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최성범 Mar 03. 2019

18 뇌, 어떻게 생겼나? 첫 번째 이야기

기적과도 같은 시각계

뇌는 두 손으로 받칠 수 있는 정도의 크기로 두부처럼 말랑말랑하며, 무게는 약 1.4kg이다. 이 놀라운 물질에서 우리의 생각, 느낌, 꿈이 생겨난다. 이곳에는 1,000억 개의 신경세포가 존재한다. 각각의 신경세포는 적게는 수백 개에서 많게는 수 만개의 주변 신경세포와 연결되어 신호를 주고받는다. 


이 뿐만이 아니다. 뇌에는 신경 세포보다 더 많은 수의 보조 세포들이 있다. 이들 보조 세포들은 ‘신경교세포’라 불리며 신경세포들의 대사과정을 돕거나 구조 유지, 면역작용 기능을 한다. 뇌는 신체 무게의 약 2퍼센트를 차지하지만, 전체 산소 소비량의 20퍼센트, 전체 칼로리의 25퍼센트, 전체 혈류량의 25퍼센트를 이용한다. 가시적으로 움직이는 팔다리에서 소비되는 것 이상의 에너지가 뇌에서 사용된다는 사실은 무언가 엄청난 일들이 뇌 속에서 일어나고 있음을 보여준다.  

당신은 무지막지한 숫자들로 채워진 뇌의 역동성을 상상할 수 있겠는가?


대뇌의 가장 앞부분에 위치한 전두엽은 다시 앞부분과 뒷부분으로 나누어진다. 전두엽의 뒷부분은 신체 움직임을 담당해서 생각대로 몸을 움직이게 한다. 나의 의지대로 조절하기에 이를 의식적 움직임이라 한다. 손가락을 움직여서 컴퓨터 자판을 두드리는 것, 발로 공을 차는 것, 어쩔 수 없이 도로 위의 차선을 끼어들었을 때 창문을 내리고 미안하다는 동작을 하는 것 등 우리 일상생활 속의 모든 의도된 동작들이 전두엽의 뒷부분을 통해 내려온다. 


전두엽의 앞부분은 인간만의 뛰어난 특징을 보여주는 중요한 부분이다. 전두엽의 앞에 위치하기 때문에 전전두엽이라 하며, 가장 고차원적인 기능을 한다. 뇌의 나머지 부분을 조율하기 때문에 뇌의 CEO라고 불리기도 한다. 이곳이 있기 때문에 우리는 원하는 목표를 세우고 거기에 맞춰 계획과 순서를 정해 실행에 옮기고 목표 이외의 다른 계획을 당분간 접어둘 수 있다. 이러한 과정을 미리 예측하지만, 예상치 못한 상황을 맞게 되면 계획을 수정하고, 만약 실패한다면 거기서 교훈을 얻어 다음 시도에 적용할 수 있게 해주는 것도 전전두엽 덕분이다. 갈등 상황에서 전전두엽이 제대로 기능하면 문제 해결에 도움이 되는 언행을 하는 반면, 그렇지 않으면 갈등이 더 악화되는 사태를 초래한다. 전전두엽의 뇌신경 연결망이 어떻게 형성되었느냐에 따라 개인의 성격, 성향이 달라진다. 


전전두엽의 핵심 기능 중 하나가 ‘억제’이다. 억제야 말로 인간을 인간답게 해주는 중요한 기능이다. 원하는 목적 이외에 다른 욕구와 주변 자극을 억제해야 우리는 계획을 세우고 실행에 옮겨서 원하는 것을 이룰 수 있다. 억제가 안되면 집중하지 못하고 즉흥적이고 일관적이지 못하며 변덕이 심해진다. 주의력결핍장애가 그러하다. 이들은 주의가 너무 쉽게 흩어진다. 반대의 경우도 전전두엽의 문제이다. 전전두엽은 이쪽에서 저쪽으로 주의의 대상이 바뀔 때 이를 조종하는 운전사이다. 그래서 전전두엽이 손상된 사람들은 과제나 지시사항이 바뀌면 이에 적응하기 힘들어한다.


퇴근 시간대에 운전을 하다 도로가 막히는 상황을 자주 접하게 된다. 이런 상황에서 옆길로 빠지면 당장은 빨리 달릴 수 있어도 그 길도 곧 막힌다는 것을 알기에, 조급함을 억누르고 기다릴 수 있다. 그 순간 뇌에서는 옆 길로 빠지려는 욕구를 제어한다. 그러면 저녁 식사 시간에 맞춰 도착할 수 있다. 하지만 억제를 못하고 순간적인 충동에 따른다면 결국 저녁 식사 시간에 늦을 것이다. 


원초적 욕구도 적절히 억제되어야 한다. 원초적 욕구는 생존을 위해서 가장 중요한 것들이지만, 때와 장소에 따라 억제가 안 된다면, 동물의 왕국과 별반 다르지 않을 것이다. 또한 전두엽은 타인의 감정을 헤아리는 공감 능력도 다룬다. 전두엽 기능이 떨어지면 상대방이 왜 인상을 찡그리고 있는지 알지 못한다. 이렇듯 전두엽은 자신의 욕망에 대한 적절한 억제와 타인 심정의 공감을 통해 윤리적 체계를 발달시켰고 이에 따라 행동하게 만들었다. 


전전두엽의 고차원적 사고 기능을 담당하는 영역 중에는 배외측 전전두엽과 안와전두엽이라는 부위가 있다. 배외측 전전두엽은 판단, 계획, 집중, 작업기억과 같은 인지 기능을 담당한다. 이곳의 기능 저하는 추진력, 주의력, 동기 부여를 떨어뜨린다. 이 부위는 뇌에서 가장 늦게 발달하고 노화로 인해 가장 먼저 영향을 받는다. 기능이 저하되면 방에 들어가긴 했는데 왜 들어갔는지 기억이 나지 않는 경험을 한다. 


안와전두엽은 안구의 바로 뒤편에 위치하고 있어서 붙여진 이름이다. 안와전두엽은 변연계와 밀접하게 연결되어 감정을 조절하거나 사회적 뇌라 불리는 부분들과 많은 관련이 있다. 따라서 이곳에 문제가 생기면, 감정 조절이 안돼 쉽게 흥분하거나 화를 낼 수 있다. 또한 억제와 관련이 있어서 이곳에 기능 장애가 생기면 주변의 자극을 차단하지 못해 과잉활동을 하며, 불안정하고 예측할 수 없는 행동을 하게 된다. 앞서 언급한 피니어스 게이지의 사례가 그러하다. 그의 안와전두엽은 손상되었지만 다른 부분은 멀쩡했다. 그는 인지능력에서 다른 사람과 별다른 차이가 없었지만, 매우 변덕스럽고 괴팍하여 같이 지내기 힘든 사람이 되었다. 어떤 연구자들은 주의력결핍장애를 안와전두엽과 관련이 있다고 말한다. 


전전두엽은 시각, 청각, 후각, 미각, 몸통 감각과 같은 모든 정보를 받아 외부 환경을 평가하며, 신체나 감정적 상태를 모니터 한다. 이를 통해 우리는 주변 환경을 지속적으로 인식하고, 거기에 맞춰 원하는 행동을 의도된 움직임으로 표현할 수 있다. 예를 들면 저 멀리서 나를 부르는 친구를 발견하고 기쁜 마음으로 친구를 향해 손을 흔들 수 있다. 


전두엽은 신경계의 진화 단계에서 가장 나중에 발달한 뇌이다. 그래서 인간만이 유일하게 큰 전두엽을 가지고 있다. 인간의 성장과정에서도 전두엽의 발달은 더디다. 뇌의 다른 부위와는 달리 전두엽은 20대 초반이 되어도 완전히 발달하지 않는다. 젊은 청년들의 때론 무모해 보이는 불꽃같은 패기와 열정도 완전히 다듬어지지 않은 뇌와 관련이 있다. 뇌는 나이가 듦에 따라 더 성숙해지면 적절한 억제와 통제를 통해 상황을 더욱 효율적이고 능숙하게 처리하게 된다. 그러나 패기 가득한 모험심과 도전정신 또한 예전 같지 않아 지게 된다.


대뇌의 가장 뒷부분에 위치한 후두엽은 시각 정보의 처리를 담당한다. 다른 뇌 부위는 복합적 기능을 하지만, 유독 후두엽 만은 시각 정보 처리만 담당한다. 그만큼 시각 시스템은 복잡하고 경이롭다. 우리의 눈에는 시신경이 있다. 시신경은 빛의 파장을 전기에너지로 변환하여 뇌로 정보를 전달한다. 이러한 정보가 후두엽에 도착하면 지금 보고 있는 물체의 형태가 어떤지, 어느 방향으로 움직이는 지를 파악하고, 이러한 정보를 뇌의 다른 부위로 전달한다. 


어느 신경과학자는 인간의 시각 신경계는 기적과 같다고 말한다. 감각기관 중에서 인간의 시각 신경계만큼 정확하면서도 상황에 따라서는 융통성 있게 대처하는 것이 없기 때문이다. 여기에 시각의 놀라운 능력을 보여주는 그림이 있다.  


<그림 1> 그림 출처: Edward Adelson


A와 B가 같은 색이라고 상상할 수 있을까? 


<그림 2> 그림 출처: Edward Adelson


그림 1의 A와 B는 같은 색이지만 다르게 보인다. 겹쳐보면 확인할 수 있다. 이는 주변이 어두우면 더 밝게 보이고(B), 주변이 밝으면 더 어둡게 보이도록(A) 하는 뇌의 작용에 의해서다. 다음 그림도 배경에 따라 외부 세계를 다르게 인식하는 뇌의 특징을 보여준다. 


<그림 3> 그림출처: Brown and Herrnstein


왼쪽 사진에서 두 사람은 비슷한 크기로 보인다. 오른쪽 사진에서 뒤에 있는 여성 사진을 떼어서 옆에 붙이면, 거인과 난쟁이처럼 보인다. 왼쪽 사진은 복도와 타일의 크기가 여성과 비례해서 작아지므로 뇌는 두 사람을 같은 크기로 인식하고, 오른쪽 사진은 복도나 타일 크기가 작은 여성의 크기와 비례하지 않기 때문에 작은 여성을 난쟁이처럼 인식한다. 


이처럼 주변 환경에 따라 다르게 인식하는 뇌의 능력은 놀랍다. 그리고 일상생활에서 반드시 필요하다. 아침, 점심, 저녁, 밤에 따라 일조량이 다르다. 그리고 실내와 실외에 따라서도 다르다. 항상 같은 방식으로 사물을 본다면, 빛이 약한 곳에서나 빛이 강한 곳에서는 사물을 정확히 인식할 수 없을 것이다. 따라서 빛의 양에 제약받지 않고 사물을 인식하기 위해서 뇌에서 이러한 처리 방식이 발달하였다. 사물의 크기를 파악하기 위해서도 주변 환경의 정보를 이용한다. 그러면 보이는 크기와 상관없이 실제 크기를 더 정확하게 파악할 수 있기 때문이다. 



매거진의 이전글 10 무의식이 당신을 조종한다. 두 번째 이야기

작품 선택

키워드 선택 0 / 3 0

댓글여부

afliean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