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머니의 미역국이 먹고 싶으면 어쩌죠
미역국 하면 떠오르는 추억이 있지 않으세요? 한국인이면 생일에 먹는 음식 중 대표적인 것이 미역국 아닐까 합니다. 생일은 잘 챙겨야 한다는 우리네 의식 속에 여러 가지 음식과 함께 대표적으로 만들어 먹던 요리가 소고기 미역국이죠.
오늘도 추억 속의 미역국을 알아볼게요.
언제나 그렇듯 오늘도 미역국 만드는 법부터 알아보고 가겠습니다.
필수재료
양지국거리 250g, 미역 20g, 물 2L, 한알육수 2알, 참치액젓 1스푼, 국간장 2스푼, 들기름 2스푼, 소금 조금
미역국에 들어갈 주재료인 소고기를 준비했습니다. 양지 국거리로 구매했고요.
마른미역은 물에 담가 준비해 주세요.
양지 국거리는 키친타월로 눌러서 핏기를 제거해 줍니다. 그래야 깔끔한 맛을 낼 수 있어요.
들기름 1스푼을 넣고 소고기를 볶아주세요. 중강불 이용해서 재빨리 볶아주시면 돼요. 미역보다 고기를 먼저 볶아 줘야 고기의 육즙도 가두고 뒤에 들어가는 재료의 감칠맛을 올려줄 수 있습니다.
양지를 1분 정도 빠르게 볶은 후 들기름 1스푼을 더 넣고 자른 미역을 중불에서 2분 정도 볶아주세요.
이때 참치액젓 1스푼을 넣고 밑간을 해줍니다.
분량의 물을 넣고 한알육수 2개도 투척해 줍니다.
바글바글 끓기 시작하면 국간장 2스푼을 넣고 간을 맞춰주세요. 중간중간 거품 제거 잊지 마시고요.
중불로 약 20분간 더 끓여주고 모자란 간은 소금으로 맞춰 주세요. 그리고 약불에서 5분 정도 더 끓여서 마무리해줍니다.
간단하죠. 갓 지은 따듯한 밥과 함께 드시면 든든합니다.
제 레시피는 양지를 삶아서 하는 법이 아닌 썰어놓은 고기를 이용해서 만들었는데요. 어머니께서는 통 양지를 구매하셔서 푹 삶아 식힌 다음 결대로 얇게 찢어서 요리해 주셨어요. 육개장 만들 듯이 일일이 고기를 먹기 좋게 찢어서 사용하셨죠.
끓여낸 고기 국물은 미역국 끓일 때 육수로 사용하시고 몸에 좋지 않은 기름은 걷어내고 만드셨죠. 여간 손이 많이 가는 일이 아닌데도 가족의 건강을 위해서 언제나 동일한 방식으로 만드셨죠. 그런데 저는 힘들고 귀찮다는 이유로 바로 사용했습니다. 반성해야겠죠...
저의 추억 속 미역국은 3가지 정도 각인되어 떠오르네요.
언제나 생일이면 어머니께서 끓여주시던 미역국
매년 한 번도 거른 적이 없었습니다. 생일이 다가오면 시장에 가셔서 선홍빛이 진한 신선한 소고기 양지를 1근 사 오셔서 직접 만들어 주셨죠. 어릴 때만 해도 가스레인지가 없었기에 연탄불 화력을 높여서 냄비에 양지를 넣고 푹 삶은 다음 한 김 식혀서 양지 결대로 찢어서 고기를 준비하셨죠.
건어물 상점에서 잘 말려진 건미역을 사 오신 다음 물에 푹 불린 후 들기름을 넣고 미역색이 변할 때까지 볶아준 뒤 육수와 함께 준비해 놓은 양지를 넣고 푹 끓여주셨죠. 연탄불에 2시간 이상씩 끓여주면 부드러운 미역과 고소한 양지를 함께 먹을 수 있거든요.
생일 아침이면 따듯한 쌀밥에 김이 모락모락 피어오르는 미역국 한 그릇, 그리고 호박전, 동태 전, 잡채까지 준비해서 밥상을 차려주셨어요. 소고기는 언제 먹어도 맛있잖아요. 푹 끓여낸 미역은 입에서 부드럽게 녹듯이 퍼지고, 직접 띄운 메주로 만든 조선간장의 감칠맛은 언제나 일품이었죠.
제 나이 50이니까 어머니는 제가 미역국을 먹을 수 있을 때부터 약 45년 정도는 제 생일 미역국을 만들어 주셨어요. 이제는 낙상 후 치매가 와서 매년 만들던 생일 미역국도 만들지 못하세요. 그저 추억 속의 음식으로만 남아있습니다. 아쉬운 것이 해마다 만들어 주시던 생일상을 사진으로 남기지 못해서 후회가 남습니다.
어설픈 솜씨로 만들어 드린 미역국
고등학교 2학년이었을 거예요. 시골에서 서울로 전학을 왔었고 그때 이사로 인해서 어머니께서 많이 힘들어하셨습니다. 그런데 어머니 생신이 얼마 남지 않았었고 제가 뭐를 해드릴 수 있을까 생각해 봤습니다. 용돈이 넉넉한 시절이 아니었기에 보약 같은 것도 지어 드릴 수 없었고 그래서 직접 생신상을 차려봤습니다.
그때는 인터넷도 없던 시절이라 레시피 같은 것을 찾아보려면 책 구매 방법밖에는 없었거든요. 주변에 물어보고 잡지책을 뒤져서 어설픈 솜씨로 만들었습니다. 아껴 놓은 용돈으로 소고기를 사고, 집에 있는 미역을 불려서 요리를 했더랬죠.
처음으로 요리를 했을 때 기억하시나요? 칼질도 제대로 해본 적이 없을 때라 무언가 두렵기도 하고, 요리가 실패하면 어쩌지 하는 생각이 음식 만드는 내내 괴롭히죠. 한참을 주방에서 뚝딱거리다 결국은 완성하긴 했습니다.
화력을 조절할 줄도 모르고 크기는 어떻게 해야 하는지 감이 잡히지 않던 때라. 그냥 알려준 대로 만들었어요. 정확한 기억이 나지 않지만 그냥 맹물에 간장 맛만 났던 것 같습니다. 얼마나 속상하던지... 어머니께서 간을 보시더니 직접 추가 간을 하고 다른 재료를 넣어서 소생시킨 기억이 있습니다.
그렇게 어설프게 제가 70% 만든 미역국을 어머니 생일 아침에 먹게 되었죠. 고맙다고 아버지랑 함께 웃던 모습이 아직까지 아른거립니다. 눈물 날 뻔했던 것을 참았거든요. 그때로 되돌아가서 다시 만들어 드리고 싶네요.
일주일에 한 번은 끓여 먹는 미역국
미역에 요오드 성분이 많이 들어가 있는 것 알고 계시죠. 이 영양소는 여성들에게 특히 좋다고 알려져 있죠. 그래서 산후조리할 때 많이 먹게 된다고 해요. 우리나라는 예로부터 해조류를 많이 먹어서 여성질병이 유럽에 비해서 적다고 합니다.
요오드 성분은 갑상선호르몬의 원료로, 갑상선 기능을 정상화하고 기초대사 조절 및 체온유지와 성장과 발달에 필수적인 영양소예요. 특히 임산부나 수유부에 경우 태아와 신생아의 신경 발달과 지능 형성에도 영향을 미친다고 합니다.
저는 일주일 반찬이랑 국을 주말에 몰아서 만들거든요. 밑반찬 5~6가지와 국 3가지 정도를 만들어 놓습니다. 항상 빠지지 않는 게 미역국이에요. 어머니가 고령이시고 아프기 때문에 국물이 있는 음식을 할 수밖에 없거든요.
그런데 매주 다른 국을 하려니까 그것도 신경이 엄청 쓰여요. 고깃국은 좋아하지 않으시기에 된장을 베이스로 하거나 맑은 국을 많이 끓입니다. 그중 한 가지는 꼭 미역국을 끓이는데 황태채를 넣거나, 해산물이나, 어쩌다 소고기를 넣고, 아니면 전복도 넣어서 매주 바꿔서 만들죠.
미역은 들어가되 다른 주재료의 변화를 주고 있습니다. 아니면 물려서 제대로 드시지 않아요. 어린애가 되었다고 생각하면 됩니다. 건강할 때는 하지 않았던 반찬투정을 하시거든요. 어떨 때 보면 어머니가 귀여울 때도 있습니다.
그래도 아들이 만들어 준 음식을 맛있게 드실 때면 항상 감사하고 다행이라고 생각합니다. 저 키우시느라 힘드셨을 텐데 이제는 제가 어머니를 케어할 차례라고 생각하거든요.
미역국이라는 음식에 대해서 글을 쓰다 보니 여러 가지 추억들이 떠오르네요. 어머니와의 추억뿐 아니라 첫 연애 때 그녀를 위해서 끓여줬던 미역국부터 자취할 때 아픈 친구를 위해서 만들어 줬던 기억도 있고요.
지금 이 순간에도 누군가는 미역국을 끓이고 있겠죠. 생명의 탄생을 기뻐하며 만들 수도 있고, 아픈 사람을 위해서 들기름에 미역을 볶고 있을 수도 있겠죠. 모두 사랑의 방식 중 한 가지를 실천하고 있을 것입니다.
요리를 할 줄 안다는 것은 누군가를 위해 따듯하고 영양가 있는 한 끼 식사를 제공할 수 있다는 장점이 있습니다. 그것을 받는 사람은 가끔이라도 떠오르게 되겠죠. 특히 아플 때 챙겨주면 잊히지 않고 가슴속에 남게 되잖아요.
요즘은 힘든 하루하루를 지내다 보니까 가족 외에 다른 사람을 위해 요리할 기회가 없습니다. 몇 년 전만 해도 아는 사람들과 모이면 손수 모든 것을 만들어서 먹고는 했거든요. 앞으로 시간 여유가 생긴다면 다시 그렇게 지내보고 싶습니다.
좋은 사람들과 맛있는 음식을 먹으며 대화를 나누는 것이 제 바람입니다.
자신 있는 요리 한 가지를 배워서 사랑하는 사람들과 한 끼 식사를 해보는 것이 어떨까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