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소불고기 부르주아만 먹는 요리라고요?

추억의 식감을 찾아서

by 요중남

" 소불고기 어떠세요?"


맛있죠 제육이랑 다른 맛을 선사하는 소불고기, 어려서부터 자주 먹었던 요리였습니다. 그때는 어머니께서 만들어 주시는 불고기만 먹어봤지 직접 해볼 생각은 1도 없었거든요. 처음으로 만들어 본 것이 아마도 취사병으로 근무했을 때 같아요.


간단하게 불고기 만드는 법 알아볼까요.


1. 소불고기용 400g과 양파 1개, 대파 1대, 표고버섯 2개, 팽이버섯 1 봉지

2. 양념재료는 간장 4스푼, 설탕 2스푼, 올리고당 2스푼, 맛술 2스푼, 다진 마늘 1스푼, 굴소스 1스푼, 참기름 1스푼, 갈아 만든 배 6스푼, 후춧가루 조금, 이렇게 필요합니다.

KakaoTalk_20241010_135206107_06.jpg

3. 소고기는 불고기용으로 얇게 썰어져서 나옵니다. 고기의 누린내를 제거하려면 술을 넣고 재는 것도 좋지만 키친타월로 핏기를 빼주는 것이 포인트예요.

KakaoTalk_20241010_135324624.jpg

4. 양파는 갈아서 넣으셔도 좋아요. 저는 좀 지저분 해 지는 것 같아서 슬라이스로 썰어서 사용했습니다. 양파, 대파, 버섯, 불고기를 넣고 양념을 잘 섞어서 잠시 재어 놓습니다.

KakaoTalk_20241010_135324624_07.jpg

5. 팬에 식용유를 조금 넣으시고요, 재어 놓은 불고기를 적당량 올려 주세요. 강불에서 고기를 볶다가 색이 바뀔 때쯤 중불로 조절해 주세요. 모든 요리는 약불로 요리 하게되면 지저분한 물이 생기고 재료 본연의 맛이 뭉개 질 수 있습니다. 처음 익힐 때는 강불로 자주 뒤적여 주시는 게 좋아요.

KakaoTalk_20241010_135324624_09.jpg

6. 불을 낮춘 뒤 팽이버섯을 넣고 1분에서 2분 정도만 볶아주시면 완성이에요.

KakaoTalk_20241010_135324624_16.jpg

먹음직스러운 소불고기가 만들어졌습니다.




언제 먹어도 맛있는 불고기입니다. 제가 어렸을 때 어머니는 불고기를 자주 해 주셨어요. 그때 살던 지역은 강원도 태백이었거든요. 앞전에 얘기드렸지만 수산물뿐 아니라 태백은 소고기도 유명하죠.


광부들이 일 마치고 자주 가던 유명한 실비집은 아직도 운영중입니다 그때도 소고기 가격은 비쌌기에 자주 먹지는 못하고 한 달에 두세 번 정도 만들어 주셨던 것 같습니다. 그런데 사춘기의 반항심이었을까요. 저는 돼지고기도 먹고 싶어서 어머니께 많은 투정을 부렸습니다.


‘ 엄마 나도 돼지고기 먹고 싶어.’

이렇게 투정 부려봤자

‘ 몸에도 좋지 않은 돼지고기는 왜.’

라는 말씀이 돌아오고는 했습니다.


그때 어머니는 비싼 소고기가 몸에 좋고 저렴한 돼지고기는 레시피에 없으셨나 봐요. 그럴 때 원망스럽기까지 하더군요. 어떤 맛인지도 궁금했고 꼭 한번 먹어보고 싶었거든요.


도시락을 갖고 다니던 시절이었는데 그때는 다들 못 살 때라 지금은 그 흔한 제육볶음조차 갖고 온 친구들도 없었거든요. 물론 저하고 같이 점심을 먹던 친구들에 한해서입니다.


같이 식사 하지 않는데 돌아다니면서 뺏어 먹을 만큼 뻔뻔하지는 못한 아이였거든요. 저와 어울리던 친구들은 가난했기에 볶음김치나 콩자반, 계란프라이가 전부였으니까요. 그나마 제가 부르주아처럼 가끔 불고기 반찬을 가지고 갔었죠.


그때 어머니는 없는 살림이었지만 저에게는 좋은 음식만 만들어 주려고 했던 것 같습니다. 그걸 깨닫기까지 오랜 시간이 걸렸죠. 어머니 머릿속에는 좀 더 건강한 음식, 그리고 본인이 알고 있는 좋은 재료로 조리하여 한 끼 밥상을 만드셨던거죠.


그래서 나물 반찬이 많았으며, 수산물 요리를 자주 해주셨고 고기를 먹는다면 항상 소고기를 이용해서 만든 요리가 대부분이었습니다. 어려서는 어머니의 깊은 뜻도 모르고 지겨워하고 투덜대기까지 했으니 참으로 철없던 시기였습니다.




가끔 생각이 납니다. 그때는 공장식 사육이 아닌 방목해서 키운 소를 정육점에서 살 수 있었거든요. 그래서 소고기 특유의 쫄깃함이 살아있었습니다.


우루과이라운드 협상으로 수입산 소고기가 쏟아지며 고급화 전략으로 98년에 한우등급제가 시행되었습니다. 익히 아시겠지만 우리나라는 일본식 마블링제도를 벤치마킹하여 정착되었죠.


마블링이 풍부한 소고기는 부드럽고 입에서 살살 녹는다는 표현을 하죠. 그리고 그 고소함을 한번 맛보게 되면 또 찾게 되는 경향이 많습니다.


그런데 저는 몇 번은 맛있게 먹었는데 먹을수록 어릴 때 먹었던 식감이 아니라서 이질감을 많이 느끼곤 했습니다. 태백에서 먹었던 소고기의 맛은 부드러움 보다는 쫄깃함이 훨씬 풍부했거든요. 요즘 소고기는 쫄깃함 보다 푸석하다는 표현이 맞는 것 같아요.


공장식 사육방법이 보편화되면서 소들의 움직임은 제한되고 곡물 사료를 먹이기에 비만에 가까워진 육질을 먹는다고 할 수 있습니다. 제가 어렸을 때는 방목하여 키우다 보니까 지방이 적고 육질이 아무래도 탄탄해 질 수밖에 없었고요.



" 추억 속에서만 가능한 음식.'


지금은 그런 쫄깃한 소불고기를 먹어보질 못했거든요. 이제는 기억 속에서만 자리하게 되었고, 그때 그 식감은 느껴보질 못할 것 같아요. 제가 국내에만 생활해서 그런지 모르겠습니다. 한국, 미국, 일본이 마블링을 선호하니까 그 외 다른 나라의 소고기는 어떤지 궁금하네요.


어머니께 가끔 물어보고는 하죠.

‘요즘에는 어릴 때 엄마가 해주던 불고기 식감을 왜 못 느낄까?’

‘세월이 지나 입맛이 바뀌어서 그러지 않겠어’

라고 하십니다.


그것도 맞는 말인 듯싶더군요. 추억에만 있는 음식의 향기, 그리고 독특한 식감, 그때의 풍경 모든 게 지금은 바뀌었으니까 말이죠.


애니메이션 ‘라따뚜이’가 잘 표현했죠. 음식평론가인 ‘안톤이고’의 글은 유명한 셰프들에게 무덤 같은 존재인데요. 그의 말 한마디에 의해서 흥할 수도 망할 수도 있거든요.


까칠한 ‘이고’의 입맛을 사로잡았던 것은 다름 아닌 주인공 레미의 흔하디 흔한 추억의 요리 ‘라따뚜이’였습니다. ‘라따뚜이’를 맛본 ‘이고’는 어릴 때 어머니와의 추억을 회상하게 됩니다.


우리는 살아가면서 예전의 맛을 그리워합니다. 응답하라 1988에 나왔던 정봉이네 집밥을 보면 자연스레 미소 짓게 되잖아요. 추억이 있기에 더 맛있고 그때로 돌아갈 수 없음이 우리의 미각을 더욱 자극합니다.


생을 마감할 때까지 그때 먹었던 추억을 다시 한번 느낄 수 있을까요?

keyword
매거진의 이전글추억의 요리 고등어조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