바람은 아직 낮은 숨을 쉬고
기와 끝을 스치며 노오란 하늘빛이 번진다.
처마는 직선의 무례를 모르는 듯
끝자락을 살짝 들어 올려
하늘과 눈짓을 나누며
그 곡선 위에 햇살 한 줌이 기울어 앉는다.
풍경소리는 그 곡선을 따라 떨어지며
은빛 물결처럼 차갑고 길게 울린다.
한 번은 가볍게,
또 한 번은 오래도록,
마음 한쪽 깊은 곳까지 스며든다.
마주 서 있는 우리
풍경소리에
말 한마디 없이
서로의 마음을 스치며
그 곡선처럼 천천히 파동 되어
저녁빛에 흩뿌려진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