간식인 듯 반찬인 듯 한 그 요리
다들 포테이토 좋아하시죠? 갓 튀긴 포테이토는 짭조름한 맛에 손이 가고, 바삭거리고 부드러운 그 맛에 다시 한번 손이 가는 음식이죠.
한국판 포테이토 튀김이라면 아직까지 반찬계의 스테디셀러인 '감자채볶음'이 있지 않을까 싶은데요. 적당한 소금간이 되어 있는 감자채 볶음이면 밥 한공기도 뚝딱이죠.
감자채볶음 만드는 것부터 알아보고 가실게요.
재료준비 : 감자 3개, 양파 반 개, 당근 40g 정도, 식용유 2스푼, 소금 1작은술, 후추 톡톡
1. 양파 및 당근 그리고 주 재료인 감자를 깨끗이 씻고 껍질을 벗깁니다. 당근은 조금만 사용해 주세요.
2. 모든 재료는 채 썰어서 준비해 주세요. 3~4mm 정도로 썰어주시면 돼요
3. 채 썬 감자는 물에 담가서 1차로 전분기를 없애 주고 갈변도 막아줍니다.
4. 채 썬 감자는 소금 1작은술 넣은 끓는 물에 넣고 1분 정도 데쳐줍니다.
5. 예열된 팬에 식용유 1스푼을 넣고 당근부터 볶아줍니다. 30초 정도 중강불에 볶아주세요.
6. 양파를 넣고 30초 정도 볶아주시고요.
7. 식용유 1스푼을 더 넣고 물기를 빼준 감자채를 넣고 볶아주세요. 이때 소금 간을 맞춰 주시고 후추도 톡톡 뿌려주세요.
8. 완성이에요.
대부분 이렇게 전분기 없는 감자볶음을 만드시는 것 같아요. 제 어렸을 때 어머니가 만드는 방식은 전분기를 빼지 않고 썰어서 바로 볶아 주셨거든요.
그리고 당근 같은 색감 넣는 재료도 사용하지 않으셨어요. 말 그대로 감자만 채 썰어서 프라이팬에 기름 두르고 달달달 볶아 주셨죠.
소금이 덜 들어가도 감자 고유의 고소한 맛에 더 먹게 되거든요. 간이 낙낙하게 되어있으면 그 나름 밥반찬으로 또 한입 더 먹게 되고요.
어머니께서 만들어 주시던 감자채는 전분기가 어우러져서 약간 끈적이는 음식이 만들어지는데요. 저는 오히려 그 식감이 좋아서 되도록 물에 헹궈내지 않고 볶습니다.
제가 일하는 장애인 분들은 그런 식감을 좋아하지 않으셔서 전분을 조금 빼고 있지만요. 전분이 없는 감자채는 포슬포슬한 식감을 느낄 수가 있죠.
1. 엄마 손맛이 깃든 감자볶음.
저뿐만 아니라 많은 분들의 어린 시절 밥상 위 자주 올라오던 반찬 중 하나는 '감자볶음' 아니었나 생각됩니다.
부드럽고 포슬포슬한 감자에 살짝 짠맛을 더한 소금 간, 어머니의 손맛에 따라 햄이나 당근이 섞여 있기도 하겠지요.
하지만 기본은 간단하잖아요. 우리네 어머니께서는 감자를 썰고 볶았고, 어린 시절 우리들은 그렇게 식사 시간을 기다렸죠.
반찬이 많지 않은 시절이었지만 감자볶음 하나면 밥 한 공기는 사라지지 않던가요. 저는 밥공기를 비우고도 감자볶음을 숟가락으로 긁어먹었던 기억이 있습니다.
그 시절 왜 그리도 감자볶음이 맛있었는지, 아마도 단순한 재료의 맛이 아닌 함께 식사를 한 가족들의 시간이 담겨 있어서 그렇지 않을까 합니다.
하루 종일 고된 집안일을 하시고 감자 한 개를 썰어 프라이팬에 올린 다음, 으스러지지 않게 만들어 주셨던 어머니의 뒷모습을 아직도 기억합니다.
2. 자쥐방에서 마주친 감자 한 알
대학에 들어가 자취를 시작했을 때, 처음으로 제 손을 이용해서 감자볶음을 만들어 봤었죠. 간단하게 만들 수 있을 줄 알았거든요.
웬걸... 칼질할 때부터 감자채를 써는 건지, 포테이토를 만드는 건지 구분이 안될 정도로 뭉툭하게 잘라지고.. 도대체 맛있게 익히려면 얼마나 볶아야 하고 기름은 얼마나 넣어야 하는지 그 답답함이란.. 겪어 본 분들은 알 거예요.
거기다 소금은 얼마나 넣어야 밥이랑 함께 먹을 맛있는 감자볶음이 완성되는지도 모르고 그냥 무식하게 볶았던 것 같습니다.
당연하게도 완성된 감자볶음은 속은 익지 않아서 서걱거리고 소금은 얼마나 때려 부었는지 겉은 짜고 반찬으로 먹기도 전에 쓰레기통을 들어갔습니다.
의기소침해서 한동안 만들지 않았어요. 그래도 먹고살아야 하기에 몇 번을 시도하고, 또 버리는 과정을 겪고 나서야 감자볶음은 기술보다 ‘익숙함’이 필요한 음식이라는 것을 알게 되었습니다.
엄마의 손길이 배어 있던 요리였기에 맛있었던 것이고, 나는 나만의 방식으로 익숙하게 만들어야 했던 것이죠.
그렇게 점점 먹을만해지는 감자볶음을 보면서 어머니의 노고를 생각하게 되었던 것 같습니다. 간단하게 생각한 이 반찬도 힘든데 매일 상차림을 준비하신 어머니를 생각하니 가슴이 아려 왔습니다.
3. 감자볶음 단순함이 주는 위로
누군가 집밥을 그리워하는 사람에게 감자볶음은 '위로'가 되지 않을까 합니다. 평범하지만 시간과 정성이 녹아 있는 음식이기에 더 각별하게 다가오지 않을까요.
따듯한 밥 위에 감자볶음을 올려 먹는다면 어느새 마음이 누그러지는 듯싶습니다. 그 안에는 추억과 감사함 그리고 나이 듦에 남다른 소회가 느껴지겠지요.
우리들은 복잡한 음식만이 맛있다고 여기는 것 같습니다. 특히 먹거리가 풍부해진 요즘 같은 때에는 셰프들의 현란한 요리만이 최고라고 여기는 사람들이 많은 것 같고요.
하지만 진짜 위로는 단순한 것에서 온다고 생각합니다. 영화 라따뚜이의 레미가 최종 테스트 요리인 추억의 ‘라따뚜이’를 만든 후 이고가 추억에 잠기듯, 우리에게 필요한 것은 어렵고 복잡한 요리가 아닌 단순한 그 시절 반찬이지 않을까 싶습니다.
일주일에 한 번 저는 감자를 꺼내 껍질을 벗기고, 소금 한 꼬집과 식용유 한 숟갈, 그리고 약불에 천천히 추억을 만들고 있습니다.
이 단순한 요리는 누군가의 기억 속 따듯한 저녁일 수도 있고, 자취방 냉장고 속 마지막 재료일 수도 있겠죠.
무엇보다 감자볶음은 그날 하루를 살아낸 우리 모두에게 보내는 작은 위로가 될 것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