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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이감 Nov 21. 2023

쌍둥이 엄마는 개뿔

엄마가 될 거예요 7

나쁘지 않은 열흘을 보냈다.

힘들긴 했지만 잘 될 것 같은 느낌이 있었다. 인공수정 때에는 처방에 없던 배주사(프롤루텍스)도 이식 전후로 해서 꼬박꼬박 맞았다. 민감한 여성들은 신체 변화를 느끼기도 한다던데 나는 증상이 없었다. 나는 둔감한 편이라 그렇다고 생각했다.


열흘동안 즐겁게 보냈던 것은 지금 생각해 보면 시험관 1차였기 때문인 것 같다. 하룻강아지 범 무서운 줄 모른다는 속담이 맞을지는 모르겠지만 처음 하는 시험관의 힘듦이 무엇인지 경험하지 못한 나는 그저 열흘동안 엄마가 되는, 어쩌면 쌍둥이 엄마가 될지도 모른다는 상상을 했다. 


대망의 피검사 당일


아침 일찍 병원에 가서 피를 뽑았다.


10시 30분경 병원에서는 전화가 걸려왔다. 


피검사 결과 임신반응 없으세요. 이번 생리 말고, 그 다음 생리 2-3일 차에 오시면 됩니다.


간호사 선생님의 감정 없는 단호한 한마디에 어찌할 수 없는 눈물이 흘렀다. 인공수정을 실패했을 때와는 다른 충격이었다.


앞서 말했던 것처럼 나는 나도 모르는 사이에 임신 실패의 원인을 남편에게 돌리고 있었기 때문에 시험관 실패는 곧 나의 문제라고 생각되기 시작됐기 때문이다. 


그리고 두려워지기 시작했다.


나의 무엇이 문제인 것일까.


네 번의 시술, 네 번의 0.1


언제쯤 0.1이라는 수치를 벗어날 수 있는 걸까? 내 자궁은 착상이라는 것을 할 수 있는 걸까? 그런 불안감에 사로잡혔다.


담당 선생님은 항상 나에게 좋다고만 했었기에 불안감은 더 커져갔다. 불안한 내 마음을 터놓을 곳은 어디에도 없었다. 인터넷에 떠도는 불확실한 정보의 세상으로 빠질 수밖에 없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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