 신뢰하는 방식으로 세상을 정리해 온 사람이었으니까.


그는 급하지 않았고 과하지도 않았다. 단지 뜨거웠다. 절제된 사람이 마침내 절제를 거두었을 때만 드러나는 온도였다.


그는 나를 밀어붙이지 않았다. 대신 벗어날 수 없게 했다. 선택지가 사라지는 쪽에 가까운 방식으로.


그는 내게 내가 그의 여자라는 말을 남겼다. 확인이라기보다는 자기 자신에게 천천히 각인시키는 말처럼.


금요일 연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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