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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요일 특식 호박부침개

비가 오지 않아도 먹었던 부침개

by 요중남

“지글지글 익어가는 부침개 소리”


부침개나 전 좋아하시죠? 튀긴 음식만큼 맛있는 것이 기름에 굽는 음식이잖아요. 기름과 함께 요리된 음식은 다 맛난 것 같습니다. 쉿!! 우리 살찌는 건 예외로 두자고요.


잘 구워진 부침개 한 장이면 밥 대신 충분히 배부르고 맛있게 먹을 수 있으니 이만큼 가성비 좋은 음식이 있나 싶어요. 거기다 밀가루가 저렴할 때는 최고의 간식요리 아니었겠어요.


오늘의 주제 호박전 간단하게 만들어 볼까요.


재료 : 조선호박(둥근 호박) 1개, 밀가루 100g, 찬물 100ml, 소금 한 꼬집정도, 식용유 5스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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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 둥근 호박은 깨끗이 씻어서 물기를 제거한 뒤 반으로 잘라줍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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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 밑동과 머리 부분은 썰어서 버려주시고, 두께는 3mm 정도로 잘라줍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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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 그리고 가지런히 재료를 모아 주시고 채 썰어 주세요. 손 조심하는 것 잊지 마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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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 양재기에 호박을 넣고 분량의 밀가루와 소금을 넣어서 섞어주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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5. 그리고 찬물은 한 번에 넣지 말고, 조금씩 넣어서 살살살 섞어줍니다. 농도 조절은 본인에게 맞게 가감하시면 돼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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6. 예열된 팬에 식용유 3스푼을 넣고 코팅해 준 다음, 반죽을 얇게 펴 줍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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7. 가장자리가 익어가고 가운데 쪽이 말라가면 뒤집는 타이밍이에요. 불조절 자신 없는 분들은 중 약불에서 해 주시고요. 저는 강불에서 익혀줍니다. 그래야 재료에서 물도 생기지 않고 바삭하게 만들 수 있거든요. 그런데 조금만 타이밍 놓치면 검댕이 생기는 불상사가...

8. 팬 들어서 후딱 뒤집을 수 있으시죠? 안된다고요? 그러면 뒤집개로 조심조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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9. 뒤집은 뒤에 식용유를 2스푼 정도 넣고 부침개를 살짝 들어서 가운데로 흘러가게끔 해주세요. 그래야 전체적으로 바삭해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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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0. 옆면을 살짝 들어서 익었다 싶으면 완성


자 소주나 막걸리 준비하시고 드시면 됩니다~


비주얼은 맛있어 보이죠? 네 맛있습니다. 간장양념 만들어서 찍어 먹으면 꿀맛입니다. 채소 좋아하지 않는 아이들도 이렇게 만들면 먹을 거예요.


요즘 예전과 달라진 점이 있다면 요리의 가짓수나 요리 방식이 많이 바뀌었죠. 서구화가 되어가면서 한식의 열기가 줄어든 것 같아 아쉽습니다.


그래도 시장 나가 보면 그때나 지금이나 변함없는 재료들이 많습니다. 저는 옛날 사람이라 그런지 어릴 때 먹던 음식이 입에 맞고 속도 편합니다.


애호박 효능 알고 계신가요. 대표적으로 소화 기능을 개선하는 데 있습니다. 식이섬유가 풍부해서 다이어트 식품으로도 알맞죠.


식이섬유가 장내 미생물의 먹이가 된다는 것은 알고 계시죠? 비싼 유산균보다 효과 좋은 것이 식이섬유가 많이 함유된 채소를 먹는 건데요.


이런 측면에서 호박은 특출 난 효과를 지니고 있는 셈이죠. 그리고 다양한 비타민과 미네랄이 함유되어 있어 우리 몸의 건강 지킴이 정도는 된다고 할 수 있습니다.


참 그리고 풍부한 식이섬유는 변비 예방에도 도움을 주기 때문에 먹지 않을 이유가 전혀 없겠죠. 많이 드시고 튼튼하게 지내보도록 할까요.




“아플 때 훌륭한 약재였던 호박”


호박에 대한 추억이 부침개만 있는 것이 아닙니다. 제가 어렸을 때인 80년도에는 밤늦게까지 장사하는 곳도 없었고. 병원도 많지 않았기에 호박을 이용한 치료를 아버지께서 해주셨거든요.


어린 시절 저는 가끔 살이 붉게 붓는 증상이 자주 있었습니다. 간지럽고 그 부위가 아프고 열감이 있었죠. 이 증상이 정확히 뭔지는 모르겠습니다. 볼거리도 아닌 게 팔에도 가끔 올라왔거든요.


그런데 꼭 해 떨어지는 밤에 증상이 나타나서 부모님 속을 태웠습니다. 그럴 때면 아버지께서 시장에 나가셔서 문 닫은 채소가게를 두드려서 호박 하나를 사 오시곤 했거든요.


호박을 얇게 썰어서 붉게 올라온 부위에 대고 붕대로 묶어 주시곤 했어요. 3~4번 정도 2시간 동안 반복해 주셨는데 그렇게 하고 나면 가라앉고는 했습니다.


지금 생각해 보면 호박을 먹으면 부기를 빼주는 역할을 한다고 하잖아요. 그 이유 때문인지 신기하게도 빨갛게 올라오던 피부가 진정이 되고 통증도 가라앉았습니다.


그런데 섭취해야 부기가 빠지는 게 아닌가요? 어쨌든 그때는 변변찮은 비상약도 없어서 피부가 부어오를 때면 호박을 이용해서 치료를 해주시고는 했습니다.


저는 어린 시절 잔병치레를 많이 하는 아이였습니다. 그래서 부모님이 많이 고생하셨어요. 주기적으로 서울에 올라가서 다니던 병원도 있었고, 한약도 자주 달여 먹었습니다.


참 속 썩이는 아이였던 것 같습니다. 약하게 태어나서 그렇다고 들었는데 성인이 되어서도 골골 대는 것은 아닌지 혼자서 걱정도 많이 했거든요.


그런데 부모님의 보살핌으로 자라와서 지금은 누구보다도 튼튼하게 지내고 있으니 두 분께 고마워하지 않을 수 없겠죠.




“오고 가는 것이 세상의 이치”


오는 것이 있으면 가는 것이 있다고 하던가요. 저를 사랑으로 키워 주시고 사회에 나갈 때까지 지원해 주셨는데 이제는 제가 어머니에게 주는 사람이 되어야죠.


어머니와 둘이서 같이 산 세월이 20년 정도 되었는데 그사이 아프실 때면 제가 죽을 끓여 드리거나 모시고 병원 가서 치료를 받게 해 드렸죠.


얼마 전까지 많이 아프지 않았을 때는 직접 치료받으러 다니시고 소소한 반찬거리를 사러 시장에 나가시고는 했는데 이제는 제가 없으면 혼자 다닐 수 없으세요.


제 어린 시절 손잡고 직접 다녀 주시던 모습을 제가 지금 어머니께 갚아 드리고 있습니다. 주위에선 그런 말을 합니다. 요양병원에 모시자고요.


물론 그러면 육체적으로 편하고 신경을 덜 쓰게 되겠지요. 그런데 아직까지는 그렇게 하고 싶지가 않습니다. 다행이라고 해야 하나. 저는 아직 솔로거든요.


30대 중반부터 13년간 만나왔던 사람과의 연애 실패로 이제는 누군가를 만날 수 있는 나이도 아니고 아프신 어머니까지 있기 때문에 그런 생각도 들지 않습니다.


또 다른 현실은 병상에 누워계신 어머니가 있는데 어느 누가 마음을 열겠습니까. 현실을 알기에 포기하는 것도 있습니다. 욕심부려 봤자 상처만 남을 것 같거든요.


이제는 퇴근 후 씻겨 드리고 아플 땐 병원에 진료받으러 가고, 매일 운동도 같이 하고 주말이면 산책도 함께 해드리는 것이 일상이 되었습니다.


이렇게 지내다 보니까 아버지께 못했던 점이 가슴에 많이 사무칩니다. 그래서 어머니께 더 잘하려고 하는 것 같아요.


정신 차려 보니 어느덧 중년이 되었더군요. 언제가 될지는 모르겠지만 어머니도 제 곁을 떠날 날이 오겠죠. 그때까지라도 힘내서 챙겨 드리고 싶습니다.


그 안에 제 행복도 찾고 배우고, 하고 싶은 거 틈틈이 하면 되죠. 불평불만 하면서 살아봤자 남는 것도 없고 나 자신에게 스트레스만 주는 꼴이니까요.


거창할 필요 없습니다. 가족이 있는 분들이라면 내 식구들에게 일단 집중을 하고, 부모님께는 틈틈이 전화를 걸어서 안부 인사라도 여쭤보면 어떨까요.


그 한마디 인사라도 우리네 부모님은 행복해하시고 뿌듯해할 겁니다. 그리고 맛있는 외식 자주 할 생각 말고 부모님 집을 지날 때면 붕어빵이라도 사서 들리세요.


함께 먹는 음식은 가격으로 책정되는 것이 아니라고 생각합니다. 풀빵 하나라도 같이 먹으면서 간단한 담소를 나누는 것으로도 충분히 행복할 겁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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