엄마가 될 수 있을까 1
나는 지금 인공수정을 포함하여 일곱 번째 열흘을 보내고 있다. 인공수정 또는 이식 이후 1차 피검사까지의 피 말리는 시간이 일곱 번째라는 뜻이다.
아니 인공수정 때는 1차 피검까지 14일 정도의 시간이었으니 세 번의 14일과 네 번의 열흘이 되려나.
마음 비우고 기다리려 애쓰고 있지만, 마음이 편해야 한다는 것은 나도 누구보다 잘 알고 있지만, 문득문득 실패에 대한 두려움과 이후에 몰아칠 상실감에 겁이 나기도 한다.
위안이 되는 말들을 캡처해서 보고 또 보고 그런 나날들의 연속.
갑자기 2009년 6월이 떠올랐다.
나는 그때 스물네 살 대학교 졸업을 앞두고 있었다. 운이 좋게 가고 싶던 회사의 채용 전환형 인턴십에 합격해서 대표이사와의 최종면접만이 남았던 때였다. 최종에서 떨어지는 경우는 극히 드물다는 이야기가 들리던 회사였다.
그런데 나는 최종면접에서 크게 실수를 하고야 말았다. 아직도 선명한 그날의 기억. 면접장에서 나에게 예상하지 못했던 질문이 들어왔는데 똥볼차는 답변들을 하고 나왔다. 회사의 근본적인 가치와 반대 입장인 답변이었다.
집에 와서 엉엉 울었던 기억이 난다. 그리고 포기했다.
최종에서 그렇게 똥볼을 찼으니, 드물다는 불합격자 중 한 명은 나라고 생각했다. 그리고 지옥 같은 기다림의 나날들이 시작되었다.
최종면접 발표가 있는 날이었다. 집에서는 도저히 있을 수가 없었다. 학교 도서관으로 향했다. 기말고사도 다 끝나서 도서관은 한가했다.
내가 그때 뭘 했더라... 아마 경제 월간지를 뒤적뒤적하고 소설책도 좀 보고 엎드려 잠도 자고 그렇게 기다림의 시간을 보내고 있었다.
기억하기로는 합격 연락이 오기로 예정되어 있던 시간이 지나있었다.
아... 안 됐구나...
순간적인 직감이 그랬다. 정말 눈물과 절망의 몇 시간이었다. 도서관 소파에서 한참을 누워서 마음을 추슬렀다.
익숙한 일반전화번호가 떴고, 나는 가슴을 쓸어내리면서 전화를 받았다.
여보세요
안녕하세요 인사과 이 XX대리예요. 이감 맞니?
네 맞아요...
왜 그렇게 목소리가 안 좋니? 무슨 일 있니?
아 아녜요 대리님..
이감아 너 최종 합격했어
네? 진짜요?? 제가요?? 저는 저 탈락한 줄 알았는데요
아니야 너 합격했어
이런 대화가 오갔다. 15년이 지나도 기억이 나는 순간이다. 도서관 복도 정수기 앞에서 전화를 받으며 눈물이 그렁그렁하며 몇 주간의 힘듦이 한 번에 사라졌던 그 순간.
일곱 번째 기다림의 시간을 보내는 지금, 갑자기 그때의 생각이 났다. 1차 피검을 기다리는 지금이 꼭 그때와 닮아있다고 생각했다.
내가 어찌할 수 있는 것들이 없고 그저 시간이 지나가길 바라며 검사 결과를 기다려야만 하는 지금. (임신테스트기는 하지 않는다. 임신테스트기가 한 줄이든 두줄이든 나를 더 어지럽게 할 것이 분명하기 때문에)
남편에게 이 이야기를 했다. 최종면접 결과를 기다리던 때와 지금의 내 모습이 비슷한 것 같다고. 내 말을 듣더니 남편은 이렇게 말했다.
1차 피검이 끝이 아닌데 어떻게 최종면접과 1차 피검이 똑같냐고. 1차 피검은 굳이 따지자면 인적성정도 되는 거니까 너무 신경 쓰지 말라했다.
인적성조차 여섯 번 통과하지 못한 나는 도대체 어떻게 되는 거냐고 물으니 어려운 인적성인 거라고. 괜찮다고. 원래 취준할 때 인적성에서 많이 탈락한다며 그의 방식으로 나를 위로했다.
인적성이든 최종면접이든, 이제 남은 것은 하늘의 뜻이다. 병원에서 하라는 것들 열심히 했으니 그때의 운명은 하늘에 맡기고 언젠가 될 그날을 생각하며 오늘을 살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