탁 쏘는 그 맛을 어떻게 잊겠어요
“사이다처럼 속 시원한 그 맛”
한국인이라면 겨울철 행사가 있죠. 김장김치 담그는 것, 그리고 동치미나 배추를 이용한 무물김치를 만들어서 겨우내 먹는 것이죠.
저희 집은 아직도 적게나마 김장김치를 소금에 직접 절여서 담그고, 동치미나 물김치를 만들어서 겨울을 이겨내고 있습니다. 김장김치야 없어서는 안 될 품목이고, 동치미도 많이들 만들어서 드시죠?
가볍게 물김치 담그는 법에 대해서 알아볼까요.
재료 : 통배추 2 포기, 무 1/2개, 홍고추 3개, 대추 12알
육수재료 : 물 1L, 멸치한알육수 3알
밀가루풀 : 밀가루 2스푼, 물 200ml
국물재료 : 생수 2L, 배 1개, 양파 1개, 다진 마늘 2스푼, 다진 생강 1스푼, 멸치액젓 2스푼, 까나리액젓 2스푼, 매실청 4스푼, 설탕 2스푼, 천일염 2스푼(간 맞출 때 사용)
1 멸치육수를 만들어서 식혀주세요.
2 배추를 먹기 좋은 크기로 잘라서 천일염 2컵(400g)을 넣고 골고루 잘 절여주세요. 1시간 정도면 될 겁니다. 중간중간 3번 정도 아래위로 잘 섞어주시고요.
3 무는 나박 썰기를 하여 천일염 반컵(100g)을 넣고 잘 섞어서 절여주세요. 빨리 절이려면 물 200ml를 넣어주시면 돼요. 시간은 20~30분 사이면 됩니다.
4 절여진 배추는 3번 정도 깨끗이 헹궈준 뒤 채반이나 소쿠리에 담아서 30분 정도 물기를 제거해 주세요.
무도 소금물 제거 후 1~2번 정도 세척해서 물기 빼주시고요,
5 밀가루 2스푼 물 200ml 넣고 잘 개어준 뒤 약불에서 저어 가면 풀을 만들어서 식혀주세요.
6 배 양파를 잘게 썰어서 블렌더에 갈아줍니다. 그리고 다진 마늘 2스푼과 다진 생강 1스푼을 잘 섞어주시고요.
7 갈아 놓은 배와 양파 그리고 마늘 생강은 채반에 걸러서 지저분한 찌꺼기는 없애주세요.
8 배 양파물에 멸치액젓과 까나리액젓 그리고 매실청 설탕을 넣고 섞어줍니다. 가감해 주세요.
9 김치통에 생수 6L를 넣어주세요. 생수로 해야 사이다 같은 맛을 낼 수 있습니다. 미네랄이 있어야 하거든요.
10 만들어진 양념과 밀가루 풀을 물과 함께 잘 섞어주세요. 그리고 싱거우면 천일염을 조금씩 녹여서 사용해 주세요.
11 물김치에 들어갈 홍고추와 대추를 깨끗이 씻어서 준비해 주시고요. 홍고추는 잘라서 물에 담근 뒤 씨를 빼주세요. 대추를 넣는 이유는 자연적인 단맛과 함께 색감도 내고 사이다 같은 맛을 내기 위함입니다.
12 물기를 뺀 배추와 무, 홍고추, 대추를 김치통에 넣고 잘 섞어주시면 됩니다.
13 상온에서 하루나 추운 날에는 베란다에서 이틀 정도 익히고 냉장고에 넣으시면 됩니다. 냉장고에서 숙성이 될 텐데 4일에서 일주일 정도 지나면 시원한 김치국물을 맛보실 수 있습니다.
이렇게 만들어서 냉장고에 넣어두면 사이다가 필요 없을 만큼 탁 쏘는 맛을 느낄 수가 있어요. 소화 안될 때 드링킹 해도 좋고, 국수를 삶아서 김치국물을 부어서 먹어도 좋죠.
물김치라고 주제를 썼지만 일반적으로 동치미를 많이 담가 먹죠. 동치미는 우리나라 전통적인 김치의 한 종류로 맑은 국물과 시원한 맛을 내는 게 특징입니다.
특히 겨울철에 많이 먹고는 하죠. 주로 무를 이용해서 소금, 물, 마늘, 생강, 고추 등을 넣어서 발효시켜서 먹는 음식이고요.
동치미가 문헌상 처음 등장한 시기는 조선 후기 ‘산림경제’에 잘 나타나 있습니다. 겨울철 저장 음식으로 소개되며 맑은 국물과 함께 먹을 수 있는 김치의 한 종류로 설명하고 있죠.
동치미는 반찬의 한 종류로 먹어도 좋지만 국수나 메밀면등과 함께 먹는 음식으로 많은 사랑을 받고 있습니다. 요즘은 냉면 육수로 많이 이용되고 있죠.
동치미 국물 맛 다들 알고 계시죠? 잘 발효된 국물은 신맛이 약간 나는데, 이 시원한 국물 덕분에 소화가 잘되며, 숙취 해소에도 좋다고 나와있습니다.
저도 가끔 과음을 할 때면 다음날 어김없이 동치미 냉면을 먹고는 하죠. 다른 사람들은 짬뽕을 즐겨 먹지만 저는 이가 시릴정도의 동치미 육수에 쫄깃한 냉면 한 그릇을 먹으면 숙취해소가 금방 되더라고요.
" 당연하지만 당연하지 않은 것."
위 레시피는 제가 일하고 있는 특성상 무를 잘 못 드시는 장애인분이기에 배추를 많이 사용했어요. 그리고 어머니도 예전과 다르게 동치미보다는 배추로 만드는 무물김치를 더 선호하십니다.
아무래도 무는 식감이 딱딱하다 보니까 치아 상태가 좋지 않으면 국물 맛은 느끼고 싶은데 무는 먹기 싫어지니까요.
저의 업인 장애인활동지원사로 일하다 보면 장애인 분들이 일반적인 음식을 먹지 못하는 경우가 다반사입니다. 치아 상태라던지 턱이나 구강근육을 잘 사용하지 못하는 분들은 큰 음식이거나 딱딱한 음식은 드시지 못하거든요.
거의 모든 분들이 사랑니 발치해 본 경험이 있으시죠? 사랑니 뺀 뒤라고 생각하시는 게 이해가 빠를 것 같습니다. 발치하고 나서 일주일은 입도 제대로 벌리지 못하고 씹지도 못하잖아요.
어머니께서도 기억력이 흐려지는 치매 진단을 받고 난 뒤로는 먹는 것을 많이 선호하지 않으시기 때문에 구강관절이나 턱근육등이 많이 약해져 있는 상태입니다.
그래서 불과 몇 년 전까지만 해도 잘 드시던 과자나 딱딱한 음식을 못 드세요. 그렇게 좋아하셨던 오란다 과자도 기피하시더라고요.
우리가 식사를 하면 입에서 음식을 잘게 만들고, 침 속에 있는 아밀라아제가 녹말을 분해시키는 역할을 해서 소화를 돕는 작용을 하거든요.
지방질이나 순수 단백질 빼고는 어지간한 식품에 탄수화물이 들어가 있기 때문에 꼭꼭 씹어서 먹는 게 참 중요하죠. 그래야 소화도 잘되고 영양분도 골고루 분배가 되거든요.
늙고 병든다는 것은 이런 작용이 약해지는 과정이고, 모든 기관의 운동 능력이 저하되는 일련의 프로세스가 일어나는 것이죠.
영양학 중에 노인영양학이 따로 있거든요. 그만큼 중요한 과정이라 할 수 있습니다. 그리고 우리나라만 보더라도 노령층이 급격하게 증가하고 있잖아요.
그런데 젊을 때처럼 식사를 하게 되면 먹지도 못하거니와 식사에 대한 흥미가 떨어지고 종국에는 몸에서 원하는 에너지가 충족시켜지지 못하여 질병이 더 악화되는 것이죠.
그래서 노인들은 영양분 섭취를 돕기 위해서 음식을 만드는 방식이나 재료가 중요합니다. 하나라도 부족하면 치매에도 좋지 않고 소화도 어려우니까요.
글을 쓰다 보니까 삼천포로 좀 빠졌네요. 어머니는 동치미 국물을 참 좋아하십니다. 쫄깃하게 삶은 소면에 동치미국물과 무를 썰어 넣어서 자주 먹고는 했죠.
그런데 이제는 잘 씹지 못하시기에 무 보다 물렁한 배추를 이용해서 만들어 드리고 있습니다. 한결 드시기 편한 것 같더라고요.
요즘은 제가 시간이 없어서 여러가지 김치를 만들지 못하고 있어요. 어머니와 김장김치 만들 때면 김치뿐 아니라 동치미, 석박지, 그리고 아시려나 모르겠는데 작은 가자미나 명태, 갈치를 이용해서 식해라는 것을 만들어 먹었거든요.
밥알과 무, 생선을 함께 넣고 푹 삭혀서 먹으면 그 또한 별미예요. 비린맛 날 것 같죠? 아니요 발효가 제대로 되면 비리지 않고 뼈까지 다 먹을 수 있습니다.
물론 저는 못 만듭니다. 어머니께서 만들어 주셨거든요.
‘엄마 식해 만드는 법 기억나요?’
당연한 대답이 돌아옵니다.
‘아니 다 잊어버렸다.’
그러면 저는 아쉬워서 매번 말하죠.
‘식해 만드는 법이나 좀 알려주고 아프지 에구.’
하고 장난치고는 합니다.
어머니께 배우고 싶은 음식들이 여러 가지 있었는데 이제는 스스로 터득할 수밖에 없네요. 시판되는 미숫가루와는 차원이 다른 홈메이드 특제 미숫가루도 알고 싶었고요.
그리고 곶감을 동동 띄워서 먹는 쌉싸름하고 달콤한 수정과도 만들고 싶습니다. 그런데 모르신대요... 아쉽지만 이번생에서는 어머니께 배우질 못할 것 같습니다.
이제는 제가 터득해야 하죠. 어머니가 알고 있는 음식들을 만들어 드려서 좀 더 건강하게 지낼 수 있도록 해드려야죠. 지금은 옆에 계신 것만으로도 행복합니다.
글을 쓰다 보니 그립네요. 겨울철 어머니께서 만들어 주신 동치미 국물에 군고구마를 함께 먹었던 기억이 떠오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