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된장찌개 보글보글, 구수한 그 향기

잊을 수 없는 그 맛

by 요중남

“한국인의 소울푸드”


참 이상하지 않나요? 성인이 되고 나서 수많은 된장찌개를 먹어봤지만 어머니께서 해주시던 그 맛을 구현하는 곳은 한 군데도 없었습니다.


아마도 집집마다 다른 된장을 만들고 사용하기에 그 맛에 익숙해져 있어서 그렇겠죠. 저는 아직도 옛날 구수하게 피어오르던 된장 향기를 잊지 못한답니다.


요리가 어려운 분들은 된장찌개 만드는 것도 잘 모를 수 있으니 된찌 만드는 법 알아볼게요.


재료 : 집된장 2스푼, 양파 1/4개, 대파 1/2대, 다진 마늘 1/2스푼, 두부 100g, 물 400ml, 한알육수 1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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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 간단한 기본 재료들을 미리 준비해 주세요. 양파, 대파, 두부 등을 잘라 주세요.

2 물 400ml를 뚝배기에 부어주시고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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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 집된장 2스푼을 물에 잘 풀어주세요.

4 멸치육수를 사용하면 좋지만 없으니까 고형으로 나온 육수 한 알을 으깨서 녹여줍니다.

5 다진 마늘 반스푼을 넣어주시고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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6 중강불에서 끓여 주시다가 팔팔 올라오면 양파 넣어주시고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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7 양파가 익어갈 때쯤(반투명 상태가 되면) 두부를 투하해 줍니다.

8 두부가 동동 뜨면 다 끓여진 거예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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9 마무리는 송송 선 대파를 위에 뿌려주세요. 대파는 잔열에도 금방 익기 때문에 미리 넣어서 무르게 할 필요는 없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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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0 자 완성


세상 간단하면서 입에 착 감기는 달큼한 음식이 된장찌개 같습니다. 간단하게 레시피를 풀어 봤는데 제가 만들고 나서도 어머니의 된찌가 그리워집니다.


된장찌개는 여러 가지 효능이 있죠. 기본적으로 발효된 식품이기에 장 건강에 도움을 줍니다. 그리고 이는 소화를 촉진하며 장내 유익균을 증가시켜 변비 예방에 도움을 줄 수 있죠.


또한 된장에 함유된 이소플라본은 항산화 효과를 지니고 있습니다. 이는 체내의 유해한 활성산소를 제거하는데 도움을 주고, 노화 방지와 심혈관 건강에 영향을 준다고 알려져 있죠.


하지만 된장은 기본적으로 나트륨 성분이 많이 들어간 식품이기에 찌개를 끓일 때 된장을 너무 많이 넣지 않는 것이 도움이 될 수 있습니다.


된장찌개의 역사는 오래전으로 거슬러 올라가는데요. 삼국시대에 콩을 발효시켜 만든 ‘장’이 존재했으며, 된장 또한 그중 하나였습니다.


본격적으로 된장찌개와 유사한 형태의 음식이 문헌에 등장한 것은 조선시대 이후부터로 알려져 있죠.


조선시대 홍만선이 저술한 ‘산림경제’에 된장과 간장을 이용한 다양한 조리법이 쓰여 있는데 여기에서 장국이라는 표현이 등장하며, 이는 현대의 된장국이나 된장찌개와 유사한 개념으로 알려져 있습니다.


규합총서에도 잘 나타나 있는 부분이 된장과 채소, 두부 등을 이용하여 국물요리를 하였다고 기술되어 있습니다.


이처럼 역사 깊은 한국인의 소울푸드인 된장찌개는 한동안 먹지 않다 보면 자연스레 구수하고 감칠맛 나는 그 맛이 생각나지 않을 수밖에 없죠.


“추억 속의 된장”


혹시 메주 만드는 법 알고 계신가요? 어렸을 때 어머니께서는 메주를 직접 띄워서 된장 및 간장을 만들었습니다.


11월 말이나 12월 초로 기억하고 있는데요. 메주콩을 깨끗한 녀석으로 잘 고른 다음 잘 씻어 줍니다. 하루정도 물에 불린 다음 삶죠.


콩을 끓일 때면 부르르 끓어 넘치기 때문에 어머니는 부뚜막에 앉아서 넘 치치 않도록 물을 조금씩 넣어가며 만드셨어요.


메주콩이 부드럽게 껍질이 벗겨지고 물러질 때까지 삶아줍니다. 다 삶은 콩은 손으로 대충 으깬 뒤 절구에 넣고 찧어서 덩어리로 만듭니다.


둥근모양도 있던데 저희 집은 전통적인 사각으로 빚었어요. 하루 정도 앞뒤를 햇볕에 말려주고, 겨울 동안 안방 천장에 매달아서 곰팡이가 피고 딱딱해질 때까지 말려줬습니다.


그 냄새 아시나요? 발효되면서 방안 가득 퍼지는 쿰쿰한 냄새를 처음 경험하는 사람들은 질겁을 합니다.


저도 어릴 때 메주 냄새 정말 싫었거든요. 경험해 보신 분들은 잘 아실 거예요. 그런데 냄새 풍기며 말리는 메주가 한 가정의 식단을 1년 동안 책임 질 귀중한 녀석이란 것을 알기까지는 꽤 오랜 시간이 걸렸습니다.


성인이 되고 나서야 메주 가격을 보고 헉했고, 그 메주에서 국요리에 빠질 수 없는 조선간장(국간장)과 여러 가지 음식에 첨가될 된장이 만들어진다는 것을 제대로 알게 되었죠.


안방에 퍼지던 냄새에 투덜 되던 제가 철이 없었습니다. 된장 하나를 완성하기 위해서 고단한 과정이 필요한 것인데 어머니는 가족이 맛있게 먹을 1년간의 양식을 힘든 내색 없이 만드셨던 거예요.


정성이 들어가지 않으면 결코 완성될 수 없는 그 지난한 과정을 가족에 대한 사랑으로 참고 견디셨던 것 아닐까요.


“ 그리운 메주 향기”


이따금씩 그 시절 안방 가득 피어나던 쿰쿰한 냄새가 그리울 때가 있습니다. 아랫목이 뜨끈할수록 메주는 완성도가 높아지고 하얀색 곰팡이는 꽃을 피웠죠.


이제는 마트에서 된장을 사 먹거나 터치 한 번으로 주문하면 집으로 배달이 되죠. 조금의 노력을 기울인다면 정월 전에 판매되는 메주를 구매해서 직접 만들어 먹을 수도 있습니다.


그런데 시골 아니고서야 직접 띄운 메주를 이용해서 만드는 곳은 잘 없을 거라 생각됩니다. 도시에서는 구경하기 힘든 풍경 아니겠어요.


메주나 된장뿐 아니라 우리들의 식탁은 많이 변했습니다. 인스턴트 음식과 수많은 서양 요리가 익숙해졌고, 바쁜 하루를 살다 보니 간편식이 주를 이루고 있죠.


어린 시절의 장독대는 사라졌습니다. 하지만 그곳에서 익어가던 된장의 향기는 여전히 제 마음속 깊이 남아 있죠. 어머니는 따듯한 햇살을 받으며 익어가는 된장을 볼 때 흐뭇해하셨거든요.


겨울철 메주냄새 풍기는 안방에서 가족들이 옹기종기 아랫목에 모여 앉아 14인치 흑백텔레비전을 보며 군고구마를 먹던 풍경이 아른거립니다.


부족한 것 투성이었던 시절이지만 대화의 꽃이 피고 부모님의 사랑 가득했던 그 시절로 한 번쯤 돌아가고 싶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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