NEW HOME

헌 집 줄게 새집(좀) 다오_1

by 이알


대한민국 수도권의 1 주택자가 되기 위한 평범한 맞벌이의 이야기


라고 하기에는 수도권의 기준도, 중산층의 구분도 애매모호해진 지금 2021년 현재까지의 NEW HOME에 대한 기록을 해둬야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시작도 하기 전에 온갖 걱정이 줄줄이 끊임없는 나와는 달리, '행복은 늘 있지만, 불행은 갑자기 닥친다'라는 신조로 롸잇나우 주의자인 H. 내 남편의 의도와 결심, 결단이 이끌어온 어쩌면 2년을 꽉 채울지 모르는 이야기를 조금씩 풀어봐야겠다.





- 2016년 10월


'우리는 맞벌이 특화 집에서 삽니다'


H와 나는 사내커플이었고, 결혼을 앞두고 주거 공간에 대해 사실 별 생각이 없었다.

도보 10분 거리 사내 기숙사에 살고 있던 남자와 30분마다 회사 셔틀이 다니는 (너무 멋지고 진귀한) 부모님의 집에 살고 있던 여자는 결혼을 위한 가장 큰 복병인 주거문제를 앞두고 의견 차이 없이 여자가 살고 있던 아파트를 매수했다.

DINK족은 아니었기에, 결혼 후 아이를 낳고 퇴사를 할 생각도 없었기에, 자연스럽게 부모님과 손주 라이프를 위한 최적인 장소였다.

곧 2년 차를 맞이하는 대단지 아파트, 5분 내로 도보 가능한 초등학교와 중학교가 있는 아파트.

부동산 투자가 주업인 듯한 매도인을 만나 우리는 단지 내에서 가장 좋다는 로열동, 로열층의 집을 아주 깨끗한 조건으로 매수했다.

지금 와서 신의 한 수라면 신축 특유의 틀에 박힌 싱크며 벽지, 마루가 마음에 안 들어 인테리어를 하고 싶어 했던 나를 뜯어말린 엄마와 부동산 아주머니의 말을 들었다는 사실이다.

'나중에 매도할 때 기본 그 자체가 제일 잘 나가~'



부모님 집에서 우리 집으로 이사 가는 날 *.* (걸어서 5분 이사 완료)



엄마 집과의 거리는 도보 5분 내외. 언제든 인터폰만으로도 할아버지 할머니를 부를 수 있는 아이에게 지금의 아파트에서 산다는 건 사실 최적의 조건이었다.

돌아보면 5명 중 3명이 또래이고, 치열한 어린이집과 유치원의 경쟁에서 (우리 이뽕이는 광탈했지만) 승리한다면 중학교까지 엄마 맘 편하고, 원하는 프랜차이즈가 즐비해 ( 아이가 처음 먹어본 외부음식이 스벅 스박주스였다) 다 누릴 수 있었다.

특히나 글의 서두에도 언급된 우리 부부의 직장으로 갈 수 있는 셔틀버스의 혜택이 어마어마해서 실제로 사외 기숙사라는 말도 우스갯소리로 많이 했다.

그로 인해, 아파트 매물 가격은 평온의 그래프였다. 신축 메리트가 꺾이는 5년 차 에도 주변 신축 가격과 차이 없이, 지역 내에서 진귀할 정도로 조금씩 오르며 유지하고 있었다.




-2019년 -


'이뽕이에게 좋은 곳으로 이사를 가고 싶어'


맞벌이 부부임에도 혜택 받은 친정집 5분 거리에 살고 있는 우리 부부는 늘 남들의 부러움의 대상이었다.

서울에 사는 친구들은 결혼과 동시에 '대출'로 인해 아이가 있는 삶을 누리는 것이 사치였고, 우리보다 더 서울과 먼 거리에 살고 있는 친구들은 '문화 서울'에 대한 아쉬움으로 한숨이었다.

주말이 되면 엄마 아빠를 온전히 차지할 수 있는 아이의 눈은 늘 기대로 가득했다.

'아빠 오늘은 어디로 데려가 줄 거야?' '엄마 오늘의 신기한 건 뭐야?'

거짓말 안 하고 매 주말마다 우리는 아이와 함께 어디든 갔다. 코로나로 인해 해외여행을 못하게 된 2020년도부터는 현저히 사진첩 속의 '집'과 놀이터의 아이가 대다수이지만, 1시간 거리부터 4-5시간 거리, 20시간 거리의 유럽, 하와이 등등 정말 많이 다녔다.

아무것도 기억할 줄 모를것 같았던 아이가 20개월에 갔던 이탈리아를 자기 전에 문득 이야기하는 것을 경험하고 나니, 내가 지금 살고 있는 이곳이 너무나 할 게 없는 지역이었다.

주말, 근처 대형마트 지하 주차장에 들어가는 그 긴 줄의 차 안에서 H와 나는 이런 이야기를 나누었다.



“이래서 이사를 가나 봐.”



아이가 태어나고, 아이에게 보여주고 경험해줄 것이 이제는 대형마트와 백화점뿐인 이 도시에서 우리 부부는 이사에 대한 막연한 결심을 하게 되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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