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GM: 정재형 – “Le Petit Piano 중 사랑하는 이들에게”
르 알래스카는 그런 곳이었다.
약속은 없었지만…
가끔 누군가를 마주칠 것 같은 기대를 안고
문을 열게 되는 곳.
누군가를 기다린다는 말 대신
따뜻한 포카치아 하나를 시키는 습관이 생긴 것도,
아마 그 무렵부터였을 거다.
르알래스카의 커피는
뜨겁게 내린 에스프레소 위에
투명한 눈송이 같은 빙수 얼음을 사르르 얹혀 준다.
마치 여름과 겨울이 입 맞춘 것처럼.
늘 앉던 자리인
카페 문 왼쪽 이쁜 창 앞 낡은 소파에서
나는 커피를 마시고 있었다.
햇빛이 커튼 없이 흘러들고
바깥은 조용한 외떨어진 골목.
시간은 조금 느리게 흐르는 오후였다.
그때, 낡은 종소리와 함께
문이 열리는 소리가 났다.
그리고 익숙한 얼굴 하나가 들어왔다.
친구였다.
인연인지 우연인지.
우리는 말없이 웃었고
그 친구는 마치 약속이라도 한 듯
내가 앉아 있는 자리로 왔다.
잠시 후,
또 다른 누군가가 문을 열었다.
이번에도 아는 분이었다.
예전엔 매일 얼굴을 보던
지금은 이름이 조금 어색한 그런 사이였다.
아무도 약속하지 않았고,
아무도 놀라지 않았다.
그게 르 알래스카의 방식이었다.
사람을 ‘만난다’라기보다
‘마주친다’는 느낌이 드는 광장 같은 곳.
그 둘은 서로 모르는 사이였지만
내 소개에 자연스럽게 손을 내밀었고,
서로의 미소 속에 작은 우정이 피어났다.
우리는 커피 향을 느끼며 따뜻한 빵과 함께
즐거운 이야기를 이어갔다.
문득 그곳이, 그들이, 그 시간이 그립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