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마당까지 전해지던 멸치육수향 가득

군침 돌던 어머니가 만들어 주신 칼국수

by 요중남

재래시장 자주 가시나요? 저는 시장을 자주 나가는 편입니다. 큰 시장이나 작은 시장 구분 없이 먹거리가 풍부하죠. 제가 살고 있는 대구에는 서문시장이라는 곳이 있습니다. 많은 먹거리가 있지만 그중에서도 칼국수가 유명하죠.


다른 음식에 비해 가격도 저렴한 편이고 추운 날 지나다 보면 자연스레 칼국수 한 그릇이 생각납니다. 멸치육수에 부드럽게 잘 삶긴 칼국수 면발은 보기만 해도 침이 고이죠. 얼었던 몸이 사르르 녹아드는 그 맛은 먹어본 사람만 알죠.


누가 만들어 주는 칼국수도 좋지만 직접 끓여 먹는 나만의 칼국수도 또한 재미 아니겠어요.


칼국수 만드는 법 빠르게 알아보고 갈게요.


필수재료 : 칼국수면 150g, 감자 작은 것 1개, 국간장 1스푼, 참치액젓 1스푼, 소금 조금, 후추 톡톡, 김가루 조금, 고춧가루 1작은술, 손질된 멸치 20g, 양파 1/2개, 물 1.2L


KakaoTalk_20241210_202727487_04.jpg

1. 육수 먼저 만들어 주세요. 준비된 멸치와 물, 양파를 넣고 강불로 끓여 주세요. 10분 정도면 끓기 시작하는데 끓는 시점부터 중불로 바꾸어 15분 정도만 우려내시면 됩니다.

KakaoTalk_20241210_202727487_10.jpg

2. 우려 놓은 육수는 채반에 받쳐서 건더기는 버려주시고 국물만 따로 보관해 줍니다.

KakaoTalk_20241210_202727487_08.jpg

3. 칼국수 국물을 만들어 줄 건데요. 감자는 먹기 좋은 크기로 잘라서 물에 담가 줍니다. 전분기가 많으면 국물이 텁텁해지거든요.

KakaoTalk_20241210_202727487_05.jpg

4. 칼국수 면 삶을 물을 올려 주시고요. 면이 충분히 담길 만큼 넣고 강불로 끓여줍니다.

KakaoTalk_20241210_202727487_11.jpg

5. 만들어 놓은 멸치육수에 감자를 넣고 팔팔 끓여줍니다.

KakaoTalk_20241210_202727487_12.jpg

6. 그사이 끓는 물에 칼국수를 넣고 전체 익는 시간의 70% 정도만 삶아 줍니다.4분 정도만 중강불에 끓여주시면 돼요.

KakaoTalk_20241210_202727487_15.jpg

7. 면이 익을 동안 육수 간을 합니다. 분량의 참치액젓, 국간장, 모자란 간은 소금으로 맞춰주세요.

KakaoTalk_20241210_202727487_16.jpg

8. 익은 면은 채반에 건져서 물로 한번 헹궈 주세요. 전분기를 조금 없애야 하거든요.

KakaoTalk_20241210_202727487_17.jpg

9. 팔팔 끓는 육수에 면을 투하해 줍니다.

KakaoTalk_20241210_202727487_18.jpg

10. 2~3분 정도 더 끓이시면 됩니다. 취향에 따라 시간은 조절해 주세요.

KakaoTalk_20241210_202727487_21.jpg

11. 썰어놓은 대파랑 김가루등으로 고명을 올리시면 완성이에요.


정말 간단하죠. 요즘은 면도 잘 나오는 편이고, 육수도 간단하게 만들 수 있어서 별다른 추가 재료 없이도 한 끼 금방 만들어 먹을 수 있습니다. 그리고 칼국수에 이것저것 많이 넣으면 고유의 맛이 나지 않는 것 같고요.


제가 자주 다니는 길이 있는데 점심시간쯤 그곳을 지날 때면 항상 멸치육수 냄새가 진하게 피어오릅니다. 좋은 재료를 쓰시는지 비린향은 전혀 없고 입으로 느껴져야 할 감칠맛이 후각으로도 알 수 있을 만큼 맛있는 냄새가 납니다.


어렸을 때도 자주 맡았던 향기이기에 더 익숙하고 그리운 냄새인 듯싶습니다. 칼국수에 녹아 있는 추억을 한번 살펴볼까요.




어린 시절 저마다의 생각나는 특식이 있으시죠? 제 나이또래 분들은 요즘 자라나는 아이들만큼 많은 음식을 먹고 크지는 않았을 거예요. 저같이 시골에 살던 사람들은 햄버거나 피자도 귀한 시절이었으니까요.


서양요리는 티비에서나 봤지 직접 먹어 본 것은 서울 와서 처음으로 맛보게 되었으니까요. 그때 먹었던 피자와 햄버거는 저에게 신세계였던 것은 틀림없습니다. 한입 배어물면 주욱 늘어나는 모짜렐라 치즈의 맛.


단짝 친구와 자주 갔었던 명동 하디스 매장은 아직도 기억이 납니다. 오래전이라 정확하진 않지만 버거가 컸었고 지금 버거킹맛과 비슷했던 것 같아요. 하디스가 한국에서 철수하고 나서는 롯데리아 킬러가 되었죠.


어디까지나 서울에서의 추억입니다. 마당 넓은 시골 살 때는 햄버거나 피자가 어디 있나요. 미숫가루나 식혜, 수정과 등의 음료수를 어머니께서 직접 만들어 주셨고, 겨울이면 가래떡에 군고구마를 먹고는 했죠.


아버지께서는 겨울이면 맛있는 간식을 만들어 주곤 했습니다. 찹쌀가루 반죽 안에 흑설탕을 넣고 후라이팬에 구워 주셨죠. 이름을 잊어버렸는데 모찌라 부르지 않으시고 노찌라고 하셨던 것 같아요.


호떡과는 다르게 치즈처럼 쭉 늘어지는 그 맛이 일품이었습니다. 추운 겨울에는 자주 만들어 주시고는 했어요. 지금도 생각하니 침이 고이네요.


비단 간식만 풍부하던 시절은 아니었죠. 휴일에 먹는 특식도 그리 많지 않았습니다. 일요일엔 짜파게티라지만 어머니는 인스턴트식품을 정말 싫어하셨기에 먹을 기회가 많지 않았습니다.


학교에 가지 않는 일요일이면 가끔 밀가루 반죽을 만드셨죠. 저는 옆에서 구경하는 재미가 있었습니다. 밀가루 반죽을 하실 때면 숟가락으로 물을 한 스푼씩 넣어가면 반죽 농도를 맞추셨거든요.


적당하게 찰진 반죽이 완성되면 양재기에 넣고 아랫목에 이불을 덮어서 발효시키는 모습은 아직도 눈에 선합니다. 조금의 시간이 지나면 발효가 끝나 면발을 만들 수 있게 되죠.


발효가 끝난 반죽은 커다란 밥상 위에 밀가루를 잔뜩 뿌리고 홍두깨로 밀어서 면발을 뽑으셨죠. 홍두깨 처음 듣는 분들 계신가요? 주방밀대라고도 하죠~


엉켜 붙지 않게 밀가루를 잘 묻혀 준후 고르게 펴줍니다. 그리고 잘 다듬어진 멸치와 양파, 대파, 버섯을 넣고 육수를 만드셨죠.


육수물에 면을 바로 끓이지 않으셨어요. 면발이 충분히 잠길 정도의 물을 끓인 뒤 칼국수 면을 넣고 70% 정도 익혀준 뒤 걸쭉한 물은 버리시고 다시 육수에 익혀 주셨죠.


뻑뻑한 칼국수 육수 말고 깔끔하게 만드는 칼국수를 좋아하셨거든요. 감자 한 개와 대파를 넣고 완성해 주시고, 고명으로 김가루와 호박이나 계란지단을 썰어서 만들어 주셨죠.


그리고 양념간장과 함께 상에 올리면 그날 한 끼는 배부르게 먹었던 기억이 있습니다. 별것 없어 보이는 밀가루 요리인데 생각만 해도 군침이 나옵니다.




어렸을 때 특식 종류가 그리 많지 않았습니다. 부침개나 잔치국수, 칼국수 여유가 될 때면 갈비나 소불고기를 만들어 주셨죠.


자주 먹었던 음식은 아무래도 국수 종류네요. 생각해 보면 매일 반찬 걱정 하며 주중을 지내시는데 거기다 휴일까지 무엇을 먹을까 고민하셨던 것을 생각하면 죄송해져요.


가족의 한 끼를 책임진다는 것은 여러모로 힘들 일이고 신경 쓰지 않으면 안 되는 일이거든요. 제가 요즘 매일 무엇을 해야 하나 생각하면 머리가 지끈지끈거린답니다.


그 시절 가볍게 만들 수 있지만 결코 쉽지 않은 사랑이 담긴 음식이 칼국수였던 것 같습니다. 요즘은 마트에 가면 쉽게 칼국수 면을 살 수 있잖아요.


육수도 마트에서 쉽게 공수할 수 있는 세상인데 그때만 해도 직접 반죽을 하고 면을 뽑은 뒤 육수까지 만들려면 여간 힘든 작업이 아닐 수 없거든요.


차려주는 식단을 쉽게 먹을 뿐이었는데 이제는 어머니의 노고를 충분히 알 것 같습니다. 쫄깃한 면발과 구수한 육수를 아직까지 잊을 수 없어요.


아직 어머니께서 기억을 완전히 잊어버리신 게 아니니까 다가오는 주말에는 어머니와 함께 칼국수를 만들어 봐야겠어요.


불 다루는 것은 제가 하고 반죽과 멸치 내장 따는 것을 같이 해봐야죠. 이제는 어린아이처럼 놀이를 해야지 그나마 쉽게 하시거든요.


어렸을 때 저에게 베풀어 주신만큼 저도 무엇인가를 해드려야죠. 주말에 맛있는 칼국수를 만들어서 가족과 함께 먹어야겠습니다.


여러분들도 추억의 음식을 소환해서 한번 만들어 보시는 게 어떤가요.

keyword
매거진의 이전글사랑이 담긴 요리 미역국