엄마가 될거예요 5
동생에게 뜬금없이 연락이 왔다.
언니, 꿈을 꿨어
무슨 꿈?
고슴도치 꿈, 태몽 같아
크크크 무슨 꿈이었는데?
엄마 집에 엄마랑 아빠랑 언니랑 형부랑 나랑 다 같이 있었는데 엄청나게 큰 고슴도치가 우리 집에 들어왔어! 이거 태몽 아니야?
살짝 설렜다. 태몽이라니? 나랑 가까운 사람이 대신 꿔주기도 하던데, 동생이면 정말 가까운 사이 아닌가. 정말 내 태몽일까?
당시 나는 인공수정 3차 시술 후 피검사 결과를 기다리던 보름의 시간을 지내던 중이었다. 동생은 내가 난임병원에 다니는 것은 알았지만, 자세한 일정까지는 모르고 있었다. 그렇기에 뭔가 더 설레는 느낌이 들었다.
동생에게는
너 태몽일 수도 있잖아
라고 얘기하며 웃고 말았지만, 나는 네이버 초록창에 고슴도치 태몽을 검색하고 있었다.
진짜 태몽으로 고슴도치 꿈을 꾸는 사람들이 있었다. 주로 아들 꿈이라고 했다.
세상에, 진짜 태몽이었어!
나는 가슴이 웅장해지기 시작했다. 하지만 동시에 '아 그럼 휴직 못하겠네. 내 인생에 쉴 기회는 없는 것인가' 하는 생각이 연이어 들었다.
지난번 글에서도 이야기했지만 인공수정 3회 차까지 실패하면 시험관을 시작하면서 휴직을 사용할 생각이었기 때문이다.
피검사까지의 보름이 설렘과 기쁨과 어떻게 되든 좋다는 생각에 들뜬 채로 지나고 있었다.
임신이 되면 너무 감사한 일이고, 안 돼도 사회생활 시작 후 길게 쉬어본 적이 언제인가 싶은데, 적어도 몇 개월은 쉴 수 있으니 나쁘지 않은 선택이었다.
그런데 나는 무엇을 더 원하고 있는 것인지 헷갈렸다.
솔직히 말하면 휴직한 이후 푹 쉬다가 휴직하고 6개월 정도 후에 임신하면 제일 좋겠다는 것이 내 마음속 깊은 생각이었다. 하지만 임신이라는 것이 내 마음대로 시점을 정해서 되는 것이 아니라는 걸 알고 있었기에 그런 내 마음은 일찌감치 버렸다. 그런 마음을 먹으면 삼신할머니가 노하셔서 아이를 주시지 않을 것 같았다. 괜히 삼신할머니의 노여움을 사고 싶지 않았다.
그때쯤 내가 사는 지역에 있는 난임병원에 다니는 사람이 브이로그를 알고리즘으로 보게 되었다. 시술할 때마다 그때그때 과정을 담아서 올려주던 브이로그였다. 몇 개를 재미있게 보았다. 어쩌면 내가 걸어가야 할 길일 수도 있다고 생각했기에. 그리고 구독 버튼도 눌렀다.
인공수정 3차 피검사를 며칠 앞둔 어느 날
그녀의 브이로그에 시험관 임신 성공이라는 소식이 들려왔다. 일면식도 없는 온라인 세계 누군가의 임신 소식이었다. 나의 마음에서 질투심이 올라왔다. 임신을 한 얼굴도 모르는 여자에 대한 질투였다.
속상한 마음에 구독도 취소했다. 이럴 수가. 남의 행복에 축하는 못해줄망정 구독 취소를 한다고? 내 못나고 못난 마음을 마주하는 게 역겹고 힘들었다.
하지만 한 가지 확실하게 알게 된 것이 있었다. 나는 휴직보다는 임신을 훨씬 더 원하고 있던 것이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