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날 저녁은 조용했다. 선배는 의자에 앉아 있었고 재킷도 벗지 않은 채 등을 기대고 앉은 모습이 유난히 무거워 보였다.
“오늘… 많이 힘들었나 봐요.”
내가 말하자 그는 고개만 끄덕였다. 대답조차 꺼내기 버거운 얼굴이었다.
말없이 작은 병을 꺼냈다. 뚜껑을 여는 순간, 방 안에 은은한 아로마 향이 퍼졌다. 라벤더와 우디한 잔향이 섞인, 깊게 숨 쉬게 만드는 냄새였다.
“이거… 괜찮을까요?”
“잠깐만요.”
나는 살며시 그의 뒤에 섰다.
그는 조금 민망한 듯 망설였다. 잠시 후, 재킷을 벗고 셔츠 단추를 두어 개 풀었다. 드러난 어깨선에는 하루의 고단함이 그대로 얹힌 듯한 긴장이 보였다.
오일을 손에 덜어 천천히 문질렀다. 손바닥이 따뜻해지자 그대로 그의 어깨에 얹었다.
처음엔 아주 가볍게.
그가 작게 숨을 내쉬었다.
“괜찮아요?”
내가 묻자,
“…응.”
짧은 대답이 돌아왔다.
사실 어깨 통증 때문에 마사지를 받아본 적은 있어도, 누군가에게 직접 해주는 건 처음이었다. 어설프게, 목 아래에서 어깨로 굳은 근육을 따라 원을 그리듯 손을 움직였다.
오일이 피부 위로 퍼지면서 손인지 온기인지 분간이 흐려졌다.
“이렇게 가만히 있는 게…”
그가 낮게 말했다.
“생각보다 어렵네.”
잠시 숨을 고른 뒤,
“손이… 작고 부드러워서.”
그가 덧붙였다.
“자꾸 힘이 풀려. 나른해.”
“그래요?”
나는 조금 수줍게 웃었다.
“숨만 쉬는 데 집중해요. 나머지는 내가 할게요.”
그의 등이 아주 미세하게 내려앉았다. 긴장이 풀리는 소리가 들리는 것 같았다.
손이 어깨에서 목으로 다시 어깨로 돌아올 때 그는 더 이상 말을 하지 않았다. 대신 내 손이 멈출 때마다
조금 아쉬운 듯한 숨이 따라왔다. 나는 아무 말도 하지 않았다. 아주 천천히 손을 움직였다.
손을 떼려는 순간, 선배가 살며시 내 손목을 붙잡았다.
“잠깐.”
그는 내 손목을 가볍게 돌려 당겼다. 나는 균형을 잃지 않으려고 한 발을 옮겼고, 그 사이 그는 나를 끌어당겼다. 아주 가까이. 가슴이 닿기 전 숨이 먼저 섞였다.
그는 나를 안았다. 끌어안기보다는 넘어지지 않게 받쳐주는 가벼운 느낌에 가까웠다.
“너…”
그가 낮게 말했다.
“점점 더 가벼워지는 것 같아.”
웃으려다 말았다. 그 말이 따뜻해서 가슴 안쪽이 잠시 울렁였다.
“저… 괜찮아요.”
“저체중은 아니에요.”
“알아.”
그가 고개를 조금 숙였다.
“그래도.”
그 한마디에 달콤한 감정이 묻어 있었다.
내 눈이 잠깐 뜨거워졌고, 그의 입술이 아주 조심스럽게 눈가에 닿았다.
숨을 멈췄다. 그는 잠시 머물렀다가 천천히 멀어졌다.
“늘,”
그가 말했다.
“무슨 일이든 무리하지 말고.”
나는 대답 대신 그의 셔츠 자락 끝을 살짝 잡았다.
그날, 손목에 남은 온기와 입술이 닿았던 짧은 감각은 한동안 쉽게 사라지지 않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