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동에서(소설구상장면)

BGM: 이루마 – “Stay in Memory”

by 소이

그날은 우연이었다.

적어도 그렇게 믿기로 했다.


카페 ‘루소’

정동제일교회 돌담을 따라 걷다 마주친

오래된 붉은 벽돌 건물.


여기서 음미하는 커피는

단순한 음료가 아니라

하루 중 가장 따뜻한 잔 위에 담긴 온기처럼 느껴졌다.


오늘은 라오스산 핸드드립.

고요한 산미와 초콜릿 같은 끝맛이

공간을 편안하게 데워주었다.


햇빛은 느리게 흘렀다.

순간 네가 앉아있음을 알아차렸다.

건너 테이블에 마주 앉아 있었다.

눈이 마주치자 너는 다가왔다.

네 옆엔 누군가의 핸드백이 있었고,

내 옆 자리엔 다른 사람을 위해 미리 주문한 커피 한 잔이 조용히 남겨져 있었다.


“여기, 여전히 커피는 약간 쓰더라.”

그 말이 전부였다.

우리는 찰나에 서로의 눈동자에서

계절 몇 개쯤은 흘려보냈다.


창가의 은빛 커튼이 살짝 흔들렸다.

웃음은 없었지만 그 순간은 충분히 따뜻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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