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GM: Indigo_이루마
아띠제는 빵도 맛있고, 팥빙수도 맛있는 곳이다.
하지만 나에게 아띠제는, 그보다 더 오래 남은 맛이 있다.
수강하는 수영 수업을 마치고 나가는 길, 그녀를 처음 만났다.
로커룸을 지나 현관 앞에 다다랐을 때,
그녀는 갑자기 뛰어나와 내 앞을 가로막더니, 숨을 몰아쉬며 말했다.
“같이, 커피 한 잔 할래요?”
당황할 틈도 없이, 나는 그녀를 따라 아띠제로 들어섰다.
유리창 너머로 오후 햇살이 반짝였고, 우리는 아이스 아메리카노를 주문했다.
수영 끝, 물기 머금은 몸으로 마시는 차가운 아아.
그날 아띠제의 커피는 유독 산뜻했다.
텁텁하지 않고, 입 안을 맑게 가시게 하는 기분.
사실 그 커피의 맛은 그녀를 닮아 있었다.
시크하고 깔끔했지만,
한 모금 마시고 나면 왠지 모르게 따뜻한 느낌이 남는.
그녀의 눈빛은 무심한 듯 다정했다.
나는 그 눈빛과 커피 사이 어딘가에서
이상하게 편안해졌다.
한동안 우리는 자주 만났다.
수영 수업이 끝난 날이든, 아니면 그냥 특별할 것 없는 어느 날이든.
나는 늘 그녀의 이야기를 들었다.
원래 나는 사람의 말을 듣는 걸 좋아한다.
목소리의 높낮이, 말끝의 숨결, 가끔 조용히 비어 있는 침묵까지.
그녀는 자기 일을 말했고,
가족 이야기도 했다.
어쩌다 꺼내놓은 어린 시절의 슬픔,
그리고 아주 조심스럽게 꺼낸 사랑 이야기도.
그녀의 사랑은…
마치 프랑스 영화 같았다.
잔잔한 피아노 선율 위에,
도시의 오후와 와인 잔, 그리고 절제된 열정이 깃든.
그 사람과 함께 걸었던 강변,
말없이 바라본 콘서트홀의 불빛,
카페 창가에서 나눈 눈빛 한 조각까지.
나는 그 사랑 이야기를 듣고 있으면서
괜히 마음이 간질간질했다.
그녀는 사랑을 참 예쁘게 기억하는 사람이었다.
그래서였을까.
그녀와 마시는 커피는, 그냥 커피가 아니었다.
작은 이야기 하나하나가 맛의 깊이가 되어
산뜻한 아아 한 잔을, 감정의 풍경으로 바꾸고 있었다.
지금도 아띠제에 가면, 그때 그녀와 함께 마셨던 커피가 생각난다.
차가웠지만 따뜻했고
잊히지 않는 여름의 정가운데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