엄마가 될거예요 4
인공수정이 시작되었다.
난임 시술 중 인공수정이란 남성의 정자를 여성의 자궁 안으로 넣어주는 시술이다. 남성의 정액을 채취하여 건강하게 정제한 정액을 여성의 자궁 안으로 넣어주기만 할 뿐, 배아가 만들어지고 착상하는 과정은 여성의 자궁 안에서 자연적으로 일어나는, 자연임신과 다를 바가 없는 간단한 시술이다.
원장님은 나와 남편의 검사 결과를 보시고는 인공수정을 들어가자고 하였다. 시험관 시술을 할 정도의 수치는 아니라고 하였다.
다행이었고, 자신이 있었다. 무슨 자신감인지 지금은 알 수 없는 근자감이었다. 솔직히 인공수정 두 번 정도 하면 아이가 찾아올 것이라고 생각했다.
이틀에 한 번 배주사를 맞는 처방을 받았다. 처음 맞아보는 배주사는 생각보다 아프지 않았다. 자가 주사를 해야 한다는 부담이 있기는 했지만, 그래서 인공수정 첫 회차에는 집 앞 병원에 가서 주사를 맞고 출근하긴 했지만 괜찮았다.
오히려 주사를 맞고 출근하는 길은 설레기까지 했다. 곧 엄마가 될 것이라고 생각했다. '뭐야 이것 때문에 힘들다고 했던 거야? 할만한데?' 마음속에 오만함이 가득했다.
내가 다니는 회사는 인공수정을 하면 하루의 유급휴가를 주었다. 인공수정은 보통 오전에 하는데 5분이면 끝나는 너무 간단한 시술이라 하루를 푹 쉴 수 있는 그런 점도 소위 개꿀이었다.
하지만 수월한 것 같던 인공수정 과정에도 몇 가지 난관은 있었다.
그중 하나는 내가 언제 병원에 가는지 알 수 없다는 것이었다. 생리 2-3일 차부터 인공수정의 여정이 시작되는데, 나는 꽤 생리주기가 정확한 편이었음에도 회사에서 일정을 조정하는 것이 쉽지 않았다. 아무도 나에게 눈치를 주지 않았지만 눈치는 보였다.
또 하나는 열두 시간마다 넣어야 하는 질정이었다. 출근 전, 퇴근 후 질정을 넣어야 하는 미션이었다. 출근 전 새벽 시간에 질정을 넣으려면 내가 일어나는 시간보다 최소 30분 일찍 일어나야 했다. 결국 수면의 질에도 문제가 생기기 시작했다.
그리고 출근하는 직장인이 열두 시간을 간격으로 질정을 넣고 누워있다는 것은 물리적으로 불가능에 가까웠다.
비록 원장님이 12시간을 꼭 지키지는 않아도 된다고는 했으나 내 마음은 그렇지 않았다. 최대한 지켜보려 했으나 수면의 질은 점점 떨어지고, 그럴수록 스트레스도 심해졌다.
그때 내가 생각한 카드가 바로 휴직이었다. 인공수정을 3회까지 해보고 안 되면 휴직하기로 마음을 먹었다. 그렇게 결정하고 나니 마음이 편해졌다.
3회 차 인공수정 시술을 하고 피검사를 기다리는 보름의 시간 나는 수많은 생각을 했다. 나는 임신에 성공할 것인지 휴직에 성공할 것인지. 어떤 것을 더 원하는지 잘 모를 정도로 둘 다 원하고 있었다. 오랜 사회생활로 지친 터라 쉬고 싶기도 했고, 혹시 인공수정이 성공하여 임신하게 되면 바라던 바를 이루니 좋은 것이었다.
더할 나위 없이 좋은 선택만이 남아있던 작년 겨울이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