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부금 후원 광고도 무의식에 기댄다.
무의식은 우리가 생각하는 것 이상으로 많은 일을 한다. 의식적으로 판단하고 행동한다고 믿는 것들이 상당 부분 무의식의 영향 하에 있다. 인생에서 중요한 순간에도 무의식은 작동한다. 배우자를 선택할 때에도 그렇다.
미국의 한 주를 대상으로 결혼한 사람의 성을 조사했다. 결과는 같은 성 씨의 사람끼리 결혼한 비율이 높은 것으로 나타났다. 흔한 성은 당연히 흔한 성과 결혼할 확률이 높을 것이다. 예를 들면, 우리나라 김 씨는 김 씨 배우자가 많을 것이다. 그러나 재미난 사실은 드문 성이더라도 같은 드문 성끼리 결혼을 한 사례가 많았다는 점이다. 무의식은 은연중에 자기 자신에게 후한 점수를 주고, 따라서 자기 자신과 비슷한 사람을 선호하는 경향이 있기 때문이다.
무의식의 막강한 영향력을 잘 이용하는 분야가 있다. 그것은 바로 마케팅이다. 여기에 관련된 많은 실험이 있다. 프랑스 와인과 독일 와인을 진열대에 놓고, 하루는 프랑스 음악을, 하루는 독일 음악을 틀었다. 프랑스 음악을 튼 날은 프랑스 와인이 70퍼센트 이상 팔렸고, 독일 음악을 튼 날은 독일 와인이 70퍼센트 이상 팔렸다. 그러나 음악의 영향을 받았다고 대답한 구매자는 단지 약 15퍼센트였다.
같은 와인에 하나는 저렴한 가격표를, 다른 하나는 비싼 가격 가격표를 붙이고 와인을 평가하도록 시키자, 대상자들이 비싼 가격표가 붙은 와인에 더 높은 점수를 주었다는 사실은 놀랍지 않다.
같은 스타킹을 네 가지로 분류해서, 각각 다른 향을 알아채지 못할 만큼 조금 뿌리고 대상자들에게 마음에 드는 스타킹을 선택하게 시켰다. 그러자 특정한 향의 스타킹이 더 많이 선택되었다. 대상자들은 각자 질감, 촉감, 광택 등 여러 가지 선택 이유를 댔지만, 향기에 영향을 받았다고 대답한 사람들은 겨우 2퍼센트 정도였다.
유명한 ‘펩시 역설’도 있다. 브랜드를 숨기고 테스트를 하면, 일반적으로 펩시를 선호하지만, 브랜드를 알고 평가하면 코카콜라를 더 선호한다. 우리나라 예능 프로그램에서 한 유명 식당 프랜차이즈 대표가 ‘식당에서 음식의 맛이 차지하는 비중은 30퍼센트’라고 한 적이 있다. 이것도 같은 맥락에서 해석할 수 있다.
음식의 맛은 미각뿐 만 아니라, 후각, 시각, 브랜드, 가격 등에 의해서 창조된다. 영상 검사를 하면 실제의 맛과 상관없이 가격이나 브랜드에 따라 안와전두엽이나 복내측전전두엽이라는 뇌의 특정 부위가 더 활발히 작동하는 모습을 확인할 수 있다. 이들 부위는 쾌락적 경험이나 감정 조절과 관련이 있다. 같은 화학적 조성을 갖는 맛이더라도 뇌에서는 전혀 다른 맛으로 느끼고 있는 셈이다. 심지어 메뉴판의 글씨체와 음식을 설명하는 단어도 맛의 평가에 영향을 줄 수 있다. 고급 음식점에서 플레이팅에 신경 쓰는 것도 같은 이유다. 물론 이러한 맛의 창조 과정에서 무의식은 지대한 영향을 준다.
남성은 여성의 배란기를 무의식적으로 안다는 연구 결과도 있다. 스트립클럽의 댄서를 대상으로 한 실험에서, 그들은 생리 중일 때보다 배란기일 때 두 배로 많은 팁을 받았다. 플로리다 대학의 사울 밀러 교수의 실험도 있다. 그는 세 종류의 티셔츠를 준비했다. 배란기 중인 여성이 입은 티셔츠, 생리 중인 여성이 입은 티셔츠, 아무도 입지 않은 티셔츠이다. 그리고 남자 대학생에게 각 티셔츠의 냄새를 맡게 하고, 남성 호르몬인 테스토스테론의 수치를 측정했다. 실험 참가자들은 각 티셔츠가 어떤 티셔츠인지 몰랐지만, 배란기 여성이 입은 티셔츠는 테스토스테론 수치를 36퍼센트 상승시켰다. 반면에 생리 중인 여성이 입은 티셔츠는 아무도 입지 않은 티셔츠보다 테스토스테론 수치가 낮았다.
생리 기간 중에 임신은 불가능하지만, 배란기 때는 임신 가능성이 가장 높다. 자신의 DNA를 후손에게 남기려는 것은 모든 생명체의 궁극적 목표이다. 배란기 때 여성의 신체는 호르몬의 변화로 달라진다. 피부는 더 부드러워지고 허리는 더 가늘어지고, 얼굴은 더 대칭적으로 된다. 체취도 달라진다. 남성들은 이것을 의식적으로는 모르지만, 잠재의식적으로 감지하는 것이다.
기부금 후원 광고도 무의식에 기댄다. 인터넷을 이용하다 보면 기부금 후원 광고를 쉽게 접할 수 있다. 사진 1과 2를 비교해 보자. 어느 것이 기부자의 마음을 더 움직일까?
대부분의 기부금 후원 광고는 전체적인 상황이나 전반적인 활동 내용을 보여주지 않는다. 대신에 한 인간의 사례를 적나라게 보여준다. 이런 후원 광고는 한 사람의 치부를 모두 드러내기 때문에 ‘빈곤 포르노’라고 불리며 논란이 되고 있다. 심지어 가상의 인물과 가상의 스토리를 진짜인 것처럼 내세워 기부자를 기만하는 윤리적 문제를 일으키기도 한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이런 방식의 광고가 성행하는 이유는 무엇일까?
그것은 더 많은 기부금을 모을 수 있기 때문이다. 우리는 큰 수의 실체를 정확하게 인지하지 못한다. 위의 사진에서 ‘300만 명’이라는 숫자를 보고 ‘와, 정말 많은 아이들이 고생하고 있구나’라고 걱정하기보다는 그냥 무덤덤하게 읽는 경우가 많을 것이다. 이보다는 단 한 명의 아기 사진이 독자의 심금을 울린다.
인간은 본능적으로 큰 수보다는 적은 수에 관심을 두기 때문에 이러한 현상이 생긴다. 마을 아이들 모두에 관심을 가지는 것보다 내 아이에게만 집중해야 내 아이의 생존확률을 높일 수 있다. 부모는 온전히 내 자식에게만 막대한 양의 시간과 정성을 쏟아부었고, 그 결과로 지금 나와 당신이 이 세상에 존재하고 있다. 빈번히 발생하는 자동차 사고 사망자수가 더 많음에도 불구하고 드물게 일어나는 비행기 사고 사망자 수에 더 민감한 이유도 이러하다.
당신은 마트에서 물건을 고르고 있다.
미리 생각해둔 것을 고르기도 하고, 우연히 본 제품을 장바구니에 담기도 한다. 어떤 것은 사려고 했지만 다음에 사기로 한다. 이 과정 동안 당신은 많은 부분에서 무의식의 영향을 받았다. 진열장에서 물건의 위치, 주변에서 들리는 음악이나 냄새, 따뜻한 혹은 추운 실내 온도, 물건의 포장 색깔, 브랜드나 가격, 점원의 시선 방향이나 목소리 톤, 심지어 그의 이름까지도 포함된다. 당신은 그런 것들에 크게 영향을 받지 않았다고 주장할지도 모르지만, 상상하는 것 이상으로 무의식의 그림자는 거대하다. 하물며 하루 동안 일어나는 무수히 많은 결정과 행동은 어떻겠는가?
우리의 생각과 행동을 몰래 조종하는 것, 그것이 바로 무의식이다.