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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최성범 Nov 07. 2018

13 무의식이 당신을 조종한다. 다섯 번째 이야기

자유의지?

타인에게 무언가를 설득시킬 때, 직선적으로 강요하는 것보다는 무의식을 통해 살짝 건드리는 방법이 더 효과적이다.

배를 만들고 싶다면, 사람들에게 목재를 가져오게 하거나 일을 지시하고 일감을 나눠주는 일은 하지 마라. 대신 그들에게 저 넓고 끝없는 바다에 대한 동경심을 키워주라.


라는 생텍쥐 페리의 명언은 이를 잘 보여준다.


상대방과의 상호작용에서도 무의식은 작동한다. 한 연구에 따르면, 나보다 사회적으로 아래에 있는 사람과 대화할 때는 말할 때 상대방을 더 많이 응시하고, 나보다 위에 있는 사람과 대화할 때는 들을 때 상대방을 더 많이 응시한다고 한다.


우리는 화가 나면 상대방을 노려보고, 창피하거나 당황스러우면 시선을 회피한다. 시선 방향은 사회적 의사소통에서 중요한 역할을 하기에 상황에 따라 시선 방향이 달라진다는 사실은 놀라워 보이지 않는다. 실제로 편도체의 일부 신경 세포는 상대방 시선의 방향에 따라 다르게 반응한다. 가령, 상대방이 똑바로 응시할 때, 정면을 약간 빗겨 응시할 때, 전혀 다른 곳을 보고 있을 때 반응하는 신경 세포들은 각각 다르다.


타인에 대한 평가에서도 무의식은 작동한다. 가족 간의 관계를 평가하는 실험에서 실험대상자가 따뜻한 음료가 담긴 컵을 들고 있으면 가족과의 관계를 더 긍정적으로 평가하고, 차가운 음료가 담긴 컵을 들고 있다면 더 비관적으로 평가했다. 이것은 물리적 온도와 감정적 온도를 같이 취급하는 뇌의 착각에서 기인한다.


한 참을 고민하던 문제의 해결책이 어느 날 갑자기 떠올랐다면, 우리는 의식적 노력의 쾌거라고 생각한다. 그러나 이 역시 무의식의 역할이 크다. 오랜 시간을 두고 고민을 하면 무의식은 여러 시나리오를 만들어 실험하고 결정을 내린다.


애플의 창업자 스티브 잡스는 이런 무의식의 힘을 잘 알고 있었다. 명연설로 꼽히는 스탠퍼드대학교 졸업 축사에서 그는 다음과 같이 말했다.


가장 중요한 것은 마음과 직관을 따르는 용기를 지니는 것입니다. 마음과 직관은 당신이 진실로 원하는 것을 이미 알고 있습니다.


이는 인위적 사고보다는 무의식이 보내는 메시지의 중요성을 강조한다. 의식과 무의식 중에서 무의식이 더 근본적이다. 생존을 위해 인간에게 무의식은 의식보다 일찍 갖춰졌고 이를 따라 행동하는 것은 어찌 보면 당연할 수 있다.


다시 거절 못하는 성격을 바꾸려는 친구 이야기를 해보자. 성격으로 형성되어 단단한 하드웨어가 된 무의식은 쉽게 바뀌지 않는다. 더구나 이런 하드웨어적 신경회로를 의식적 수준에서는 접근할 수 없기에 이것을 바꾸는 것은 더 어렵다.


무의식적 행동은 의식적 행동에 앞선다. 같은 상황에서 같은 실수를 되풀이하는 것도 이러한 이유에서다. 의식이 ‘멈춰! 다르게 행동하기로 했잖아!’라고 소리를 지르지만, 이미 무의식이 시킨 행동을 시작한 후다. 무의식적 신경 과정을 담당하는 신경 경로는 의식적 신경 과정을 담당하는 신경 경로보다 더 빠르고 신속하다.


그래도 희망은 있다. 무의식적 신경회로를 바꾸는 것이 전혀 불가능한 일은 아니다. 그러나 많은 반복과 노력이 필요하다. 때로는 뇌에 강하게 각인될 수 있는 충격요법이 필요하다. 그러나 그 과정이 쉽지 않기에, 과거의 자신을 극복하고 새로운 이야기를 만든 사람들이 존경스러워 보이기도 하다.


무의식의 문제는 우리에게 자유의지에 대한 철학적, 윤리적 질문을 하나 던진다. 지금까지 무지와 그른 판단과 생각으로 행동해서 잘못을 저질렀다고 알아왔다. 그래서 제대로 교육하고, 좋은 일을 장려하고, 잘못한 것을 적절하게 처벌한다면, 인간 행동을 교정할 수 있다고 믿어왔다. 하지만 최근의 많은 연구들이 인간의 행동은 자유의지가 아니라 무의식적 판단에 더 큰 영향을 받는다고 말하고 있다.


그러면 인간의 자유의지를 어떻게 볼 것인가? 잘못을 저질렀다면 그의 판단이나 의식적 생각의 문제인가? 반복적인 잘못을 저지르는 사람은 의지박약의 문제인가? 잘못에 대한 대가는 물리적 처벌만으로 해결되는가? 잘못된 행동을 예방하기 위해서 우리 사회가 할 수 있는 것들이 있을까?


이는 답이 쉽게 보이지 않는 정말 까다로운 문제가 아닐 수 없다. 우리 사회가 ‘다 같이’ 고민해 볼 필요가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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