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추억의 요리 고등어조림

아련한 기억 속에 건강하고 그리운 맛.

by 요중남

"고등어조림 요리 할 수 있으신가요?"


정말 간단한 요리인데 경험이 없으신 분들에게는 어렵게 느껴질 수 있을 것 같군요. 싱싱한 생물 고등어로 만드는 것이 좋지만 뼈 바르기 싫어하는 분들은 순살 고등어로 만드셔도 무방합니다. 단 비린내는 제거해 주는 게 먹을 때 좋겠죠.


쉽고 간단하게 고등어조림 레시피 알려드릴게요.


1. 고등어필렛 2팩과 양파 1/4개, 대파 1대, 물 200ml와 와인이나 청주 약 50ml를 준비해 줍니다.

2. 양념재료는 다진 마늘 1.5큰술, 간장 3큰술, 고춧가루 3큰술, 설탕 1큰술, 맛술 2큰술, 청주 2큰술, 참기름 1큰술, 후춧가루 조금이 필요하고요.

3. 고등어 요리의 제일 단점은 비린맛이 많다는 거죠. 꿀팁 하나 알려 드릴게요. 사진처럼 해동된 고등어 껍질을 벗기고 요리하면 비린맛을 많이 없앨 수 있습니다.

4. 양파를 썰어서 팬 바닥에 깔아주시고, 그 위에 고등어를 올려주세요. 그리고 분량의 물과 와인이나 청주를 넣고 고등어 위에 양념을 뿌려 주시면 됩니다.

5. 강불에서 약 4분간 졸여 주는데 뚜껑을 덮지 말고 익혀 주셔야 비린내가 날아갈 수 있습니다. 중간중간 국물을 떠서 양념 위로 뿌려 주세요.

6. 약불에서 다시 4분간 익혀 주는데 이때 대파를 썰어서 올려 주세요. 향신채는 마지막에 넣으면 잡내를 없애 줄 수 있습니다.

7. 이렇게 하면 완성이에요.


생각보다 간단하죠. 뼈 없는 순살 고등어라 아쉽긴 하지만 먹을 때는 간편해서 좋습니다. 이번 요리에서 한 가지 아쉬운 점은 무를 넣지 않은 것인데요. 고등어조림의 핵심은 푹 무른 무조림과 같이 맛보는 것인데 말이죠.




고등어 하면 떠오르는 추억이나 특별한 것이 있으세요? 저는 중년이라 노래 하나가 생각납니다. '한밤중에 목이 말라 냉장고를 열어보니 한 귀퉁이에 고등어가 소금에 절여져 있네.' 80년도에 나온 김창완 님의 어머니와 고등어입니다. 어머니의 가족 사랑이 듬뿍 담긴 가사가 돋보입니다.


저도 고등어 하면 어린 시절 어머니께서 자주 만들어 주셨던 고등어조림이 떠오릅니다. 그때는 시골에서 자랐었는데, 동해가 가까워서 고등어뿐 아니라 싱싱한 해산물이 풍부했습니다.


그래서 매일 생선요리는 빠지지 않고 밥상 위에 올라오고는 했습니다. 그중에 가성비 좋은 것은 아무래도 고등어였죠. 어머니는 자반 보다 생물 고등어를 사 오셔서 무, 양파를 넣고 조림을 많이 해주셨어요.


그런데 저만 그런지 모르겠지만 어렸을 때는 고등어조림이 너무 싫었습니다. 가시 바르기도 힘들고 그때 미각이 예민해서 고등어 비린내도 몸서리치게 싫었습니다. 특유의 미끌거리는 비늘 감촉도 그때는 익숙해지지 않았고요.


그중에 최악은 고등어조림을 도시락 반찬으로 갖고 갔을 때죠. 삼삼오오 모여서 도시락을 먹을 때 친구들은 제 반찬에 손도 대지 않았거든요. 그럴 때 괜히 주눅이 들고는 했습니다. 저는 다른 친구들처럼 고소한 비엔나 소시지나 쫄깃한 고기볶음, 케첩 가득한 계란프라이가 먹고 싶었습니다.




중학교 올라가기 전까지의 얘기입니다. 어느 정도 나이가 들어감에 따라 또 그만한 반찬도 없다는 것을 알았으니까요. 어머니께서 만들어 주시는 양념 가득한 고등어조림은 저에게 최애 반찬이 되었습니다.


부엌도 아닌 부뚜막에서 연탄불로 조림을 할 때면 집안 가득 양념냄새가 퍼졌거든요. 그럴 때면

'엄마 고등어 조림 하는 거야?' 하고 물어보곤 했죠.


한상 가득 차려진 나물 반찬과 매콤하게 양념된 고등어조림이면 고봉밥도 한 그릇 뚝딱하던 시기였습니다. 그렇게 아버지, 어머니, 나 3명이서 둘러앉아 도란도란 대화하며 먹었던 기억은 아직까지 가슴에 깊이 남아 있습니다.




이제는 어머니께서 해주시는 고등어조림을 더 이상 먹지 못하게 되었습니다. 그동안 만들어 주셨던 모든 레시피들을 기억하지 못하시거든요. 어머니의 손맛이 더해진 수많은 요리들을 먹지 못한다고 생각하면 가슴 한구석이 무너지면서 눈시울이 붉어질 때가 많습니다.


어머니께 자주 질문을 드립니다.

' 엄마 옛날 시골 살 때 김장김치 담가서 땅에 묻어 먹고는 했잖아. 그때 기억나요?'

그럴 때면 아련한 기억은 있으신지

' 기억나지 겨울이면 삽도 들어가지 않았는데 네 아빠가 고생했지.'

말씀하시거든요.


그런데 정작 김장김치나 그 쉬운 고등어조림을 만드는 법은 잊어버리셨어요. 저 먼 기억의 단편만 떠오르고 일상의 모든 일들은 기억나지 않으신가 봅니다.




“가족과 함께 하는 건강한 음식.”


고등어조림은 어렸을 때의 추억 말고도 의미 깊은 요리라 할 수 있습니다. 제가 만났던 사람들은 다들 좋아했거든요. 그래서 자주 만들어 달라는 얘기를 많이 들었습니다.


뿐만 아니라 장애인의 건강한 식습관을 위한 지역 라디오 파일럿 방송을 할 때 첫 주제가 오메가 3였고, 요리는 고등어조림으로 해당 레시피에 대해서 전파하는 역할을 했습니다.


저와 동년배의 분들은 어린 시절 먹었던 음식 중에 어떤 것이 있는지 잘 알고 계실 거라 짐작됩니다. 요즘과 같이 먹거리가 풍부하던 시절이 아니었기에 주로 건강한 주식과 간식을 먹었을 것이라 생각됩니다.


넘쳐나는 간편식에 기름기 가득한 음식 그리고 패스트푸드가 난무하죠. 옛날 저희 때와 다르게 건강하지 못하게 지내는 것 같아서 안타깝기만 합니다. 원인일까요 어린 친구들의 당뇨와 혈압이 높아지고 있습니다.


그 시절 어머니가 해주시던 고등어조림과도 같은 건강한 식단이 절실한 시기인 듯싶습니다. 건강은 재산이에요. 그 무엇과도 바꿀 수 없는 소중한 보물과도 같죠.


나와 내가 사랑하는 가족들이 건강한 삶을 영위해야 한다면 입이 즐거운 음식보다 그 옛날 어머니께서 해주시던 건강한 식재료로 만든 소중한 요리 한 끼가 더 좋지 않을까 싶습니다.


오늘도 내일도 그다음 날도 언제나 여러분의 건강한 식습관을 기원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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