01 뇌? 몰라도 사는데 문제없는데?
마치 보물을 찾기 위해 비밀의 문을 열어젖히는 것과 비슷하다.
얼마 전 택시를 탔다. 마침 일요일 아침이라 시내 한 복판을 시원하게 달리고 있었다. 성산대교에 다다를 즈음에 후방에서 달리던 한 승용차가 갑자기 끼어들려고 했다. 거리가 너무 가까워서 결국 끼어들지 못하자, 운전자는 화가 났는지 신경질적으로 경적을 울렸다. 그러나 제삼자인 내가 봤을 때는 택시의 잘못이 아니라 분명히 그 끼어들려는 차의 잘못이었다. 경적을 울려야 할 쪽은 택시였던 것이다.
나는 택시 기사에게 약간 흥분하며 말했다.
“경적을 울려야 할 쪽은 이 쪽인데 저 운전자는 어이가 없네요.”
택시 기사가 별일 아니라는 듯한 단조로운 어조로 대꾸했다.
“바쁜가 보지요.”
택시 기사의 대답을 들은 나는 마치 망치로 뒤통수를 얻어맞은 것 같았다.
왜 같은 상황을 겪은 두 사람의 반응이 이렇게 다를까? 왜 택시 기사는 그렇게 차분히 반응했고, 왜 나는 흥분하며 반응했을까?
특정 상황에서 어떤 행동을 선택했느냐에 따라 우리 삶의 모습은 확연히 달라질 것이다. 그러면 왜 우리는 이렇게 다른 선택을 하는 걸까?
우리 모두는 하루를 보내면서 무수히 많은 상황을 겪는다. 그때마다 의식적 혹은 자동적으로 상황을 판단하고 거기에 맞춰 반응을 보인다. 이때 이 모든 것을 조종하는 자가 있으니, 그것은 바로 '뇌'이다. 두개골 안에 숨어서 베일에 싸인 채 모습을 드러내지 않는 그가 우리의 모든 생각과 행동을 결정하는 셈이다.
뇌의 반응 방식은 유전자의 영향을 많이 받는다. 그러나 많은 연구와 논문에서 환경과 경험이라는 후천적 요인 또한 뇌에 지대한 영향을 끼친다고 말하고 있다. 우리 뇌는 주변 환경에 적응하면서 자기만의 반응 방식을 ‘창조’ 하기 때문이다. 만약 이러한 것이 유아기에 형성된다면 평생에 걸쳐 더욱 확실한 영향을 주게 된다.
뇌는 매우 신기하다. 이는 138억 년에 걸쳐, 천억 개의 별을 거느리고 있는 은하가 수 천억 개 존재하는, 모든 원소의 원천이자 상대성이론을 동원해야 설명이 되지만, 또한 미지의 영역이 더 많은 우주에 못지않은 신비롭고 마법 같은 존재다. 언뜻 뇌를 생각하면, 쉽게 다가서기 어렵고 주저하게 된다. 하지만 이 신비로운 존재를 좀 더 알게 된다면, 그 효력은 상당하다. 삶이 더 건강하고 즐거워질 수 있다. 인생을 바꿀 수 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그것은 마치 보물을 찾기 위해 비밀의 문을 열어젖히는 것과 같다.
<사진출처: pixabay>유아기 때의 경험이 평생의 건강과 사고방식에 지대한 영향을 미친다는 사실은 자녀 육아에 대해 다시 한번 생각하게 해 준다. 양육 방식에 따라 아이의 인생은 바뀌게 되고, 그러면 부모의 인생도 덩달아 달라질 것이다. 내가 그토록 고치고 싶거나 버리고 싶은 행동이나 사고방식이 왜 그토록 바꾸기가 어려운지 이해하게 된다. 이것을 타인에게도 적용할 수도 있다. 도저히 이해가 되지 않는 행동이나 생각을 하는 타인(가족을 포함해서)을 조금은 더 공감하게 된다. 그러면 그들에게 좀 더 관대해지고, 더불어 내 마음도 편안해진다.
우리가 의식적으로 결정하고 행동한다고 믿고 있는 많은 것들이 실제로 무의식에 의해 주도된다는 많은 연구 결과들은 인간 행동을 좀 더 폭넓게 이해할 수 있도록 도와준다. 한 걸음 더 나아가 인간의 행동에 대한 책임과 이에 따르는 규제에 대해 다시 한번 생각하는 계기가 된다. 또한 뇌의 특성을 이해하면, 직장이나 사회, 학교에서 타인과 관계를 맺을 때도 많은 도움이 되며, 근무나 학업 수행 시에도 더 효율적으로 일 처리를 할 수 있다.
뇌에 대해 알아야 하는 다른 많은 이유가 있지만, ‘건강’이라는 단 한 가지 만으로도 충분하다. 뇌 건강은 신체 건강에 필수이다. 이는 정신적 건강뿐 아니라, 육체적 건강을 모두 포함한다. 감정적 문제의 저변에 생물학적 원인이 있다는 사실은 나를 괴롭히는 정신적 문제를 해결할 수 있는 실마리를 제시해준다. 그러면 필요 이상의 절망감이나 나쁜 생각에 빠지지 않게 된다. 단순 신체 통증이나 만성 통증인 경우에서도 뇌 기능 이상이 원인인 경우를 나는 수없이 보아왔다.
뇌는 아주 사소한 것들을 포함하여 우리의 모든 것을 결정한다. 택시 기사처럼 예기치 못한 상황에 대한 반응과 감정 표출 방식뿐만 아니라, 사고방식, 장점과 단점, 충동에 대한 억제, 상황에 대한 판단, 어떤 일을 하기 위한 계획과 실행, 특별한 이유 없이 하는 단순한 습관이나 행동, 언어 구사 방식 등 모든 것을 결정한다. 성격, 개인적 성향, 세계관, 가치관, 종교관이나 학업과 관련 있는 집중력, 기억력, 학습력 등은 두말할 나위도 없다.
우리는 하루 종일 매 순간마다 중요한 또는 중요하지 않은, 의식적이거나 무의식적인 무수한 판단과 말과 행동을 한다. 이러한 무수한 판단과 말과 행동은 뇌의 상태에 따라 저마다 다르게 나타난다. 결국 우리의 뇌가 올바르게 기능한다면 우리도 올바르게 생각하고 행동하게 되고, 뇌가 올바르게 기능하지 못한다면 우리도 그렇게 될 것이다. 뇌 건강이야말로 건강하고 행복한 삶을 위한 최고의 축복이라 할 수 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