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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랑 담긴 요리 갈치어탕

그 시절 흔하지만 흔치 않았던

by 요중남

시원하고 칼칼한 어탕 가끔 드시죠? 특히 과음한 뒤에 속풀이 할 때는 북엇국이나 짬뽕도 좋지만 어탕만큼 속 풀어주는 음식도 없는 것 같습니다. 든든하고 땀 쭉 빼고 나면 숙취가 사라지는 듯해요.


간단하게 갈치어탕 만드는 법에 대해서 알아보고 갈까요.


1. 갈치(손가락 3개 정도의 3 지정도 크기) 2마리, 얼갈이 2/3단, 대파 1대, 홍고추 3개, 간 마늘 1스푼, 된장 3스푼, 고춧가루 2스푼, 멸치육수 3L, 까나리액젓 1스푼, 국간장 2스푼, 소금 적당량, 후추 조금

2. 손질이 중요하거든요. 갈치 겉 은빛 비늘은 벗겨 주시는 게 좋아요. 칼이나 숟가락으로 긁어주세요. 갈치의 은빛 구아닌 성분은 두드러기나 복통이 일어날 수 있거든요.

3. 그리고 내장을 둘러싸고 있던 검은 막도 벗겨내주세요. 등뼈에 붙어 있는 막과 핏기도 제거해 주시고요. 그렇지 않으면 냄새가...

4. 갈치가 잠길 정도의 물에 삶아주세요.

5. 그 사이 얼갈이를 세척해 주시고 밑동을 잘라줍니다. 홍고추도 썰어서 준비해 주시고요.

6. 갈치 등에 있는 잔뼈가 보이면 꺼내셔도 돼요. 갈치 국물은 따로 잘 보관해 주시고요.

7. 냄비에 물을 적당량 붓고 소금을 넣어줍니다. 얼갈이 데칠 물이거든요.

8. 그사이 갈치 뼈를 발라주세요. 양옆에 뼈를 숟가락이 젓가락으로 제거해 주시고 가운데 뼈를 중심으로 꼬리 쪽부터 시작해서 위로 올려주면서 벗겨내면 발라집니다. 잔가시도 조심히 다 제거해 주세요.(귀찮으면 삶은 다음 갈아서 채반에 뼈만 바르셔도 되는데 그럼 살점이 보이질 않아서...)

9. 데친 얼갈이를 적당한 크기로 자릅니다.

10. 3L의 갈치육수와 멸치육수를 섞어서 된장을 채반에 넣고 풀어주세요. 깔끔한 국물이 만들어집니다.

11. 얼갈이, 갈치, 다진 마늘, 홍고추 넣고 푹 끓여주세요.

12. 팔팔 끓을 때 까나리 액젓, 국간장, 소금으로 간을 맞춰 주시고 후추도 톡톡 뿌려주세요.

13. 마무리로 대파 넣으시면 돼요.


오늘은 요리 공정이 좀 복잡했습니다. 손이 조금 가는 귀찮은 음식이기는 합니다. 하지만 만들어서 먹어보면 납득할 만한 어탕이 만들어져 있을 거예요.


어탕은 예로부터 지역의 특색과 역사, 그리고 고장 특유의 조리법이 존재했으며 그것을 토대로 발전하고 아직까지 사랑받고 있는 음식인 것 같습니다.


경기, 충청 지역은 민물 어탕이 발달되었는데요. 대표적으로 메기매운탕 미꾸라지로 만든 추어탕이 있습니다. 강원도는 담백한 맛을 강조하는 어탕이 많고요, 송어나 산천어 등으로 만들기도 하죠.


제가 만든 갈치어탕은 제주도에서 발달되었고 현재도 유명한 갈치 어탕집들이 많은 듯합니다. 전라도는 얼큰하고 칼칼하게 만드는 것이 특징이며 장어나 붕어로 요리하죠.


조선 시대에 발행된 ‘산림경제’에서 생선을 이용한 다양한 국물 요리법이 기록되어 있고, 어탕과 유사한 조리법이 등장하기 시작합니다. 그리고 후에 집필된 ‘규합총서’에 어탕에 관련되어 구체적인 조리법이 등장하는데 주로 민물고기를 이용한 국물 요리가 기술되어 있죠.


이처럼 어탕의 역사는 오래됐고 몸의 보양을 돕거나 ‘탁족’을 즐기며 한 끼 식사를 대신하던 음식이었음에 틀림없습니다.




갈치어탕은 어머니께서 일찍이 만들어 주시던 음식이었습니다. 갈치가 한창 나오는 시기에는 어김없이 어탕을 만들어서 아버지와 저에게 주시고는 했죠. 인스턴트를 좋아하고 고기를 원했던 저였지만 갈치어탕은 참 맛있었습니다.


특히 아버지나 제가 체력적으로 힘들어할 때면 고기보다는 갈치 어탕을 많이 해주셨고요. 직접 띄운 메주로 만들어 낸 된장을 바탕으로 구수하게 만든 갈치어탕을 먹고 있으면 속이 시원해지면서 기력도 올라오는 듯했거든요.


한 가지 에피소드가 떠오르네요. 성인이 되고 두 번째 가진 술자리에서 저는 정신을 잃을 정도로 마셨습니다. 필름이 끊긴 다는 것을 처음 경험했고 눈 떴을 때는 제 방이 아닌 친구네 집이었거든요.


엄한 집이었기에 가슴 두근두근 하며 귀가했죠. 저는 난리 날 줄 알았습니다. 큰 각오를 하고 들어갔거든요.


‘ 오늘 나는 죽었구나...’

정말 이렇게 되뇌면서 초인종을 눌렀죠.

그런데 어머니는 담담하게

‘ 왔냐.’

이 한마디만 하셨어요. 물론 아버지도 혼내거나 그러지 않았고요.


너무 죄송하고 미안한 마음에 대답만 하고 제방에 들어와서 자고 일어났죠. 눈을 떴을 때는 저녁 시간이었고 어머니의 부름에 거실에 나왔어요.


‘ 밥 차려 놨으니까 먹고 자라.’

이렇게 한마디 하시더라고요.


식탁에는 뜨끈한 갈치어탕과 김치, 밑반찬이 차려져 있었습니다. 괜히 눈물도 나고 미안스러움에 한마디도 못하고 저녁식사를 마친 후

‘ 잘 먹었습니다.’

한마디 하고 다시 방으로 들어왔던 기억이 있습니다.


혼낼 수 있는 상황에서도 처음 보는 자식의 모습을 나무라기보다 사랑으로 보듬어 주셨던 것 같습니다. 정말 너무 감사하죠. 그 미안함이 정말 오래가더라고요.


요즘 가끔 제가 직접 만들어 드립니다. 레시피는 잊어버리셨지만 아직까지 맛있게 드십니다. 갈치어탕을 만들어서 드릴 때면 꼭 제피가루를 찾으시기에 언제나 주방 한구석을 차지하고 있습니다.


‘ 아이고 시원하고 맛있다.’

하실 때면 뿌듯하면서 먹먹합니다.




오늘 서울에 사는 친한 동생 녀석이 전화가 왔습니다. 울면서 말이죠... 나이가 50 가까이 되는 놈이 눈물을 펑펑 쏟으며 다니던 직장을 그만뒀다고 합니다. 물어봤지만 답을 못하더군요.


그 녀석이 나중에 전화한다고 끊었는데 아직까지 연락이 없어요. 혼자 사는 동생인데 많이 걱정됩니다. 근처에 살았다면 불러서 밥 한 끼 해주고 싶더라고요. 그때 생각났던 것이 갈치어탕입니다...


술 좋아하는 녀석이라 술 마시고 전화한 것 같은데 속은 괜찮은지 싶고 가족도 없는 사람이라 따듯한 어탕에 밥 한 그릇 대접하고 싶은데 아쉽습니다.


여러분들도 각별히 아끼는 사람들이 있으시죠. 그분들을 떠올리며 함께 먹고 싶은 음식이나 직접 만들어서 한 끼 내어주고 싶은 요리가 있으신가요.


여러 음식들이 있겠지만 저는 어머니께서 해주시던 따듯하고 칼칼한 갈치어탕이 생각이 납니다. 먹는 사람의 건강까지 챙기는 훌륭한 한 끼이지 않나 싶거든요.


오늘따라 갈치어탕이 생각나는 밤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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